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와 뮤지컬 연습을 함께한, 욕심 많은 뮤지컬 배우가 있다. <오케피>에서 최우리와 함께 바이올린을 연기하는 박혜나는, 극 중 컨덕터와 별거 중에 있으면서 오케스트라 피트 안에서는 컨덕터에 이어 2인자의 자리를 차지하는 실력자이기도 하다.

그는 작년 11월에 결혼식 날짜를 미리 잡아놓은 터라 뮤지컬 연습에 합류하기에는 다소 두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오케피> 연출가인 황정민의 제안으로 박혜나는 결혼과 작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황정민은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 함께 박혜나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불러주었다고 하니, 이 인터뷰를 놓치면 손해가 막심할 것이다.

-대본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바이올린은 컨덕터(황정민, 오만석 분)와 왜 별거하게 됐나?

“바이올린이 오케스트라 피트에 설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이라면 어려서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유학도 다녀왔을 거다. 하지만 컨덕터의 아내로 보면 ‘스위치는 어디 있어?’하는 식으로 생활력이 다소 떨어진다. 이러던 차에 컨덕터가 하프(윤공주, 린아 분)에게 눈을 돌린다. 바이올린 혼자만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 별거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한다.”

▲ 뮤지컬 <오케피> 바이올린 연주자 역, 박혜나 ⓒ샘컴퍼니
-이전 뮤지컬에서 노래에 애를 먹었다면 <오케피>에서는 연기로 애를 먹지 않는가.

“이전에 참여한 뮤지컬이 노래적인 면이 강한 뮤지컬이다 보니 연기에 대한 고민을 디테일하게 하지 못한 것 같다. 공연하면 할수록 ‘산 넘어 산’이라는 걸 절감한다. 배울 게 많고 겸손해지는 걸 느낀다.”

-컨덕터가 하프와 친해지는 게 아내의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텐데?

“초반에는 둘이 친한 걸 몰랐다. 하프에게 한 방 먹이려고 했지만 도리어 하프에게 한 방 맞는다. 바이올린은 똑 부러질 것 같지만 그렇지도 못하다.(웃음) 바이올린 입장에서는 한 눈 파는 남편에게 ‘그만 해라, 컨덕터의 이미지 구기지 말고 그렇게 들이대고 싶냐?’며 ‘으이그’하며 지켜볼 것 같다.”

-<위키드>보다 노래하는 분량이 적어서 아쉽지는 않은가?

“처음부터 주연배우로 출발한 배우가 아니라서 <위키드>는 주목받겠다는 욕심보다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각오가 남달랐던 작품이다. <오케피>는 여러 배우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데 호흡이 너무 좋다.

사실 사심(?)을 채우기 위해 참여한 것도 있다.(웃음) 황정민 배우의 연기적인 면을 좋아하는 팬이었다. 황정민 배우는 연기에 있어 진실성이 느껴지는 배우로 많은 배우들이 좋아한다. 황정민 배우와 함께 무대에 설 수 있다는 면에서 <오케피>에 참여하게 됐다.”

▲ 뮤지컬 <오케피> 공식 포스터 ⓒ샘컴퍼니
-<오케피>를 연습할 때 결혼했다.

“<오케피>를 하고는 싶었으나 결혼할 예정이어서 다른 배우들에 피해될까봐 주저했다. 이럴 때 황정민 배우는 ‘결혼이 중요하지’하면서 결혼을 앞둔 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해주었다. 원래는 제가 결혼하는 날에 <오케피> 쇼케이스를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황정민 배우는 ‘진짜 중요한 건 출연하는 배우의 결혼식이다. 혜나 씨 결혼식이 우선’이라고 못박으면서 배우들이 축가까지 해줬다.”

-남편 김찬호 씨와 어떻게 눈이 맞았는가.

“당시 <헤이, 자나>를 공연할 때였다. 지금의 남편이 저보다 한 살이 어려서 아예 남자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야기하다 보니 다른 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제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깨주는 식으로 말이다. 이성에 대해 아예 닫혀져 있었으면 이성으로 보이지 않았을 거다.

한데 이성으로 보이지 않았는데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니 마음속에 훅 들어왔다. 남편의 꿈을 물어보니 ‘좋은 아빠’라고 하더라. 그 표현도 많이 와 닿았다. 선입견을 갖고 대했던 것에 대해 미안해하면서 좋은 면모를 많이 보고 결혼을 결심했다.”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는다. 데뷔 10주년을 맞는 배우의 첫 작품이 <오케피>이기도 하다.

“<오케피>를 준비하면서 결혼 준비를 하느라 염려도 있었다. 하지만 ‘매사에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가짐으로 마인드가 바뀌기 시작했다. 무명 생활이 길었다. 내게 맞지 않고 힘든 일이라 해도 십 년만 해보자고 달려들었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감사한 일이 많다.”

-뮤지컬 팬들에게 ‘박혜나’하면 맨 처음 떠오르는 게 가창력이다.

“음악적인 면으로도 팬들을 위해 채워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더해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를 찾는 팬들이 볼 때 매 회마다 발전하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배우는 무대에서 쏟는 만큼 채워야한다고 본다. 그래야 앞으로 제 공연을 찾는 팬들에게도 보답할 수 있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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