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들어 미디어관계법이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여야가 한치의 물러섬 없이 정쟁의 전면에 미디어관계법을 두고 대치중이다. 그만큼 중요한 사안임에 틀림없고 온 국민이 다 같이 관심을 가지고 중의를 모아야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미디어관계법의 공방 속에 애꿎게 <방송콘텐츠 진흥법>이 제물로 등장한 것 같아 우려스럽다.

▲ 김영철 케이블TV방송협회 콘텐츠사업지원국장
공공미디어연구소 조준상 부소장은 최근 기고를 통해 “방송콘텐츠진흥법 수혜자는 종합편성채널?”의 제목으로 “정권이 ‘조중동 뉴스-재벌방송’을 지원하는 갖가지 방법 중 하나로 방송콘텐츠진흥법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반대여론 몰이에 나섰다.

그러나 조 부소장도 지적했듯이 이 법에 의한 지원 대상에는 종합편성채널을 포함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방송영상독립제작사, IPTV사업의 콘텐츠사업자(CP)는 물론, 지상파방송도 포괄돼 있다. 좋은 기획력의 방송콘텐츠를 제작하는 곳이라면 누구라도 지원대상이 된다. 그런데 아무런 근거도 없이 종합편성채널이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는 그야말로 기우에 가깝다.

조 부소장은 덧붙여서 “소규모 콘텐츠 사업자나 MSP(MSO+MPP)나 MPP와 같은 기존 대규모 유료방송사업자에게는 약간의 떡고물이 돌아갈 것이다”라고까지 단정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에서 아쉬운 것은 무엇보다 방송콘텐츠 진흥법의 발의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됐으며, 이를 강력히 요구하고 주도해온 집단이 어딘지를 알고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만일 이를 알고 있다면 이같은 생뚱맞은 주장은 접어야 옳을 것이다.

케이블TV가 출범한 지 14년이 지났다. 소수 방송사들의 콘텐츠 독과점을 완화하고 방송콘텐츠를 통한 다양한 문화 향유를 표방하고 출범했던 것이 케이블TV다.

▲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홈페이지 캡처.
14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정책목표가 성공했다고는 아무도 자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IMF라는 혹독한 시련의 시절을 지나면서 대기업이 거의 모두 철수한 전문방송 콘텐츠 시장은 근근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유료방송 플랫폼이 우리나라 국민의 80% 가까운 가입자를 확보하며 크게 성장한 반면 그 성장의 그늘만큼나 국내 콘텐츠 산업의 어려움은 길게 드리워져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상파의 자회사 채널들의 높은 시청률은 여전히 지상파콘텐츠 독과점 완화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며, 인기 있는 몇몇 영화 및 애니메이션 채널들은 외국콘텐츠의 의존도가 높기만 하다.

설상가상으로 한미 FTA합의로 인해 완전개방을 눈앞에 두고 있는 콘텐츠 산업은 글자 그대로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에 놓여 있는 형국이다.

방송콘텐츠는 방송미디어기술과 인문학적 가치가 결합되어야 하며 이러한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범정부적인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그 방책의 하나가 바로 방송콘텐츠 진흥법인 것이다.

그러나 이대로 가다간 우리가 자체 제작한 콘텐츠는 씨가 말라버릴 지경이다. 지난해 말부터 불어닥친 경제 한파는 올해 콘텐츠 산업을 IMF시절로 되돌려 버릴 판인 것이다.

이때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 방송콘텐츠 진흥법을 정쟁의 희생양으로 제단에 올리는 일은 정말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오히려 법이 하루빨리 통과돼서 정부의 지원이 만시지탄이 되지 않게 신속히 적절한 곳에 지원될 수 있도록 독려하는 한편 우려했던 대로 기금이 올바로 쓰여지는지 감시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 주기를 진심으로 당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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