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같은 오차범위 내 결과를 놓고 새누리당 후보가 높으면 “소폭 앞섰다”고 하고, 새누리당 후보가 낮으면 “접전”, “박빙승부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면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MBC가 여론조사 결과를 이런 방식으로 보도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오차범위 내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우위’ 등의 표현을 금지하고 있어 제재가 예상된다. MBC는 또한 같은 여론조사를 두고 지역구에 따라 ‘적극 투표층 지지도’와 ‘당선가능성’, ‘해당 선거구 정당 지지도’ 등을 섞어 보도해 편향의혹을 자처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조능희)는 12일 <뉴스데스크, 오차범위도 이중잣대> 민실위보고서를 발표했다. MBC 메인뉴스 <뉴스데스크> 선거보도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는 데 차이가 드러났다는 게 그 요지다.

지난 5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MBC <뉴스데스크>는 4일 <[MBC 여론조사] ‘총선 D-8’ 오세훈·안철수 우세, 수도권 판세는?> 리포트를 통해 “여당 현역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하자 탈당해 야당 후보로 출마한 서울 용산”이라며 “새누리당 황춘자 후보가 36.2%로 32.5%의 더민주 진영 후보를 소폭 앞섰다”고 보도했다.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와 정의당 노회찬 후보(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단일화)가 맞붙은 경남 창원 성산 여론조사 보도와 차이를 나타낸 부분이다.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가 31.2%의 지지를 얻고 노회찬 후보가 34.8%의 지지를 받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MBC는 “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다”고 표현했다.

MBC <[MBC 여론조사] 영남·호남 여야 ‘텃밭’ 예측 불허 승부> 리포트에서는 “새누리당 공천 파동의 여파가 미친 대구 동구갑, 새누리당 정종섭 후보와 무소속 류성걸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이라며 “적극 투표층에서는 후보 간 격차가 줄었고 당선 가능성을 물었을 땐 반대로 정종섭 후보를 더 많이 꼽았다”고 보도했다. 대구 동구갑 새누리당 정종섭 후보는 33.6%를 얻었다. 반면, 무소속 류성걸 후보는 40.7%의 지지를 기록했다.

MBC가 의뢰한 여론조사는 선거구마다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고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4.4%p였다. 서울 용산과 대구 동구갑 지역 모두 양당 후보 간 지지율 차는 오차범위 내 였다. 그런데도 전혀 다른 수식으로 이를 전한 것은 ‘이중잣대’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료=MBC본부)

언론노조 MBC본부는 “같은 뉴스의 보도인지 의심스러웠다”며 “통계학적으로 오차범위 내 결과를 두고, 어느 한 후보가 우세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7.1%p 차이를 ‘오차범위 내 접전’이라고 한 것이 통계학적으로 옳은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같은 기준을 적용해 당연히 서울 용산의 3.7%p 차이도 우세 여부를 판단해선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뉴스데스크는 두 지역에서 다른 잣대를 적용했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뉴스데스크>는 지지도 이외에도 적극 투표층 지지도와 당선가능성, 해당 선거구 정당 지지도 등을 함께 섞어서 보도했다”며 “일관된 기준은 없었다. 그렇다보니 서울 종로나 전남 순천의 경우, 적극 투표층에선 여야 지지도가 오차범위 안이었던 사실, 서울 용산의 경우 당선 가능성은 [황춘자 후보 33.9%, 더민주 진영 후보 37.2%]였다는 사실 등 주요 정보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외에 10곳의 조사 지역 중 2곳만 3위 후보까지 결과가 표시되고, 나머지 지역들은 1·2위 후보들만 조사 결과를 보도해 다른 후보들에 대해선 최소한의 정보 전달도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언론노조 MBC본부는 <뉴스데스크>와 관련해 △광주 방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축소보도, △서울 첫 야권단일화 서울 은평갑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후보 흠집보도,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개입’ 행보 은폐, △이색유세 보도에서 여권 후보 편향 보도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8조(여론조사의 보도) 제6항은 “방송은 여론조사결과가 오차범위 내에 있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명확히 밝혀야 하며, 이를 밝히지 않고 서열화 또는 우열을 묘사하여 시청자를 오인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방송심의위에서는 오차범위 내 여론조사 결과에 “앞섰다”, “뒤졌다”라는 표현에 대해 제재를 해왔다.(▷관련기사 : MBC “정몽준이 박원순에 앞섰다” 보도했다가 ‘권고’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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