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로 20회를 맞은 jtbc ‘김제동의 톡투유’다. 톡투유가 방영되는 일요일은 이미 지상파 3사의 주력 예능들이 저녁시간을 장악하기 위한 피 튀기는 경쟁을 하고 있고 충분한 효과를 얻고 있다. 거기다가 또 다시 개콘과 코빅 등의 코미디 프로그램까지 그 뒤에 기다리고 있어 일요일 저녁은 쉴 새 없이 웃을 수 있다.

그럼에도 다시 9시 40분에 ‘김제동의 톡투유’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웃음의 또 다른 기대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어떤 기대일까? 파일럿 방송 때 김제동은 방청객과 시청자에게 한 가지 약속을 했었다. 자신의 코디네이터 상미 씨 같은 방송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대관절 상미 같은 토크쇼란 무엇일까?

▲ JTBC ‘김제동의 톡투유 - 걱정 말아요 그대’
김제동이 음식물 분리수거로 조금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에 조용히 들어주고, 다 듣고 난 뒤에는 자신의 일처럼 화내고 분해하던 상미 씨를 통해서 화가 다 풀리는 경험을 했다면서 톡투유도 방청객 혹은 시청자의 고민과 분노를 해결해주는 못해도 진심으로 들어주고 함께 공감하고 싶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김제동은 그 약속을 잘 지키진 못했다. 그 부분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연예인이면서도 톡투유의 김제동은 의도적으로 상미 씨가 되는 것을 참아내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대신 방청객이 그렇게 하게 유도할 때가 있다. 이번 주가 바로 그랬다.

한 여성 방청객이 3시간 반이나 걸린 고된 퇴근길을 이야기하면서 예전의 김제동처럼 억울한 일을 겪은 경험을 토로했다. 그러자 김제동은 앞서 달관한 듯 우문현답으로 객석을 들었다 놓았던 또 다른 어린 방청객에게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그때 대답이 딱 김제동의 코디네이터 상미 씨처럼 속이 뻥 뚫리는 쾌감을 줄 수 있었다.

▲ JTBC ‘김제동의 톡투유 - 걱정 말아요 그대’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김제동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김제동에게 약속을 왜 지키지 않느냐고 따질 수도 없다.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을 못하는 이유를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김제동은 자신이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약속을 말없이 지키고 있는 것으로 용서(?)할 수 있다.

매주 김제동이 등장할 때마다 김제동의 왼팔을 먼저 확인한다. 이번 주에도 그의 왼팔에 세월호 리멤버 팔찌와 리본이 있는지 보기 위해서다. 김제동이 방송에서 말한 적 없으니 사실은 약속이라고 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잊지 않은 것에서 약속보다 더한 무게를 느끼게 된다.

지난달 세월호 참사 500일 행사가 열렸다. 그때에도 여전히 화두는 잊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만큼 우리사회가 무엇인가에 뜨거워졌다가 금세 식어버리는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실종자를 아직도 한 명도 찾지 못한 이상 세월호 참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래서 더욱 잊지 않아야 하며, 그래서 김제동이 매주 톡투유 녹화 때마다 세월호 기억팔찌와 리본을 달고 나오는 것이 감동적이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먹고 살기 바쁘다는 변명이 준비된 우리에게 보여주는 말없는 시위일지도 모른다.

▲ JTBC ‘김제동의 톡투유 - 걱정 말아요 그대’
김제동만 그런 것이 아니다. 가끔은 다른 가수로 대치되기도 했지만 홍대여신에서 톡투유 여신이 된 요조 역시 기억팔찌를 늘 차고 출연하고 있다. 톡투유 바깥에는 요즘 새 드라마 ‘치즈 인더 트랩’을 한참 준비 중인 배우 박해진이 있다. 어쨌든 김제동이 말로 한 약속은 못 지키지만 그 대신이라고 하기는 좀 어색해도 말하지 않은 더 큰 약속을 지키는 모습이 역시 김제동이라는 믿음에 방점을 찍게 한다.

김제동, 요조의 기억팔찌를 보며 자신도 구하고 싶은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좀처럼 구할 수 없는 것이 기억팔찌이기도 한데, 때마침 세월호 팔찌 캠페인이 시작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기억팔찌 10만개를 만들어 세월호 가족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크라우드펀딩이 열렸다. 김제동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우리도 좀 참여해야겠다. 우리 사회에 기억팔찌 10만개 정도는 돌아다녀야 정말로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잊지 않겠다는 말에 믿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세월호 기억팔찌 캠페인 바로가기 http://www.ohmycompany.com/project/prjView.php?bbs_code=von_project&seq=638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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