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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는 두 장, 녹색당 어떻습니까”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감당할 수 없는 한국사회, 대안이 필요하다”
박장준 기자 | 승인 2016.03.18 15:30

선거가 돌아오면 ‘보도블록’ 정치가 횡행한다. 현역 국회의원은 자신이 예산을 얼마나 따왔고 우리 동네 어디에 어떤 시설을 지어 올렸다고 선전한다. 경쟁후보들은 개발에서 소외된 어디에 또 무엇을 짓겠다고 약속한다. 많은 시민들은 이런 보도블록 정치가 허황된 것인지 알지만, 결국 정치인들은 자신의 지역에 쏟아 부은 보도블록과 콘크리트를 ‘공적’으로 자랑한다. 역대 최악의 삽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4대강 사업’이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여전히 그곳에서 바이킹을 즐긴다.

그런데 “보도블록을 다시 깔자”는 ‘진보정당’이 있다. 시각장애인과 휠체어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당은 발전소를 수십 수백 곳 지어 올리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핵발전소가 아닌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소 말이다. 1번당, 2번당, 3번당 같은 거대정당들은 ‘박근혜 찬반’으로 선거판을 짜고 있지만, 이 당은 “뜨거운 지구와 핵조선에서 탈출하자, 빙하가 아니라 애인을 녹이자”는 플래카드를 내건다. 그래, 녹색당은 이런 정당이다.

   
▲녹색당의 총선 플래카드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밀양, 강정, 영양, 영덕, 4대강 현장에서 싸운 녹색당이 ‘정당투표 득표율 3%’를 위해 총선에 뛰어들었다. 녹색당의 이번 총선정책은 생태, 평화, 기본소득, 소수자, 주거권, 동물권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녹색당은 “탈핵이 일자리”이고 “평화가 대안”이고 “한국사회에 맞는 복지의 체계는 기본소득”이고 “소수자의 권리, 주거권, 동물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5일 서울 종로 통인동에서 만난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서울 종로 출마)은 “현장의 문제를 풀고 싶은 절박함 때문에 다른 정당보다 훨씬 일찍 총선을 준비했다. 누구보다 더 먹고 사는 문제의 대안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바로가기: 녹색당 20대 총선 공약

인터뷰의 첫 질문은 이랬다. ‘소위 진보적인 시민들은 녹색당을 착한 정당 정도로 본다. 그래서 지지가 모아지지 않는다.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승수 위원장은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현장에서 마냥 착한 사람들이 아니다. 강정, 밀양, 영덕 같은 현장에서 가장 치열하게 연대한 정당이다. 현장에서 싸우면서 우리의 한계를 느꼈다. 심지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도 힘들다. 법안도 발의하지 못한다. 다른 당에게 법안을 만들어서 줬고, 현장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서 누구보다 열심히 싸웠다. 그런데 잘 안 됐다. 한명이라도 국회에 들어가면 많이 바꿀 수 있다는 당원들의 절박함이 있다.”

1% 수준인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경제적 대안’을 제시하는 데 집중했다는 게 하승수 위원장 이야기다. 그래서 ‘탈핵’과 ‘일자리’를 연결했고, ‘기본소득’과 ‘주거권’을 제시했다. 하승수 위원장은 “녹색당은 ‘먹고 사는 문제’, 즉 경제문제에 대한 대안이 부족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그래서 기본소득과 주거권, 에너지와 일자리 문제를 중심으로 정책을 고민했다”고 전했다.

기본소득부터 보자.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재명 성남시장의 ‘청년배당’ 같은 모델이 있다. 그러나 왼쪽에서는 ‘북유럽의 기본소득 논의는 복지를 축소하려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는 비판이 있고, 그 반대편에서는 ‘포퓰리즘’이라고 공격을 한다. 그러나 하승수 위원장은 “기본소득은 유럽과 달리 저부담-저복지에서 일자리까지 줄어드는 한국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청년, 장애인, 고령층에 대한 복지와 현금소득 보장제도를 ‘기본소득’으로 다시 설계하자”는 이야기다.

“운동의 측면에서 보자. 한국에는 엉성하지만 법이 만들어져 있다. 장애인연금, 기초생활보장제도 같은 것들이 있다. 소위 ‘제목만 만들어진 복지’가 예전보다 많아졌다. 당연히 당사자들은 예산을 더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고, 정부는 ‘예산이 모자라다’며 줄다리기를 한다. 청년 따로 장애인 따로 싸우면서 ‘분배’의 문제에 부딪힌다. 조세와 예산은 쉽게 바꿀 수 없다. ‘기본소득’은 장애인, 청년, 저소득계층, 농민, 고령층을 한 데 묶을 수 있다. 이들의 정치적 힘을 결집해야 한다. 그러면 조세제도를 바꿔 재벌과 부유층에 더 많은 세금을 물리고 토건사업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강한 정치적 요구를 할 수 있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일자리 문제. 하승수 위원장은 “경제성장이 어렵고 기존산업에서 일자리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고 하지만 그보다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위험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핵발전’ 대신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야기한다. 다른 나라에서도 핵발전을 단계적으로 폐기하는 상황에서 풍력, 태양광 등에 투자를 한다면 충분히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탈핵이 일자리다’라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생태와 일자리를 연결한 녹색당의 ‘경제공약’이다.

“지금 한국은 원전이 더 필요할 정도로 전기가 필요하지 않다. 올해 겨울도 전력소비는 사상 최대 수준이었는데 전력예비율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발전소가 남아돈다는 이야기다. 더 이상 ‘원전이 필요하다’는 사기를 당하지 않아야 한다. 원전은 ‘필요악’이 아니라 필요 없다. 그런데도 원전 13개를 더 짓겠다고 한다. 나이든 원전을 폐쇄하면서 에너지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 같이 재생가능에너지원을 이용하면 된다. 지역에 소규모 발전소를 두고,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같은 ‘주거권’ 정책도 녹색당의 대표공약 중 하나다. 하승수 위원장은 “지금 전월세는 직접적인 규제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지경이다.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은 주택 가격을 갑자기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거품을 ‘스톱’하고 문제를 연착륙 시킬 수 있는 수단이다. ‘토지’는 금융과 함께 진보진영이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문제인데 녹색당의 답은 ‘스톱’이다. 이미 많은 나라가 시행하고 있는 ‘상식’적인 제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하승수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주거정책인 ‘뉴스테이’에 대해 “건설사를 살려주는 정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언뜻 보기에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노동당 등의 정책과 비슷한 면이 있지만 녹색당 공약은 ‘토지 공개념’ 개념이 더 짙다. 하승수 위원장은 중장기적으로 ‘토지 공개념’을 강화하는 방향의 주거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실에서 주택은 ‘자산’이고 ‘투기의 대상’이지만 이를 적정 수준에서 규제해야만 12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면서 주거에 대한 ‘권리’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게 하승수 위원장 생각이다. 그는 “토지를 사유화해 이윤과 자기 이익을 증식하는 것은 원래 정당하지 않다는 게 녹색당의 기본생각”이라며 “그런데 현실이 그렇게 돼 버렸고, 서울 같은 경우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녹색당은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입자 정책도 내놨다.

녹색당이 ‘구호’에 그치지 않는 영역 중 하나가 바로 ‘소수자’다. 녹색당은 2011년 창당 때부터 성소수자들과 꾸준히 만나며 정책을 만들었다. ‘동성결혼 법제화’ 공약도 이런 과정에서 나왔다. 하승수 위원장은 “왜 소수자를 이야기하냐고 묻는다. 정치는 이들을 대변하지 않는다. 소수자, 청소년은 사실 득표전략에서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녹색당의 역할은 소수자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도 교회에 찾아가 성소수자 차별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겠나’라는 질문에 “녹색당의 정책은 가장 보편적인 수준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성소수자의 목소리가 대변이 되는데 한국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있는 녹색당 서울시당 사무실 출입문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하승수 위원장은 ‘종로’에 출마했다. 종로는 서울의 중심이기도 하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정세균 의원이 대결하는 지역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하 위원장은 이곳에서 3% 이상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당선 가능성은 낮지만 하 위원장을 포함한 녹색당 대표선수들이 지역구에 출마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종로에서 무엇을 발견했느냐’는 질문에 “종로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다. 유동인구, 노동인구가 많다. 주거환경의 양극화도 심하고,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도 심각하다. 청와대 같은 권력기관도 있다”고 말했다. 녹색당이 싸웠던 상대가 있고, 녹색당의 정책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는 지역이라는 이야기다.

하승수 위원장과 녹색당은 이번 총선을 완주할 계획이다. 하 위원장은 “녹색당은 지금 자기 길을 갈 시기다. 다른 진보정당도 인정한다. 녹색당만의 관점과 정책으로 유권자들을 만나는 게 지금 녹색당이 할 일”이라며 “총선보다 이후가 더 중요하다. 대선까지 어떤 판을 만들지 중요하다.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진보정당들이다. 선거제도를 바꿔 다양한 목소리를 정치가 담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녹색당의 목표는 ‘정당투표 득표율 3%’다. 하승수 위원장은 “지역후보가 없이는 비례대표 선거운동도 할 수가 없다. 마이크조차 쓸 수 없다. 우리는 지역구 후보가 다섯뿐이라 열심히 뛰어도 정당투표 운동을 할 수 있을까 말까 한다. 그러나 투표용지는 두 장이다. 지역개발 공약이 아닌 녹색당의 정책을 보고 판단해 달라. 그리고 소신 있게 투표를 해달라”고 말했다.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내가 단 하루라도 살고 싶었던 세상을 녹색당이 보여줬다”며 지지 선언을 했다. 격이 다른 진보정당, 녹색당은 유권자 여러분의 소중한 ‘두 번째 표’를 기다리고 있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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