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들끼리 구성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던 ‘MBC경영평가단’에 연세대 윤영철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단체들은 윤영철 교수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해 ‘KBS와 MBC가 편향적이다’고 해 논란을 일으켰던 핵심인물이라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자유언론실천재단,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새언론포럼,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는 29일 공동논평을 내어 “‘MBC경영평가단’ 구성을 원점에서 재논의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방문진 산하 MBC경영평가소위원회에서 야권 추천 이사가 불참한 가운데 구성된 ‘MBC경영평가단’에 대해 “날치기에 가까운 폭거”라고 날선 비판을 제기했다. 여권 추천 이사들끼리 구성한 ‘MBC경영평가단’에 보수성향의 윤영철 교수가 포함된 것 또한 문제로 제기했다. (▷관련기사 : MBC경영평가단, 여당 추천 방문진 이사들끼리 구성?)

“중요한 의사결정은 미루는 것이 통상적인 회의체계의 상례”

▲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미디어스
방문진 산하 MBC경영평가소위원회(위원장 유의선)는 지난 3일 평가단 구성을 위한 첫 번째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야권 추천 이완기 이사는 정기이사회에서 ‘MBC 안광한 사장 출석’건과 ‘속기록 작성 안건’ 등이 연달아 부결되자 ‘격앙된 분위기에서 소위를 이어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를 들어 소위 회의 연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여권 추천 유의선 소위원장과 김광동 이사는 이완기 이사에 “남아달라”고 이야기를 하며 회의를 강행했다.

결과적으로 3명으로 구성돼 있는 소위에서 야권 이사가 빠진 채 회의가 강행됐다. 그리고 그곳에서 ‘MBC경영평가단’ 구성 작업이 구체적으로 진행됐다. 이완기 이사 측은 이와 관련해 ‘재논의’를 요구했으나, 유의선 소위원장은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했다.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 또한 “소위에서 결정된 것이라 번복하기 어렵다”고 묵인했다.

언론단체들은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유의선 소위원장의 주장에 대해 “실질적으로 여권 추천 이사 2명, 야권 추천 이사 1명으로 구성된 합의제 성격의 회의체에서 야권 추천이 빠진 상태로 내려진 결정이 어떻게 절차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인가”라면서 “설령 회의가 강행되었더라도 중요한 의사결정은 전원 또는 최다수가 참석한 상태에서 결정하도록 미루는 것이 통상적인 회의체계의 상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구나 ‘평가단 구성’은 경영평가소위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사항일 뿐 아니라, 위원들의 이념적․정치적 지향에 따라 의견이 많이 엇갈릴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야권 추천이사가 불참한 자리에서 여권 추천 이사 두 명이 일방으로 평가단 섭외대상을 결정한 것은 누가 보아도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최소한 전화로라도 야권 추천 이사의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 예의일 터이지만 그 조차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여당추천 이사들끼리 결정한 MBC경영평가단에 윤영철 교수?

이들은 ‘MBC경영평가단’ 구성의 절차 뿐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방송II’분야 평가위원으로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윤영철 교수가 결정됐다”며 “윤영철 교수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정연주 사장체제의 KBS가 편파·왜곡보도를 했다고 공격했던 ‘대통령 탄핵관련 TV방송 내용분석 보고서(약칭 탄핵방송보고서)’에 참여했던 핵심인물”이라고 지적했다. ‘탄핵방송보고서’는 방송위원회(당시 위원장 노성대) 의뢰로 한국언론학회(당시 회장 박명진)가 작성한 것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방송’과 관련해 ‘KBS와 MBC가 편향돼 있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언론계를 중심으로 ‘공정성’ 논란을 일으켰던 문건이다. 윤영철 교수는 당시 책임연구원이었다. 해당 이들은 “윤영철 교수는 또한 보수적 언론시민단체인 공발연(공영방송발전을 위한 시민연대) 창립식에서 당시 권력 및 사회 비판적인 탐사저널리즘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프로그램에 대해 ‘일부PD가 정파적․이념적 이익을 위해 편파 방송하는 것을 마치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것처럼 강변하고 있다’며 폄훼했었다”고 비판했다.

윤영철 교수는 2005년 12월 MBC <PD수첩> ‘황우석 편’과 관련해 동아일보 <문화방송(MBC)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제목의 칼럼을 기고한 바 있다. 당시 윤영철 교수는 “PD수첩팀이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사이언스’지를 상대로 진위 논란을 벌이고자 했다면 ‘사이언스’지가 인정할 만한 전문성을 지닌 기관의 검증을 받았어야 했을 것”이라며 “제보만을 믿고서 좌충우돌할 사안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아줄기세포 진위는 엄밀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과학적 진실’을 입증하는 게임이었다. 주장만을 앞세운 반면 증명을 게을리 했던 PD들이 하루아침에 ‘과학적 진실’을 규명하는 최종 심판자로 자처하고 나섰으니 과학자들이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면서 ‘PD저널리즘의 자체 검증 시스템 복원’을 주장했다. 2008년 7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윤영철 교수는 MBC <PD수첩> ‘광우병 편’과 관련해 “객관성과 정확성이라는 저널리즘의 원칙이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반면, 정부의 ‘행정소송’에 대해서는 “언론탄압이라는 변명이 MBC 생겨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사법적 제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기도 하다.

▲ 2008년 7월 21일 '조선일보'가 PD수첩 '광우병편' 관련 인터뷰

이들은 “이처럼 사회적 의제를 제기하면서 언론의 본령인 권력이나 기득권 비판 기능을 깎아내리거나 부정적으로 판단한 인사가 공영방송 MBC의 프로그램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것을 기대하기는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지금 MBC경영에서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는 나락으로 떨어진 뉴스․시사 분야”라면서 “이는 방문진 평가보고서를 포함해 방송통신위원회, 학회, 매체, 기자협회 등 여러 기관들의 각종 조사에서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이와 관련된 강도 높은 평가와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이들은 “MBC경영평가단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선이 중요하고 그래서 합의에 의해 구성돼 왔던 것”이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결정은 절차적으로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여권 추천이사들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만 구성해 경영평가를 요식행위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면서 재논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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