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보신각 타종 생중계 조작’ 논란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넘어가게 됐다.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는 5일 KBS ‘특별생방송 가는해 오는해 새 희망이 밝아온다’에 대해 방통심의위에 심의 요청서를 접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언론연대는 “해당 프로그램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언론관계 악법 철회를 요구하는 현장 시민들의 함성을 다른 음향효과로 왜곡하고, 시위장면은 의도적으로 비추지 않았다”며 “이는 방송의 공적 책임을 무시하고, 공적 방송이 특정 정파의 이익을 위해 그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 무대 중심으로 진행된 KBS 보신각 타종행사 생중계 방송 캡처. KBS가 생방송 중계로 내보낸 시민들 장면(왼쪽 아래)은 대학로이고, 무대(오른쪽 위)와 부감샷(왼쪽 아래)은 종로 보신각이다.
현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소속 방송·신문 종사자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언론관계 7대 악법의 철회를 주장하는 파업을 진행중이고, 보신각 행사 당일 촛불을 든 시민들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독주’ 정책에 반대하는 함성을 외치며 새해를 맞았다. 이날 행사에는 각종 MB정책 반대의 손팻말, 깃발 등이 나부껴 MBC, YTN 등 타 방송사의 생중계에는 이 장면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KBS의 생중계에는 진행 아나운서의 오프닝 멘트 후에 현장에서 발생한 시민들의 ‘언론관계 악법 철회’ 등의 함성을 대신해 준비된 ‘박수소리 음향효과’로 대체했고, 이에 대한 일체의 안내 멘트나 자막을 제공하지 않았다. 또 무대의 영상은 종각의 모습을 담으면서도,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모습은 종각이 아닌 대학로의 장면을 내보냈다.

▲ 2009년 1월1일자 MBC <뉴스데스크> 클로징 코멘트 장면
지난 1일 MBC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는 클로징 코멘트에서 “이번 보신각 제야의 종 분위기는 예년과 달랐다. 소란과 소음을 지워버린 중계방송이 있었다”며 “화면의 사실이 현장의 진실과 다를 수 있다는 점, 그래서 언론, 특히 방송의 구조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시청자들이 새해 첫날 새벽부터 현장실습교재로 열공했다”고 말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언론연대는 “‘편집’과 ‘조작’은 분명히 구분돼야 하는 개념으로, 방송의 공공성에 비추어 보면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입장간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면서 “실제 행사장에서 나오지 않은 소리를 다른 음향효과로 대체하고 행사장의 시민들 모습을 일체 비추지 않으면서도 일체의 안내 코멘트나 자막이 없어 TV를 시청하는 국민들로 하여금 제야의 타종 행사 분위기를 모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심의 요청 근거에서 “방송은 공적매체로서 그 공정성을 유지하고 시청자의 권리를 옹호해야 한다”면서 “해당 프로그램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중 △방송의 공적책임(제7조)과 △공정성(제9조) △품위유지(제27조) 등의 조항을 위반했다”며 징계 제제조치를 명해달라고 촉구했다.

방통심의위는 민원인이 심의요청서를 접수한 날로부터 30일까지 심의 결과를 통보하기로 되어 있다. 현재 방송통신심의위는 MBC <뉴스데스크>와 <뉴스 후> <시사매거진 2580> <PD수첩> 등 미디어관계법을 다룬 MBC 보도 및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대해 공정성과 객관성 등 방송심의 규정 위반 여부를 놓고 중점 심의에 들어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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