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 표절 관련 소식을 전하며 일베 이미지를 노출시킨 SBS <한밤의 TV연예>에 대해 ‘경고’ 제재가 예고됐다. 하지만 SBS가 잦은 일베 이미지 노출 사고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제재수위가 낮다는 불만이 방통심위위 내부에서부터 제기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방송심의소위(위원장 김성묵)는 7일 SBS <한밤의 TV연예>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SBS <한밤의 TV연예>는 지난달 16일 ‘빅썰 연예계 닮은꼴 천태만상’ 코너에서 영화 <암살> 포스터를 노출했다. 문제는 해당 포스터는 반인륜·극우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약칭 일베)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화할 목적으로 제작된 이미지였다는 점이다. SBS 방송에서 일베 이미지 노출은 이번이 7번째다. (▷관련기사: SBS ‘한밤의 TV연예’, 일베 이미지 노출) 민원인은 SBS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객관성)과 제20조(명예훼손 금지), 제27조(품위유지)를 위반했다며 심의를 요청했다.

SBS <한밤의 TV연예> 관계자들, “고화질 이미지 찾다가” 반복되는 해명

방송심의소위에서 SBS 제작본부 교양국 박두선 CP와 강범석 PD가 출석해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다양한 영화 포스터 이미지를 사용하게 된다”며 “(통상적으로)SBS이미지 뱅크에 있는 것을 사용하는데, 바로바로 업데이트가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방송사고가 났다”고 해명했다. 이들은 “공식 영화사 홈페이지에서는 저화질 이미지로 방송에 부적합해 고화질을 찾다 결과적으로 일베에서 올려놓은 것을 이용하게 됐다”며 “1차 시사 과정에서 인식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 SBS '한밤의 TV연예' 고노무현 전 대통령 합성한 일베 이미지 노출
SBS 박두선 CP는 “SBS가 일베 관련해서 여러 번 사고를 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해당 코너를 연출한 PD의 경우 연출을 정지했고, 담당PD, 국장 등이 인사위에 회부돼 중징계를 받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일베 관련해 방송한 적도 있는데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주목받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우려됐다”면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시스템을 갖추고 인터넷 다운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앞으로 더욱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강범석 PD 또한 “과거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하(의 목적으)로 합성을 했지만 지금은 무작의적으로 숨은그림찾기 식이어서 식별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SBS 관계자들은 노무현 재단을 직접 찾아가 사과한 상황이다.

심의위원들은 SBS <한밤의 TV연예>의 일베 이미지 노출과 관련한 잦은 방송사고에 문제가 있다고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다만, ‘제재수위를 높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는 입장과 ‘실수가 잦다면 단순 실수라고는 볼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부분에서 의견을 갈렸다.

제재수위를 높이는 게 능사인가 VS 한 두 번이어야 실수라고 할 수 있지

정부여당 추천 김성묵 소위원장은 SBS <한밤의 TV연예>의 일베 이미지 노출과 관련해 “잘못은 맞고 제재를 피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런데, 횟수에만 너무 집착하면 기계적인 게(심의) 된다. 또한 SBS 자체적으로 해당 방송에서 자막 등을 통해 사과를 했는데 그 진정성이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그는 “의도성이 없어 보이고 일반 시청자들도 몰랐을 가능성이 있어 사회적 파장이 그렇게 있었겠느냐하는 부분도 고려해 심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정부여당 추천 함귀용 심의위원은 “의도적이라면 발생빈도에 따라 가중처벌하기 쉬운데 이건 누가보더라도 실수”라며 “‘낚여봐라’라는 의미로 일베, 젊은 애들이 치기어린 행동에 방송사들이 놀아나는 꼴”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SBS 또한 심각성을 인식했는지 해당 방송에서 자막과 내레이션을 통해 사과를 했기 때문에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제재수위를 높여가는 것이 의미 있는 제재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법정제재 중 가장 낮은 ‘주의’(벌점 1점) 조치 입장을 밝혔다. 고대석 심의위원 또한 “합당한 제재를 받아야하지만 다시 한 번 ‘주의’ 제재를 주고 경종을 울리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동조했다.

반면, 야당 추천 장낙인 상임위원은 “SBS는 일베 이미지 노출 사고 때마다 다중 점검 체계를 구축하고 사고를 방지하겠다고 여러 번 약속했다”며 “얼마 전 똑같은 사고로 출석했을 때에도 ‘구글링 안하겠다’고 했는데, 관객 천만이 본 영화 원본 포스터 고화질 이미지를 구하지 못해서 사고를 냈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방송사들은 방송사고가 나오지 않는데, 왜 유독 SBS에서만 일베 이미지 노출사고가 잦은가”라고 의문을 제기한 뒤 ‘관계자 징계’(벌점 4점) 제재를 주장했다. 박신서 심의위원 또한 “다른 방송사들은 내부적으로 ‘인터넷 검색으로 쓰지 말라’는 내부 지침에 따르고 있는데, SBS는 쉽게 제작하려고 하기 때문”이라며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중징계를 해야 한다”고 입장을 같이 했다.

SBS <한밤의 TV연예>에 대한 제재수위가 갈리자, 김성묵 소위원장은 “(주의와 관계자 징계 중간 제재인)‘경고’(벌점 2점)로 합의하자”고 요청했다. 이에 심의위원들이 동조하면서 제재 수위는 ‘경고’로 합의돼 전체회의에 회부됐다. 이 과정에서 장낙인 심의위원은 “한 두 번이어야 실수로 인정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퇴장하는 등 반발했다.

한편, 방송심의소위에서는 당초 MBC <뉴스데스크> 박원순 아들 주신 씨의 병역기피 의혹 보도가 나가게 된 경위에 대해 의견진술을 결정한 바 있으나 연기됐다. 지난 방송심의소위에서 정부여당 추천 함귀용 심의위원은 “이런 보도는 당연히 해야 한다. (오히려)하지 않은 언론사들이 문제”라는 등의 발언을 해 정치심의가 우려됐으나, 방통심의위 홍보팀 관계자는 “MBC 측에서 연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기피 의혹 MBC 보도…함귀용 심의위원 “이 정도 보도도 못하나”)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