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경영평가를 맡게 될 방문진 산하 ‘경영평가단’을 여당 추천 이사들만 참석한 회의에서 구성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최종적으로 여당 이사들이 추천한 인물들로만 평가단이 구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MBC 경영평가 자체가 형식적인 내용으로만 채워질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까닭이다.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 이사회의 ‘MBC경영평가단’ 구성 절차를 놓고 여야 추천 이사들 간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방송문화진흥회법> 제10조(이사회의 기능)는 “이사회는 진흥회 MBC의 공적 책임에 관한 사항 및 경영평가·공표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문진은 이에 따라 MBC 경영환경 개선을 유도하고 공영방송의 공적 책임 실현에 기여하고자 2001년부터 매년 경영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MBC 경영평가단 구성, 왜 여당 추천 이사들끼리?

MBC 경영평가를 위해 방문진은 산하에 이사3인으로 구성된 ‘MBC 경영평가소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경영평가소위원회에서는 ‘방송I’, ‘방송II’, ‘경영’, ‘기술’, ‘재무·회계’ 각 분야의 외부전문가 5명을 위촉해 ‘MBC경영평가단’을 구성한다. 사실상 ‘MBC경영평가단’에서 MBC에 대한 경영평가를 전담하게 된다. 그만큼 MBC경영평가단 구성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방문진에서 논란이 벌어진 까닭 또한 여기에 있다.

▲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미디어스
10기 방문진에서 MBC 경영평가소위원회는 여당 추천 유의선 이사가 위원장을 맡았고 여당 추천 김광동 이사와 야당 추천 이완기 이사가 위원을 맡은 상태다. 그런데 경영평가단 명단 구체적 내용은 지난 3일 이완기 이사가 불참한 가운데 논의됐다. ‘절차적’으로 옳았는지 여부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의선 이사는 “소위원장으로서 나름대로 공식 절차를 거쳤다”며 “그 내용도 완벽하게 제 식대로 한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술분야 전문가는 이완기 이사에게 추천을 요청했다. (이완기 이사가)해당 전문가이니까. (중요한 회의니까)이완기 이사께 몇 번이나 남아달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유의선 이사는 “24년의 교수생활 중 ‘소위’에 소속된 활동을 많이 했다”면서 “한 명이 빠진 상태에서 결정된 내용이라 하더라도 문제가 된 일이 없고 교수회의에서 번복되는 일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유의선 소위원장은 이완기 이사에 “미리 경고하는데 ‘엉터리 학자’라는 등 이런 개인적 폄훼발언을 하지말라”고 발언하는 등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완기 이사는 “MBC경영평가소위의 가장 큰 역할이자 중요한 의사결정은 ‘평가단’ 구성”이라면서 “그런 결정을 한 위원이 빠졌는데 결정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당일 몸이 좋지 않아 도저히 회의에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저 또한 유의선 소위원장에 몇 번이나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1명의)야당 추천 위원이 빠진 상황에서 여당 추천 이사 둘이서 순식간에 평가단을 결정해버린 것”이라면서 “누가 그 평가단을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기술분야 전문가 쿼터 추천을 남겨놓았다’는 여당 추천 이사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완기 이사는 “내가 방문진에서 ‘기술이사’직을 맡고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면서 “각 전문분야에 대해서 위원들 간 동등한 추천권이 있는 것이다. 그 속에서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하는데 여당 추천 이사 둘이서 결정했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제 MBC경영평가조차도 형식적으로 나올 것으로 우려돼”

방문진 임무혁 사무처장은 ‘MBC경영평가단’ 구성과 관련해 “1순위, 2순위, 3순위 교수들이 결정됐을 뿐 누가 할 것인지는 결정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해당 순위를 여당 추천 이사들끼리 결정했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이완기 이사 또한 “제가 추천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MBC경영평가단 구성에 대한 ‘재논의’ 요청이 이어졌지만,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은 “소위에서 결정된 것이라 번복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은 “그야 말로 독재”라면서 “그동안 MBC가 방문진의 경영평가 지적사항에 대해서 개선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이제는 아예 경영평가 조차도 형식적인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2014년 <MBC경영평가보고서>에는 “2012년 파업 전 9.5%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던 MBC <뉴스데스크>는 2014년 평균 시청률이 7.5%로 과거 시청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외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거나 단골 수상자였던 <PD수첩> 등이 파업 이후에는 외부수상을 받지 못한 점도 아쉬운 대목” 등의 내용이 포함된 바 있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여당 추천 2명과 야당 추천 1명으로 구성돼 있는 소위에서 야당 추천 1명이 빠진 것”이라면서 “이를 두고 단순히 절차적 문제가 없었다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유의선 소위원장은 ‘학자’로서 최소한 소통의 기본은 알 줄 알았는데 다수의 횡포를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못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이어, “고영주 이사장 또한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심각한 상황에서 중재를 해야 하는데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사무처장은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불합리적 구조 속에서 MBC경영평가소위를 여야 추천 2대1로 구성한 것 자체도 문제”라며 “그런데, 3명 중 한 명이 회의 연기를 공식으로 요구했는데 이를 무시하고 회의를 강행한 것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위원회를 2대1로 구성한 것 또한 여야 구도를 존중한다는 취지 아니냐. 야당 추천 이사가 빠진 가운데 MBC경영평가단을 구성하는 것은 독재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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