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항은 관심사항인 모양이다.

방송콘텐츠진흥법에 관한 필자의 글에 대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김영철 콘텐츠사업지원국장이 반박 겸 이 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기고문을 실었다. 방송콘텐츠 진흥의 필요성이야 필자도 전혀 부인한 바 없기에, 논외로 한다.

▲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
다만, “(이 법은) 좋은 기획력의 방송콘텐츠를 제작하는 곳이라면 누구라도 지원대상이 된다. 그런데 아무런 근거도 없이 종합편성채널이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는 그야말로 기우에 가깝다”거나 “방송콘텐츠진흥법의 발의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됐으며 이를 강력히 요구하고 주도해온 집단이 어딘지를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만일 이를 알고 있다면 이같은 생뚱맞은 주장은 접어야 옳을 것”이라는 김 국장의 말에 대해서만 몇 마디 언급하고 싶다.

먼저 후자의 주장부터 살펴보면, 필자는 누가 이 법을 강력히 요구하고 주도해 왔는지 ‘잘 알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그걸 아는 사람이 그런 내용의 글을 쓰냐?’는 우스개성 질문이 나올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선 ‘김 국장은 참 순진한 분’이라는 말과 함께, ‘사건의 발단과 전개과정은 구분해야 한다’는 정도로 대신한다. 애초 의도했던 대로 법안이 흘러가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게 이 동네에서 살아본 필자의 경험이다.

사족을 붙이면, 애초 케이블TV방송협회가 마련한 디지털방송콘텐츠진흥법안에는 이 법에 규정돼 있는 이른바 ‘중소 콘텐츠 사업자’라는 개념도 없었다. (이런 측면에서는 방송콘텐츠진흥법이 더 낫다. 다만 중소 콘텐츠 사업자의 기준이 모법에 분명히 명시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역시 시행령으로 넘겨져 방송통신위의 재량 남용에 휘말릴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 연구소에서 지원대상과 기준이 분명해야 한다는 지적을 처음부터 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본 연구소 홈페이지에 들어와 주간정책브리핑을 열람하시면 알 수 있다.) ‘중소 콘텐츠 사업자’나 ‘공공·공익 콘텐츠’라는 개념이 들어간 전개과정은 김 국장이 말하는 애초 ‘발의’와 ‘요구’해온 집단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히 다른 것이다.

김 국장이 매우 불편해하는 것은 종합편성채널이 이 법의 주요한 수혜자가 될 것이고 “소규모 콘텐츠 사업자나 MSP나 MPP와 같은 기존 대규모 유료방송사업자에게는 약간의 떡고물이 돌아갈 것”이라는 필자의 예상이 아닐까 싶다. 필자도 이런 예상이 틀렸으면 한다. “좋은 기획력의 방송콘텐츠를 제작할 곳이라면 누구라도 지원대상이 된다”는 김 국장의 말이 맞았으면 싶다.

하지만 종합편성채널이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결코 그렇지 않아 보인다. 종합편성채널 도입 이전에 지상파와의 현격한 비대칭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방송통신위는 코웃음을 치고 있다. 한편으론 방송미디어 소유 대기업 기준을 없앤 것에 대해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거대 족벌신문과 거대기업의 짝짓기에 나서고 있는 게 방송통신위의 모습이다. 게다가, 애초 디지털방송콘텐츠진흥법을 제안하는 ‘발단’ 과정에서, 케이블TV방송협회는 언론을 향해 ‘장르별 10개 PP 집중 육성’ 등을 거론하며 ‘될 성싶은 나무를 밀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게 얼마 전의 일이다.

지상파방송의 경우 텄다. 김 국장이 글에서 “지상파의 자회사 채널들의 높은 시청률은 여전히 지상파콘텐츠 독과점의 완화와는 거리가 멀어져 보이며”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지상파방송에 지원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필자의 판단을 다시 확신하게 된다. 이런 배경에서 필자는 방송콘텐츠진흥법의 주요한 수혜자가 ‘종합편성채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MSP나 MPP 역시 지원을 받겠지만, 종합편성채널에는 못 미칠 것이라고 본다.

이런 판단이 김 국장에게 ‘반대여론 몰이’나 ‘정쟁의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시도’나 ‘생뚱맞은 주장’으로 비쳤다면 “그건 당신 생각이고”라는 봉숭아학당 대사로 대신한다. 다만, 김 국장이 방송콘텐츠진흥법에 갖고 있는 애정의 진정성이 드러나려면, 이 법에 담긴 △독소조항의 삭제 내지 개선 여부 △중소 콘텐츠 사업자의 기준에 대한 모법 명시 의향 여부 △공공·공익 콘텐츠에 지상파방송이 포함되는지 여부 △종합편성채널 도입 전 지상파방송과 비대칭 규제 정비 필요성 여부 등에 대한 협회 차원의 분명한 의견을 밝히는 게 필요하다는 점만을 말씀드리고 싶다. 이게 이 법의 발단을 주도한 협회가 전개과정에 개입하며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이 아닐까 한다. 예상하건대, 아마 방송통신위 눈치 보느라고 그건 어려울 것이다. 이런 예상이 틀리기를 바란다. 본 연구소는 자체 판단에 따라 이 법의 전개과정에 개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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