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문화부 차관이 지난 2일 문화부 출입기자 정례 간담회에서 KBS가 보신각 제야행사 중계 과정에서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목소리를 의도적으로 삭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알아서 해석하라”며 “그 부분은 뉴스방송이 아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신경민 MBC 뉴스데스크 앵커는 오마이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신재민 문화부 차관이 ‘타종 방송이 뉴스는 아니다’라고 말했고, 제작진의 해명도 읽어보았다. 그렇다면 (현장 상황이 기획의도와 다르다면) 현장음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저널리즘 차원에서 여러 가지 논쟁을 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코멘트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주장을 보면서 ‘기자 출신’ 신재민 차관과 ‘현직 기자’ 신경민으로 대비된다. 또한 ‘조선일보 기자 출신’ 신 차관과 ‘MBC 현직 기자’ 신 앵커로 대비된다.

▲ 신재민 문화부 차관 ⓒ여의도통신
신 차관의 ‘뉴스방송이 아니었다’는 주장을 곱씹어본다. KBS는 31일 밤, 보신각에서 현장 생중계를 하고 있었다. 신 차관 ‘발언의 원천’은 바로 ‘뉴스방송’에 대한 무식함에 있다. 신 차관은 뉴스를 ‘KBS9시’ ‘MBC뉴스데스크’와 같은 프로그램 속에 몇 가지의 꼭지를 배열하여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틀로 보도하는 행위쯤으로 이해하는 것 같다.

하지만 뉴스라는 개념은 ‘시사보도’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즉 기자들이 만드는 MBC의 ‘2580’이나 KBS의 ‘4321’ 등 심층시사다큐도 뉴스이고, 피디들이 만드는 KBS의 ‘추적60분’이나 MBC의 ‘PD수첩’ 등 심층시사다큐도 뉴스다. 그것은 곧 피디들(물론 연예전문피디가 포함된)이 만드는 제작물, 특히 그것이 현장 생중계이면 당연히 뉴스방송에 해당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올림픽 전야제를 생중계하는 것도 뉴스이며, 철거현장의 아비규환을 생중계하는 것도 뉴스다. 태풍이 몰아치는 강원도 산골마을 어느 이장집이 어떻게 피해를 당하고 있으며, 당했는지, 이장이 강원도청을 향해 “미리 준비했으면 이 정도의 피해는 입지 않았을 것”이라고 푸념하는 말 한 마디도 뉴스다. 이렇게 뉴스는 ‘시사적인 내용을 다루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신 차관은 기자가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했나’류의 ‘6하원칙’이 들어가 있는 원고지 3~4쪽짜리 기사를 읽어주는 것만 뉴스라고 생각하는,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 아니 박정희가 선글라스 쓰고 개폼 잡던 유신시절, 검열시절의 지식만으로 현재를 살고 있다는, 의도하지 않게 무식함만 스스로 폭로했고, 발각되고 말았다.

분명,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소리를 듣기 위해서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이 자체만도 뉴스다. 축제의 장에는 온갖 발언과 행위 등 표현이 뒤섞인다. 분노와 좌절, 희망과 기대. 송구영신의 밤을 보내기 위해서 거리로 나온 수많은 시민들은 이런 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했던 것이고, 그 들 중 어떤이는 분노와 좌절를 부각시켰을 터이며, 어떤 이들은 희망과 기대를 크게 생각했을 터이다.

▲ 1월 1일 MBC 뉴스데스크 클로징 코멘트에서 신경민 앵커는 “이번 보신각 제야의 종 분위기는 예년과 달랐다. 소란과 소음을 지워버린 중계방송이 있었다”고 전하며 “화면의 사실이 현장의 진실과 다를 수 있다는 점, 그래서 언론, 특히 방송의 구조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시청자들이 새해 첫날 새벽부터 현장실습교재로 열공했다”고 덧붙였다.
그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온갖 군상들을 한편으로 위로하고 한편으로 격려하며 하나의 축제로 승화해나가기 위함이 생중계의 기획의도였고. 그런데 분노와 좌절의 시민들이 표현한 것은 삭제당했다. 분노와 좌절의 시민들은 시민들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신 차관과 그의 일당들의 눈에야 고소영이니 S라인이니 강부자만 시민이겠지만, 공영방송 KBS의 눈에는 고소영 S라인 강부자도 2500원의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이고 이명박 정권 치하에서 신음하는 이들도 2500원의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들이다. 한데 어찌 하여 신 차관과 그의 일당만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로만 대우하고, 다른 이들은 배제시키는가?

그것이 사회환경 감시기능과 오락기능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공영방송의 제대로 된 태도인가? 이것은 저널리즘의 기본과 더불어 오락기능이라는 2중적 성격을 지녔기 때문에 ‘신경민 앵커’가 말한 ‘저널리즘 차원의 여러 논쟁’이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영상의 편집과 구성 과정에서 조작적 행위와 기술적 행위는 시청자가 판단할 몫이다. 하지만 특정 정치집단의 윗분 심기를 헤아려 ‘지독한 아부성 편집과 구성과정의 조작’이 개입되었다면 이는 분명히 ‘공정성’이라는 저널리즘의 기본을 정면으로 훼손한 행위다.

열광하는 시민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면 분노하는 시민들의 행위도 클로즈업하는 것이 공정성이고, 현 정권을 찬양하는 명사들의 발언이 있었다면, 광장에서 비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보여주는 것이 공정성이다. 기본적인 저널리즘 원칙으로부터 이 것 외에도 많은 것을 지적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신 차관이 기자 출신이고 신 앵커가 현직 기자인 것은 사실이나, 그 지식과 역량 그리고 실천하는 지식인의 기본 소양에서 천양지차의 내공차이를 확인한 것이 또 하나의 성과라면 성과다. 또한 조선일보 출신의 편파적 뉴스방송의 이해, 즉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게 손해나는 모든 방송행위는 뉴스방송이 아니라고 우기는 뿌리의 경향성과 MBC의 ‘개념있는 있는’ 현직기자로서 있는 그대로의 삶의 현장을 보여주면서 시청자가 판단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뿌리의 경향성 차이를 확인한 것도 성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신경민 앵커에게 논리적으로 완패한 신재민 차관이지만, 무식하면 용감할 수 있고, 용감해서 출세할 수도 있다는 것까지는 무시하지는 않는다. 신 차관은 출세할 수 있는 자질만 있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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