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1 에서 이어집니다.

- 영화 속 배경이 진짜 닭 농가였나?

“닭이 하루 종일 운다. 대사만 했다 하면 꼬꼬댁 하고 운다. 밤에 준식과 소변을 보는 장면이 있다. 제가 ‘계속 여기 있으면서 좋은 거 먹으면 좋아진다니까’라는 대사를 하는데 닭이 꼬꼬댁 하면서 울어댔다. 꼬꼬댁 닭 울음이 끝나자마자 다른 대사를 해서 촬영할 때 있던 모든 스태프들의 웃음이 빵 터진 적이 있다. 닭이 우는 장면만 잘라서 편집하면 되니까 녹음기사가 저에게 ‘형, 너무 고맙다’고 할 정도였다.”

▲ 영화 ‘함정’ 포스터
- 극 중 성철이 폭력성을 가지게 된 동기는 어떻게 부여했나?

“성철이라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제작 단계에서 여러 명의 연쇄살인범을 조사했다. 그런데 이들의 성향이 예상과는 달리 너무나도 천차만별이었다. 한 예로 여자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면서 여자만 죽이는 연쇄살인범 같은 경우에는, 키가 180이 넘는 배구선수 엄마에게 어린 시절 너무 많이 맞고 자라서 여자만 죽였다고 한다.

관객이 성철의 사연을 보고 연민을 느끼기보다는 추악하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성철이라는 인물을 분석했다. 성철을 악의 끝에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트럭에서 어린 시절의 사연을 고백하는 장면이 있기는 해도, 관객이 성철에게 많은 연민을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 다른 작품과 달리 여배우도 구타하는 장면도 있다. 여배우를 다치지 않게 하면서 리얼리티를 살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어릴 적부터 권투와 격투기 같은 운동을 많이 했지만 영화 속 액션과는 많은 점이 다르다. 격투기로 유명한 사람이 영화로 건너와서 액션을 하려면 처음부터 새롭게 배워야 할 정도로 다르다. 상대 배우가 다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 얼굴을 주먹으로 스치고 지나가는 장면을 찍는다고 치자. 운동을 한 배우는 자기도 모르게 운동했던 신경대로 몸이 움직여서 상대 배우의 턱을 가격할 위험도 있다. 상대 배우가 다치지 않게 하면서 감정을 잡아야 하는 요령이 있어야 한다.

여자 배우를 때릴 때에는 여자 배우가 정말로 맞아야 다치지 않는다. 맞지 않으면 티가 난다. 여배우에게 찍기 전 제가 먼저 걱정되어 ‘안 아프게 할 텐데 진짜로 때리는 것처럼 해야 하니 어떻게 대응하라’는 말을 건넨다. 근데 아무리 힘 조절을 해도 여배우가 ‘멍’ 할 때가 있더라. 다행스럽게 여배우가 다치지 않고 촬영할 수 있었다. 마지막 장면 같은 경우에도 조한선을 확 집어던져야지, 설 던지면 스텝이 엉겨서 머리를 다칠 위험이 있었다.”

- 답변을 들어보면 예상 외로 마동석씨가 달변가다.

“전에 트레이너도 했지만 판매를 한 적도 있고, 옷도 팔아보고, 웨이터를 하면서 ‘네 손님’ 해본 적도 있고, 미국 나이트클럽에서 기도도 해봤다. 영화 인터뷰라 생각하는 대로 이야기했을 뿐이다. 만일 재미있게 하려고 이야기를 꾸몄다면 이야기가 잘 나오지 않았을 텐데,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 게 중요하다.”

▲ 배우 마동석 ⓒ박정환
- 해외 작품 <마르코 폴로>에 참여했다면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아지지 않았을까?

“제 작품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제가 하는 작품만 제 거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뭐가 왔었구나 하는 것 자체를 잊어버리는 성격이다. 미국에서 오래 살아서 영어를 좀 하지만, 영어하는 건 사투리 하나 더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미국 진출이 최종 목표가 아니다. 영화를 오래, 꾸준히 하는 게 목표다. 해외 진출은 기회가 되면 자연스럽게 가는 것이지, 한국에서 좀 더 오래 탄탄하게 기본기를 다지는 게 중요하다.”

- 워쇼스키 남매가 찍는 <센스8>에도 출연했다.

“<센스8> 프로듀서가 ‘데모 릴’을 보고 제게 연락했다. 아이폰으로 그 역할에 나오는 대사를 촬영해서 보냈더니 그쪽에서 저를 OK해서 작품에 참여한 거다. 워쇼스키 남매는 걸작을 많이 만들었다. ‘능숙하겠구나’, ‘머릿속에 그림이 있겠구나’ 하는 느낌을 갖고 작업에 참여했는데, 예상대로 원하는 바를 조명까지 정확하게 그리고 있었다.

라나 워쇼스키가 많은 지휘를 했다. 아는 분이 ‘한국에서는 주인공을 하는 배우(마동석)를 이렇게 한 신만 촬영하면 어떡하냐’는 농담을 했더니 제작진은 ‘다음에 더 좋은 작품으로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화답했다. 훈훈한 분위기에서 찍었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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