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관인 방문진에서 MBC녹취록 논란의 장본인 백종문 본부장에게 질의응답 시간을 갖기로 최종 결정했다.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는 증거 없이 해고했다’는 발언이 담긴 녹취록 사태가 터진 지 약2개월 만의 일이다.

3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에서 ‘MBC녹취록’ 진상규명을 위한 야당 추천 이사들의 <백종문 이사 출석 결의의 건>(유기철·이완기·최강욱 이사)이 상정됐다. 그 결과, 차기 정기 방문진 이사회에서 백종문 본부장에 충분한 ‘질의응답’ 시간을 갖기로 결정했다. 방문진의 차기 정기이사회는 오는 17일이다. 그동안 방문진에서의 논의과정을 보면 진일보 한 결론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로 인한 진상규명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미디어스

야당 추천 이완기 이사는 해당 안건 ‘제안설명’을 통해 “백종문 미래전략 본부장이 증거 없이 직원(최승호·박성제)을 해고했다고 스스로 자백했다”며 “녹취록에 따르면, 패소할 걸 알면서도 소송비용과 변호사를 몇 십 명을 쓰던지라는 표현도 나온다. 업무상 배임 혐의 성격이 짙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매체에 (사측에 유리한)기사를 대가로 청탁을 받고 특정 인물을 MBC 프로그램에 출연시켰을 뿐 아니라, 사내 내밀한 정보를 주기로 약속하기도 한다. 경영사원 채용에도 지역차별을 언급한다”고 덧붙였다.

#1. 제안설명…백종문이 방문진에 출석해 진의여부 밝혀야하는 이유

이완기 이사는 “MBC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려드립니다>를 통해 불법해고가 아니고, 사적인 자리라고 주장하면서 ‘정치공작’, ‘계절병’ 등으로 특정 국회의원을 비방했다”며 “공영방송사가 내놓은 보도자료라고 보기 민망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녹취록에 대한 방문진에서의 논의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이완기 이사는 “보도가 나간 다음 날 유기철 이사와 고영주 이사장님을 찾아 논의를 촉구했다”며 “하지만 고영주 이사장은 사안의 중대성은 인정하지만 시급하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4일 최초 논의가 시작됐지만 일부 이사들은 ‘보도내용이 편집·왜곡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녹취록 전문을 요구에 따라 최민희 의원실에 자료를 공식 요청해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리고 18일 이사회에서 백종문 본부장의 출석해 진상을 들어보자는 의견에 5명이나 동의했지만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백종문 본부장 출석을 반대한 방문진 이사들의 논리는 이미 알려진 대로 △사적인 자리의 발언으로 문제가 될 게 없다, △정치적 사안으로 (방문진 논의는)쓸데없다, △MBC 구성원 개인 비위에 대해 방문진이 조사해야 하느냐 등으로 압축된다.

이완기 이사는 이와 관련해 “사적자리 여부를 떠나 본인이 발언한 것들은 명백한 팩트”라면서 “취해서 한 이야기라도 하더라도 모든 행위가 덮어질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정치적 사안이라는 주장이야 말로 악의적 발언”이라면서 “선거를 앞두고 선동하려고 했다는 것은 주장일 뿐, 입증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MBC 구성원의 비위라는 주장 역시 방문진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MBC는 그동안 자사의 명예훼손에 대해 자사 직원들에 대해 인사위 회부 및 징계를 해왔지만 백종문 본부장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것 또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그 문제 또한 방문진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라는 얘기다.

이완기 이사는 “공영방송 MBC와 관련해 사회적 파장이 일어났다면 그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며 ‘시청자주권’ 개념을 들어 설명했다. 그는 “녹취록의 핵심은 MBC 핵심업무를 맡고 있는 인사가 공적 영역의 부분에서 문제를 일으켰지만 아무런 사과도 없다는 점”이라면서 “그렇다면 MBC에 대한 국민적 신뢰 또한 낮아질 수밖에 없다. MBC를 관리감독하는 방문진 또한 어떠한 형태로든 이번 사건에 대해 입장을 표명해야할 이유다. 뭉개고 넘어간다면 방문진의 존재 이유 또한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 비공개 회의에서는…MBC녹취록 사태와 관련한 ‘질의응답’ 하기로

이완기 이사의 안건 제안설명 이후 방문진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방문진은 MBC녹취록과 관련해 등장인물들에 대한 명예훼손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방문진 비공개 회의가 끝난 후, 야당 추천 유기철 이사는 기자들과 만나 “차기 정기 방문진 이사회에서 백종문 본부장에 질의응답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여야 추천 이사들 간 백종문 본부장의 ‘출석’ 여부를 놓고 이견이 컸으나 중재의 중재를 더해 나온 절충안에 합의한 것이다.

유기철 이사는 “비공개 회의에서 안광한 사장과 백종문 본부장의 관계가 있는데 어떻게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느냐”면서 “MBC녹취록 사태는 외부에서 해법을 찾아주는 수밖에 없다. 그 외부는 관리감독권을 가진 방문진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방문진이 적절하게 진상규명하고 조치하게 되면 MBC의 품위도 회복되고 안광한 사장도 편안하게 경영할 수 있을 것이다. MBC녹취록 파문의 피해자들에게도 위무의 효과도 있지 않겠냐. 방문진에서 진상규명하는 것이 일타 몇 피인것이냐”며 “늦었지만 이념과 진영, 편가름없이 상식과 순리에 따라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호소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야당 추천 최강욱 이사는 “왜 자꾸 감추려고 하느냐”면서 “떳떳하다면 왜 직접 나서서 해명을 못하냐, 범죄인도 수사를 받을 때 진술기회를 준다. 그것이 합리적 처리 방법”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소한의 검증 과정은 있어야 한다. 여러 여당 추천 이사들이 (주장에)자신있다면 MBC 토론 프로그램에서 토론해보자”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반면, 여당 추천 이사들은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의선 이사는 “근거 없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마무리 짓자. (보도를 하지 않은)다른 신문사들은 근거가 없어서 보도를 안 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동 이사는 “추가적 진상조사가 필요한 지 의문이다. 이 사안이 소환과 추궁의 대상이 되는지 동의하기 어렵다”며 “그럴 가치가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MBC녹취록 진상규명에 가장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권혁철 이사와 이인철 이사는 각각 “지난번 얘기했던 것으로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느냐”, “시간낭비이고 불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김원배 이사는 “본인(백종문)에게 소명의 기회를 주는 건 맞다”라는 입장을 개진했다는 전언이다.

여야 추천 이사들 간 설왕설래가 계속되자 고영주 이사장은 “술 마시고 허세부린 건 실수”라면서도 “그 건으로 부르는 것은 어렵다. 다만, 백종문 본부장이 다음에 나왔을 때 질문답변하면 된다”라고 중재안을 냈다. 여야 추천 이사들은 이 같은 고영주 이사장의 중재안에 합의했다. 여당 추천 이사들의 입장에서는 백종문 본부장을 별도의 안건을 상정해 출석시키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부담을 줄였다. 반면, 야당 추천 이사들의 입장에서는 MBC녹취록에 대해 최소한 당사자를 상대로 확인과정을 거칠 수 있다는 점에서 합의가 가능했다.

결국, 이로써 ‘MBC녹취록’ 사태가 터진 지 근 두 달 만에 방문진에서 백종문 본부장을 상대로 질의응답을 갖게 됐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