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변호사 조들호>의 매력은 법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법은 공평하다고 배웠지만 현실에서 법은 언제나 있는 자의 편에 서 있을 뿐이다. 잘나가던 검사가 어느 날 갑자기 노숙자로 전락했다. 그런 그가 한 사건을 통해 각성하고 억울한 약자들의 편에 선 변호사로 돌아왔다.

각성한 조들호, 약자의 편에선 그가 반가운 이유

고졸이 전부였지만 그는 사시 수석을 했다. 그 명석한 두뇌로 뛰어난 검사가 되었고, 거대 로펌 금산의 대표 변호사 장신우의 딸인 장해경과 결혼해 단란한 가족까지 꾸렸다. 세상 모든 것이 조들호를 위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명석한 두뇌 하나로 그는 세상 모든 것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몰락은 제대로 된 법집행을 하려는 순간 찾아왔다. 국내 10대 기업 중 하나인 대화 그룹의 정 회장을 엄벌하려던 조들호는 조직적인 비호세력에 의해 나락으로 빠지고 말았다. 강직한 검사에서 비리 검사로 낙인이 찍힌 조들호는 그렇게 세상에서 사라지는 듯했다.

세상 모든 것을 가졌던 남자 조들호는 모두에게 버림받았다. 보육원에서 자라 오직 공부만 해서 성공했던 조들호. 그는 금산의 대표 변호사인 장신우를 아버지처럼 따랐다. 장인이지만 부모의 정을 느껴보지 못한 그에게는 아버지나 다름없는 인물이었다.

KBS 2TV 새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부인인 해경과도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자신했다. 어린 딸까지 둔 들호는 그렇게 행복만 느끼며 살아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제대로 된 법을 집행하려는 순간 그는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들호는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장인과 부인에 의해 처절하게 무너졌다.

뇌물 수수 혐의로 검사직에서 물러나야 했던 조들호는 3년이 지나 길거리 노숙자로 변해 있었다. 그렇게 잘나가던 조들호가 더러워서 누구도 가까이 가려하지 않는 노숙자로 변했을 것이라 생각했던 이들은 없었다. 노숙자 삶도 편안해지고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 들호에게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금산에 변호사로 들어선 이은조는 조사를 하러 나와 노숙자 들호와 만나게 된다. 은조는 그저 수많은 노숙자 중 하나라고 생각했던 그가 자신이 금산에 들어와 처음 변호사로 법정에 서게 된 사건의 공동 변호사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들호가 3년 동안의 노숙자의 삶을 털어내고 다시 법정에 들어서게 된 이유는 가족과 같았던 보육원 동생의 죽음 때문이었다. 보육원 출신인 들호는 검사가 된 후 모든 과거를 씻어내고 싶었다. 자신이 보육원 출신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싶었던 그는 자신을 찾아온 보육원 동생들을 떼어내기에 바빴다.

들호와 형제 같이 지낸 강일구는 성공하고 변한 그가 싫었다. 누구보다 그의 성공이 기분 좋았던 일구였지만 법원 앞에서 자신들을 외면하고 돈 몇 푼 쥐어주고 가려는 그가 싫었다. 그에게서 더는 보육원 동생들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KBS 2TV 새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들호는 성공하고 싶었다. 어떤 방법으로든 이 법조계에서 최고가 되고 싶었다. 현 서울지검 검사장인 신영일에 의해 들호는 날개를 달고 싶었다. 누구보다 성공에 대한 갈망이 많았던 둘은 천생연분이었다. 무죄를 유죄로 만들고 유죄를 무죄로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진 둘은 환상적인 팀이었다.

문제는 들호가 결정적인 순간 배신을 하면서 시작됐다. 지켜야만 하던 재벌가 회장을 법정에서 제대로 공격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법의 정의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려는 순간 들호는 팽을 당하고 말았다. 오직 자신의 성공을 위한 말이었던 조들호는 그렇게 모든 이들에게 혐오의 대상이 되어 버려졌다.

좋은 집안과 대학을 나와 법조인이 된 이들에게 조들호는 이방인일 뿐이었다. 그는 오직 명석한 두뇌 하나만을 믿고 현재의 자리까지 오른 인물일 뿐이고, 그런 그를 비호할 이들은 없었다. 그렇게 버림을 받은 조들호는 자신이 잊고 싶었던 과거로 인해 각성하게 된다.

3년 전 보육원 동생인 일구를 돕기 위해 사건을 은폐했지만 일구는 여전히 길거리에서 도둑질을 하는 존재일 뿐이었다. 그날도 다른 사람의 지갑을 훔쳐 달아나다 들호와 우연하게 마주했다. 3년 전 검사와 범죄자처럼 말이다.

쌓이고 묵었던 감정을 털어내고 다시 보육원 시절의 관계로 돌아갔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것은 다시 틀어졌다. 형과 동생의 관계를 회복하고 헤어지는 순간 일구는 트럭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지고 말았다. 일구가 도둑질을 했던 것은 어려운 보육원을 돕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도둑질을 해서 번 돈을 모두 보육원에 보냈던 일구. 그런 일구가 그렇게 허망하게 죽고 말았다.

더는 무너질 것도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무너진 들호는 회복불능의 상태까지 추락한 상태였다. 멍한 상황에서 그는 3년 전 방화 사건의 진범 이야기를 뉴스를 통해 보게 된다. 친동생 같았던 일구의 죽음으로 더는 잃을 것도 없을 정도로 모두를 잃은 그는 억울한 피해자가 된 방화 사건의 진범을 위해 일어섰다.

자신이 진실을 알고 있는 그 사건. 억울한 희생자를 만드는 현실 속에서 그는 분연히 일어서 변호사로 법정에 들어서게 되었다. 무기력했던 조들호. 탁월한 재능을 가졌지만 성공에 대한 욕망만 가득했던 조들호는 그렇게 태양을 향해 날아가다 촛농으로 만든 날개가 녹아 추락하고 말았다.

KBS 2TV 새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탐욕이 가득한 세상에서 오직 성공만을 위해 달렸던 조들호는 모든 것을 잃은 후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조들호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 살아왔던 법조인의 모습에서 벗어나 진짜 약자를 위한 변호사가 되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이 공평해야 한다는 것은 국가가 존재할 수 있는 절대 명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도 법이 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진 자들의 편에 서는 법은 언제나 그들을 위해 움직이는 존재일 뿐이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여전히 유효한 우리 사회에 조들호는 가장 약한 이들을 위한 동네변호사가 되었다.

법을 성공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그들에게 조들호는 법은 공평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그저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억울한 이들을 구하는 방법으로 법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조들호의 이야기는 그래서 반갑다.

박신양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그런 모습들이 불쑥 불쑥 등장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박신양은 믿고 봐도 좋을 정도로 연기를 잘한다. 그리고 강소라의 조합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최소한 배신은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선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불공정한 법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점은 흥미롭다.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성공할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드라마가 내세우는 주제의식에 비해 구성이나 진행과정이 가볍다는 점이다. 이는 그만큼 누구나 쉽게 보며 따라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 진행이 드라마의 주제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는 점에서 박신양과 강소라의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흥미롭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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