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한국 프로야구 선수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상한액을 800만 달러(약 93억8000만 원)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8일 이와 같은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KBO가 공개한 MLB의 한국 프로야구 선수 포스팅 금액 상한선 제안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일본프로야구와의 차이 때문이다.

MLB 사무국은 지난 2013년 12월 일본야구기구(NBP)와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의 포스팅 금액 상한선을 2000만 달러(약 232억 7000만 원)로 정한 바 있다.

결국 이번에 MLB에서 KBO에 제안한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에 대한 포스팅 금액 상한선은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의 MLB 포스팅 금액 상한선의 40%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KBO 측은 아직 상한선이 정해진 것이 아니고 이 문제에 관해 MLB 사무국과 계속 논의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미 국내 일부 언론과 팬들은 MLB가 한국 프로야구를 무시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환율과 물가, 그리고 양국 야구 선수들의 기량과 전체적인 연봉 수준을 따져 볼 때 지나치게 평가절하됐다는 것.

실제적으로 보면 사실 MLB의 이와 같은 제안은 분명 현실과 괴리가 있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재활 중인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좌완 류현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베이징올림픽,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 프리미어12 우승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증명한 한국 프로야구 정상급 선수들의 기량을 고려할 때, 메이저리그 무대의 문을 노크할 정도의 객관적 기량을 보유한 한국 선수들의 기량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일본 선수들과의 비교에서 결코 뒤질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LB에서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에 대한 포스팅 금액 상한선을 3년 전에 정한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에 대한 포스팅 액수 상한선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로 정해 제안한 배경은 무엇일까.

일단 이번 MLB의 제안은 KBO 리그의 선수들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MLB에서 어떤 기준을 정해야 할 만큼의 수준에 올라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기분 좋은 일로 받아들일 만하다.

특히 류현진(LA다저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 일본 프로야구나 메이저리그의 팜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KBO에서 곧바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선수들이 출중한 기량을 과시하면서 KBO 리그의 수준을 충분히 증명했고, 그와 같은 활약에 힘입어 올 시즌에도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등 KBO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하는 선수들이 속속 배출되면서 더욱 더 이와 같은 포스팅 액수 상한선 규정 마련이 필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포스팅 시스템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병호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나 구단들 입장에서는 이번 포스팅 금액 상한선 제안 때문에 한국의 야구팬들이나 언론이 느끼는 감정적인 문제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오로지 메이저리그와 구단의 이익에 부합하느냐가 이들의 최우선 고려사항일 뿐이다.

그리고 아직 메이저리그 입장에서 보자면 한국 야구는 일본 야구에 비해 낮은 수준에 있고 좀 더 검증이 필요한 리그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 이번 포스팅 금액 상한선 제안을 통해 새삼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KBO 리그와 선수들에 대한 시각과 평가가 천차만별인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일부 구단들의 시각이 객관적 현실과는 분명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기분 나빠 할 일은 아니다.

그보다는 이번 제안의 영향이 KBO 리그 구단과 선수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MLB가 지난 2013년 말 일본야구기구에 포스팅 액수 상한선으로 2천만 달러를 제시했을 때 일본 구단들이 강하게 반발했으나 결국에는 협상이나 조정의 여지없이 이를 수용했다는 점을 떠올려 볼 때, KBO에 대한 MLB이 제안도 그대로 수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렇다고 본다면 KBO 리그 구단 입장에서는 소속 선수가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고,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해 있을 때 해당 선수가 자유계약 신분을 획득하기 전이라도 최대한 높은 포스팅 금액을 받고 메이저리그에 선수를 보낼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막혀버리게 된다. 앞으로 ‘류현진의 유산’ 따위는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는 말이다.

다만, 팀의 간판스타인 선수와의 갈등 없이 1-2년 더 데리고 있게 됨에 따라 전력 누수를 방지하고 경기장에 좀 더 많은 팬들을 끌어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긍정적으로 생각할 부분도 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 김현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제는 선수다. 자유계약선수 신분을 얻기 전이라도 메이저리그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루트는 구단의 동의를 얻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것이지만, 국내 프로야구 시장의 규모나 성장세를 감안하면 800만 달러라는 포스팅 금액 상한선은 선수에게도 역시 재앙과도 같은 숫자다.

결국 구단의 입장에서나 선수의 입장에서나 앞으로는 메이저리그 직행보다는 일본을 거치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구단의 입장에서 어차피 헐값 포스팅으로 선수를 메이저리그에 보낼 수도 없고, 1-2년 후 선수가 자유계약신분이 되면 외국 리그에 진출해도 한 푼의 이적료도 챙길 수 없게 된다는 점을 따져보면 일단 선수를 일본 구단에 보내서 이적료를 챙기는 것이 이익일 수 있다.

선수 입장에서도 일본에서 기량을 검증 받고 좀 더 좋은 조건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루트에 대해 금전적으로도 나쁠 것이 없고, 자신의 기량을 거듭 검증 받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는 측면에서도 나쁠 것이 없다.

하지만 일본 프로야구가 전반적인 수준이 KBO 리그보다 높고 적응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한국에서 1-2년 더 뛰고 자유계약 신분을 얻어 홀가분하게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루트에 비한다면 위험부담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선수가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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