‘Lazenca Save Us’로 찾아와 ‘아주 오래된 연인들’로 떠난 음악대장이었다. 20주간, 날짜로 151일. 무려 5개월간 지속된 복면가왕 음악대장의 세상이 이렇게 끝이 났다. 그리고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부르지 못했던 국카스텐 하현우의 이름을 마침내 부르게 됐다. 모든 헤어짐이 그렇듯이 아쉽고 왠지 원망스럽기도 한 심정뿐이었다.

음악대장 하현우의, 누구도 원치 않았던 퇴장은 남들과 조금은 달랐다. 다른 복면가왕들과 달리 가면을 쓰고 퇴장하기를 원했고, 여전히 하현우가 아닌 음악대장으로 복면가왕의 자리에서 내려왔다. 뭔가 알 듯 모를듯한 깊은 의미를 담은 모습이었는데 그것은 그를 20주간 지지해준 대중에 대한 감사와 존경이 아니었나 싶다.

MBC <일밤-복면가왕>

마침내 가면을 벗고 김성주와 인터뷰를 하던 말미에 하현우는 마지막 소감에서 스스로 지난 20주간 자신은 하현우가 아니라 음악대장이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지금까지 스스로 칩거 비슷하게 생활해왔다고 할 정도였다. 그랬다면 이제는 음악대장이 아닌 하현우로서 당당히 얼굴을 내밀고 싶겠지만 그는 음악대장으로 남기를 바랐던 것 같다.

아마도 전무후무할 9연승의 대업을 이루고 마침내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빛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하현우는 자신과 음악대장을 분리시키는 다소 의외의 선택을 했다. 그만큼 음악대장이라는 상징의 무게가 컸음을 의미할 것이다. 그것을 다 안다고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음악대장이 복면가왕에서의 마지막 곡으로 선택한 ‘아주 오래된 연인들’의 상징적 의미를 그래서 좀 더 곱씹어보게 된다. 20주간 지속된 화제 속에서 정작 음악대장은 대중은 몰랐던 고통을 견뎌왔다. 누구나 음악대장이 하현우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 부담은 더욱 컸을 것이다. 특히 경연 전날 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해 녹화장에 와서야 렘수면을 빠질 수밖에 없었던 그 심적 부담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알 수가 없을 것이다.

MBC <일밤-복면가왕>

국카스텐 하현우가 대중에게 증명해야 할 것은 연승기록이 아니라 로커로서, 록음악에 대한 존재였을 것이다. 특히나 신해철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커다란 공백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하현우가 스스로 짊어져야 했던 고민과 부담은 과연 얼마나 컸을지 우리로서는 상상도 하지 말아야 할 크기였을 것이다.

그런 신해철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은 음악대장이 그동안 들려준 11곡 중에 3곡이 신해철의 노래라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복면가왕에 출연을 자청한 것부터 음악대장의 행보는 국카스텐 하현우가 아닌 로커 그 자체로의 의무감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편 음악대장이 내려온 복면가왕의 자리에는 하면된다 백수탈출이 올랐는데, 마지막 3라운드에서 이은미의 <녹턴>으로 박효신의 <야생화>를 부른 바다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비록 3라운드 점수차는 컸지만 바다의 야생화 역시 가왕의 자라에 올라도 하등 이상할 것 없는 훌륭한 노래였다. 한마디로 명곡과 열창의 치열한 경연이었다.

MBC <일밤-복면가왕>

반면 음악대장이 마지막으로 부른 노래는 015B의 <아주 오래된 연인들>이었다. 이 선곡을 두고 일각에서는 지난 <백만송이 장미>보다 더 노골적으로 내려놓는 선곡이었다는 말이 있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의 노래가 불성실하거나 혹은 부족했다는 의미가 될 수는 없다. 특히 따로 휘파람 악기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케 했던 음악대장의 휘파람 실력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밝고 경쾌한 멜로디라서 오히려 마지막 노래로 더 좋을 수도 있다. 음악대장이 가면을 벗고 여성들은 마치 오래 짝사랑한 남자와 이별하는 슬픔을 느꼈다고 하지만 사실은 이별일 수 없는 이별이다. 음악대장을 처음 만난 그 느낌, 그 설렘으로 국가스텐 하현우를 계속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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