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함정>에 출연하는 마동석은 사실 이 영화를 제의받았을 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거절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반드시 필요한 영화였기에 마동석은 세 번째 제의를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거절한 이유는 마동석이 <함정>의 기획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기획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배우로 참여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기획에 참여하느라 시나리오를 수십 번 읽어서 (시나리오에 대해) 마비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러다가 배우의 입장에서 시나리오를 보니 이 영화의 수위가 세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 60여 편의 영화를 찍어온 마동석이 세다고 표현할 정도로 그가 연기하는 성철은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의 악역으로 남을 것이다. <함정>에서 성철을 연기하는 마동석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이런 표현이 어울린다.

‘<베테랑>의 아트박스 사장은 잊어라. 마동석이 진짜 센 악당으로 돌아왔다’

▲ 배우 마동석 ⓒ박정환
- “스릴러물을 찍으면 촬영장에 이상한 공기가 감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인가 들려 달라.

“스릴러를 찍어서 이상한 공기가 흐르는 게 아니다. 사람을 죽이는 역할을 할 때에는 가깝게 지내는 배우라도 목에 칼을 들이대야 한다. 상대 배우는 다치지 않게 해야 하지만 연기적으로는 상대 배우를 죽여야 한다. 그런 기운이 안 좋다는 의미다. 영화 속 성철과 같은 사람들의 특징은 타인의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성철은 미리가 비상하지 않아도 자신이 바라는 대로 사람들을 몰고 갈 줄 아는 재주가 있다. 교활하고 잔인한데다가 힘도 세다.

<비스티 보이즈>에서는 사람을 몇 대 때리는 정도의 악역이었지만 <감기>에서는 자기 혼자 살기 위해 어린아이의 피까지 빼는 나쁜 놈이었다. 하지만 <감기> 속 악역은 재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당이 된다는 설정이었다. 혹자는 나쁜 역을 맡으면 ‘마요미’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지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악역을 할 때 힘이 들기는 하다. 최민식 선배님은 <악마를 보았다>를 찍었을 때 누가 말을 걸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악역을 연기할 때에는 악역의 심정이 되어야 한다. 그 상태에서 내가 말하는 데 있어 거슬리는 게 보이면 악의를 표출하기 쉽다. 극 중 조한선이 연기하는 준식에게 먹을 걸 권할 때 조한선이 먹지 않으면 성철은 ‘이걸 왜 안 먹어?’ 하고 반문하는 시퀀스가 그 예다. 그렇다고 극 중 악의를 상대 배우에게 대놓고 표출해서는 안 된다.”

▲ 배우 마동석 ⓒ박정환
- 성철과 민희(지안 분)의 관계는 어떤 관계인가.

“악역에 대한 설명이 전제되는 영화가 가끔 있다. 하지만 보통 악역의 사연을 친절하게 설명한다는 건 힘들다. 악역의 사연까지 풀어놓으면 영화가 방대해지기 때문이다. 성철이라는 악당에 대해 상상만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관객에게는 불친절해도 미스테리하게 보일 수 있다.

민희는 성철이 어릴 적 불태워 죽인 부모가 낳은 배다른 여동생이다. 여동생을 키우면서 노예처럼 다룬다. 그러면 민희는 왜 성철에게 도망치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민희가 도망가지 않는 설정이 궁금해서 감독에게 따지기까지 했다.

영화 마지막을 보면 민희가 오열하는 장면이 있다. 비록 성철에게 매를 맞기는 해도 끝까지 성철을 가족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열한 것이다 민희는 준식과 함께 잔다. 민희는 그 전에도 다른 남자들과 그렇게 해왔다. 하지만 전과 달리 이번에는 민희가 준식에 대한 마음이 있었다.”

- 성철이 닭을 잡는 장면에서는 다른 대역이 손만 클로즈업해서 처리해도 되는데 직접 닭을 잡았다.

“닭을 잡는 장면뿐만 아니라 술에 있는 지네도 진짜였다. 정사 장면도 무릎에 보호대를 차고 찍어서 ‘정사 신이 액션 신’이었다. 현실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직접 닭을 잡는 걸 보여주어야 했다. 닭 농가 주인이 십 년 동안 닭을 잡았다. 닭을 잡는 장면을 보고 따라했다. 그런데 매일 닭을 잡을 때마다 기분이 이상하다고 했다.

영화 속 멧돼지도 진짜였다. 영화 속 멧돼지는 잡은 지 이틀 된 거였다. 이 영화를 찍기 전 미국 북부 시골에서 2년 동안 산 적이 있다. 거의 매일 사냥 다니면서 총을 쏘아본 경험이 이번 영화에 도움이 되었다.”

- 인터뷰 2에서 이어집니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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