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헤이데이> 프로그램의 가편집본을 MBN A피디에게 시사를 받곤, 당일 오후9시 무렵 식당으로 이동, 식사자리에서는 제작사 팀장, A피디와 본인이 배석했습니다. 셋이 소주 5~6병을 마시며 본인과 A피디는 한 번 더 인사하는 자리였습니다. 자리를 옮겨 옆 술집에서 2차로 술을 마시고 나온 직후인 밤 12시경, 술집 입구에서 제작사 팀장과 함께 (본인이) 담배를 피우려는 순간, A피디가 휘두른 주먹에 얼굴을 맞아 넘어지게 되었고 이후 넘어진 채로 폭행을 당하였습니다. 같이 있던 제작사 팀장이 A피디를 말리고 있었고, 경찰이 와서 폭력이 일단락되었지만 경찰이 가고 나서 A피디는 또다시 본인의 얼굴을 가격하였고 화가 덜 풀렸는지 계속해서 주변의 쓰레기통을 차고, 사거리 도로 위에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이 발간한 <종편 및 방송사 독립제작 관행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MBN 폭행사건의 전말이 드러나 있었다. 위 내용은 MBN PD로부터 폭행을 당한 독립PD의 진술 내용이다. 그는 “편집이 남아있어 제작사 사무실로 가고 있었는데 건물 로비에서 A피디를 다시 만났다”며 “그 당시 사무실에는 타사 프로그램을 편집중인 B피디가 있었는데 ‘얼굴이 심하게 다쳤으니 병원에 가봐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A피디는 <헤이데이> 하이라이트 영상과 편집본을 보면서 구성흐름과 편집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수정을 했다. 10여분 후 A피디가 간 이후 화장실에서 폭행당한 얼굴을 거울로 보고 집으로 귀가했다”고 덧붙였다.

▲ 10일 미방위 국감에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진모영 독립PD가 "방송 일을 한 지 20년이 됐는데 이 일을 하는 과정에서 수도 없이 많은 언어폭력을 당했고, 방송사 PD가 (저에게) 침을 뱉고 욕설을 하는 일도 당했다"라고 진술하고 있다.

B피디가 거듭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부상 정도가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A피디는 계속해서 편집을 요구했다고 한다. 보고서는 “업무공간에서 2차 폭력이 발생한 것”이라며 “A피디는 ‘을’은 그렇게 다루는 ‘갑’이었다. A피디에게 피해 PD의 안위나 상해의 정도, 염려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고, ‘갑’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을’에게 입막음과 겁박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작가의 하이힐에다가 소주를 받아서 마셨던 기억이 나요”

해당 보고서에는 MBN 폭행사건을 비롯해 △독립PD에 대한 인권침해, △불공정 계약, △부당한 제작 침해 사례 등이 현직 PD들의 인터뷰로 고스란히 담겼다. 8월 13일부터 8월 31일까지 (사)한국독립PD협회 정회원(3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인터뷰들은 그 내용이 충격적이다.

“입봉하고 5~6년차쯤 A방송사의 아침방송을 할 때가 있었어요. 요즘은 그때랑 시스템이 좀 많이 달라졌지만 그때는 본사의 담당 PD들의 권한이 막강했단 말이에요. 그분들은 신권만 안 가졌지 모든 걸 막 휘두를 수 있었죠. …(중략)…A방송사 아침방송 제작할 때인데, 다음날 아침방송을 앞두고 저녁에 시사를 했어요. 저녁 시사를 다 끝내고 방송준비가 어느 정도 됐을 가정 하에 회식을 하면서 식사와 술을 좀 마시고 본사 PD가 2차 가자 그래서 노래방을 갔어요. 그러면서도 우리 (제작사) PD들 머릿속에는 ‘내일 방송 편집이 좀 덜 끝났는데…’였지만. 방송사 PD들은 상관없잖아요. 어차피 우리가 내일 아침에 방송을 할 거고, 잘못돼도 제작사 탓이니. (그런데)저희 팀 담당 요일 PD는 작가 의존도가 강해서 PD들을 무시한다기보다는 작가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제작사 PD를 자를 수도 있는 분위기였다는 거죠. 지금도 너무 충격적인 것이 노래방에서 방송사 요일PD인 S모 PD께서 일장 연설을 했죠. ‘너희가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야지 실력도 늘고…’, ‘우리 모 작가(메인작가) 말 잘 듣고 앞으로 충성을 결심하겠다는 다짐으로 술을 한 잔씩 받아라, 메인작가 한테’ 이렇게 말했어요. 저는 5~6년차였고 메인작가는 15년차였죠. 술 받는 게 어렵겠어요? 근데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릎을 꿇고, 허허허(울먹), 그리고 갑자기 그 작가의 하이힐에다가 소주를 받아서 마셨던 기억이 나요”

C 독립PD는 “이 프로그램 안에서 팀의 분위기를 흐트러뜨리면 안 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면서 “그런 상황을 거부하는 것은 ‘나 이 프로그램 못 하겠다’가 되는 것이니 그냥 넘겼다”고 증언했다. ‘작가는 왜 동조했느냐’는 물음에 “작가님도 굉장히 부담스러워했고 미안해했다”며 “하지만 그 방송사 부장님의 속된말로 ‘똘기’가 너무 강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졌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사PD의 한 마디…“(니가 맡은 프로그램)CP가 누구야?”

비상식적인 상황에 문제제기조차 못할 만큼, 독립PD들과 방송사 본사 PD의 갑을관계는 명확했다. D 독립PD는 “많은 PD들이 CP(책임PD)취향에 맞는 방송을 만들어야 된다는 강박관념에 실려 있다”며 “그러다보니까 그 CP에 따라서 아이템 방향도 결정된다. 어떤 CP는 바닷가 가서 물고기 잡는 걸 좋아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PD들 앞에서는 무조건 한 꼭지는 물고기 잡으러 가야된다”고 진술했다.

이 과정에서 CP의 오더성 아이템들이 떨어지기도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CP가 은혜 입은 사람이 있으니 자기가 촬영할 때 좀 도와줘야 한다”며 “영어를 쓰는 태권도 학원 아이템을 찍은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영어를 배우며 태권도도 할 수 있다는 아이템이었는데, 그 CP가 예전에 자기가 촬영할 때 은혜를 입었던 사람이 관장이었는데 도와주는 차원에서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생각하면 저도 ‘이게 어떻게 프로그램이 됩니까’라고 거부했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독립PD들은 고용불안은 상상을 초월했다. E 독립PD는 한 방송사 주차장에 이중주차가 돼 있어 차를 빼기 위해 (이중주차된)차를 밀었다가 당했던 황당한 사건을 고백했다. E 독립PD는 “어느 날 그 차 운전자에게 전화가 왔다”며 “‘당신이 아슬아슬하게 차를 밀어놔 들어서 차를 뺐다’며 이런 식으로 일 하느냐라고 하더라. 그러더니 ‘왜 나한테 사과를 안 하느냐’라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그쪽에서 이중주차 한 거였고 제 차가 나가려면 어쩔 수 없었던 것인데, 이중주차가 잘못한 것 아니냐’고 했더니, 그 방송사 PD가 하는 말이 ‘당신 지금 무슨 프로그램하지?’가 답이었다”고 말했다. E 독립PD는 “그 분의 말에 제일 인상깊었던 게 뭐냐하면, ‘프로그램도 이런 식으로 만들어? CP가 누구야?’였다”면서 “압박으로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F 독립PD는 “방송사 시사를 받고 오면 팀장은 항상 담배를 입에 물고 전화를 받았었다”며 “통화내용이 뭐냐고 물어봤더니 ‘니네 둘 다 자르라’는 것이었다. 안 그러면 나중에 계약에 문제가 생긴다라고 했다더라”라고 폭로했다. 그는 “당시 팀장은 흥정을 해서 ‘한 명은 자르고 한 명은 가르치겠습니다’라고 해서 제가 살아남았던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F 독립PD는 “방송사에서 ‘마음에 안 든다’, ‘조치를 취해라’라고 하면 그 PD는 나가야 한다”며 “지상파 방송국 PD들은 이런 걸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을 것이다. 프로그램 못 만든다고 잘리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들(방송사는) ‘재계약’ 운운하며 그걸 이용해 먹는다. 그게 바로 독립PD들이 느끼는 공포이고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라고 덧붙였다.

“송출만한 방송사…송출료 떼고, 협찬금 가져가고, 저작권까지”

“국민들에게 알려야 될 정책적 사안들이 있으면 그런 것들을 협찬 다큐로 제작하기도 하거든요. 그러면 그런 것들이 제작사에 의뢰가 들어오면 보통 책정되어 있는 금액이 VAT포함해서 1억 아니면 별도 1억, 통상적으로 1억이 들어와요. 그러면 제작사에서 관련 기획안을 쓰고 그걸 방송사 특집다큐든 뭐든 이런 의뢰가 있는데 어떠냐고(기획안을) 넣어요. 그러면 방송사에서 보고 ‘어 이거 괜찮을 것 같다’고 하면 그걸 저희가 중간에서 (직접 계약을 맺을) 수가 없으니까 A방송사랑 그쪽 기관이랑 해서 제작 계약을 맺어요. 그래서 제작비1억이 가는 걸로 하죠. 제작사가 제작비를 받는 게 아니고 방송사가 먼저 받죠. 그런데 제작사는 그 1억 중에서 실제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소요되는 비용을 예를 들어 국내 촬영물의 경우는 통상적으로 4천만원, 해외 2개국 정도를 더 촬영한다고 하면 5천만원에서 5천5백만원을 제작비로 지급해줘요. 그러면 나머지 금액은 방송사가 ‘송출료’ 명목으로 다 가져가는 거지요”

G 독립PD는 “A방송사가 하는 역할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채널에 편성해서 송출 해주는 건데 실질적으로 제작사가 일은 다한다”며 “의뢰받은 것에 대한 기획안도 써야하고, 그 기획안에 대해서 A방송사 가서 이야기도 해야 되고, 그래서 통과됐다고 하면 다시 그거에 대해서 구성안 쓰고, 그 다음에 의뢰 기관에 가서 그걸 또 확정 받고 하는 것을 다 제작사에서 한다”고 강조했다.

‘송출만 한 방송사가 실 제작비보다 많이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G 독립PD는 “더 황당한 것은 A방송사는 그런 정부부처나 기관과 계약을 할 때 ‘계약과 동시에 선지급으로 50%를 지급 받고 방송이 끝난 후 50%를 2주 이내에 받는다’ 이런 계약을 명시한다”며 “그런데 제작사는 방송프로그램을 다 제작을 하고, 방송으로 송출돼 나가고 나면 그제서야 ‘수고했다’고 들어오라고 해서 그때 계약서를 쓴다”고 덧붙였다. 또한 “프로그램을 생산하기 전 ‘어떻게 만들자’라고 하는 게 계약서인데 방송 다큐 계약서는 방송이 나가면 쓴다”며 “제작사는 협찬 유치해주고 제작비도 없이 제작을 한 달이든 두 달이든 다 비용을 들여서 만들고, 방송이 나가면 또 그로부터 한 달 이내에 돈을 받는 이상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방송사의 ‘갑’이야기가 나오면 늘상 지적되는 것 중 하나가 저작권 문제이다. H 독립PD는 “저작권도 방송사가 가져간다”며 “자기네가 제작비를 댔다는 이유다. 독립제작사에서 제작을 하더라도 방송사에서 입금이 되기 때문에 방송사가 저작권을 가져야 된다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다면 외주제작사가 협찬을 받아서 돈을 가져가고 편성료 떼고 그래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원본과 방송본에 대한 저작건도 다 가져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거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고 불합리를 지적했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 중 노골적으로 제품 노출을 요구해왔다”

I 독립PD는 광고주에 의해 방송프로그램을 수정한 사례를 들려줬다. 그는 “케이블 프로그램을 제작을 할 때, 특정 장면을 꼭 찍어줘야 된다. 꼭 이 제품이 노출 돼야 된다 해서 찍어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걸 안 찍어주면 안 된다고 해서 종합편집까지 끝나서 납품을 들어갔다가 그런 장면을 추가하라, 그래 가지고 추가로 찍어서 수정까지 해서 준 적이 있어요. 케이블방송사의 요청이었죠. 분명히 집어넣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이건 방송 못나간다고 해서 수정 다시하고요. 거기에는 계약서에도 그렇게 적혀 있어요. ‘종합편집 이후에도 수정사항이 생길 때 무조건 수정해야 한다’라는 게 있어요. 그래서 제작비 때문에 싸운 적이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방송이라는 게 우리가 일방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고 기획단계에서부터 중간에 가편집할 때, 종합편집할 때 다 방송사 CP, 담당자한테 보여주고, 의견구하고, 수정사항 받고 해서 종합편집해서 믹싱까지 했으면 이미 다 완결된 거거든요. 그런데 (광고주 압박에 의해) 다시 또 수정사항이 생기는 거예요. 이런 장면이 마음에 안 든다가 아니라 ‘여기에 이 장면을 더 넣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협찬 광고주 제품 또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들을”

I 독립PD는 “(광고주 요구에 의해 계속 수정을 하게 되니)제작사 입장에서는 제작비가 계속 초과됐었다”며 “나중에는 우리가 언론에다가 공개하고 제작비 못 받더라도 이런 불공정을 공개하겠다고 했더니, 그제서야 추가 제작비를 줬다”고 폭로했다. 그는 “처음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에는 그런 게(요구) 없었는데, 중간에 노골적으로 요구를 해온다”며 “특정 음식에 대한 8부작 10부작 정도 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촬영하면서 제품들을 노출시키라는 요구들이 계속 들어왔다. 우스갯소리로 방송 나가고 나면 시청률보다 그 제품 매출을 먼저 살펴봤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고 씁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종편 및 방송사 독립제작 관행 실태조사> 보고서는 “외주제작 정책은 프로그램 제작원의 다양화로 방송 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수직적 통합을 바탕으로 지상파 방송사의 독과점 프로그램 공급 구조를 완화하겠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며 “그러나 시행된 지 20여 년이 넘었지만 외주제작 제도는 실질적인 방송 산업의 체질 개선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도 받아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어, “독립제작의무 편성 비율, 독립제작물의 거래 및 유통, 저작권, 독립 전문 채널 도입, 독립제작비 산정 문제, 편법적 독립제작 시스템, 스타 권력화현상, 불공정거래 관행, 협찬 및 간접광고의 문제 등의 현안을 놓고 이해관계자 및 정책 당국 간에 갈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보고서는 “2011년 동시 개국한 종편4사는 제작 자립도가 낮았기 때문에 독립제작사와의 협력관계를 통한 제작 활성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MBN 외주 관리PD에 의한 폭력이나 광고국 영업일지에서 드러난 것처럼 불법과 편법을 관행으로 정착시키려는 시도를 포착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방송사들이 독립제작 관련 체계나 운영 면에서 나쁜 관행을 악용해 창작자들의 생사여탈권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하여 제도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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