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지난달 연임을 확정한 KBS이사회 이인호 이사장의 ‘개인 출장’에 공금 1100만원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이하 새 노조)는 1일 노보를 통해 KBS가 미국에서 열린 ‘6.25 전쟁 제대로 알리기’ 교과서 출간 기념행사에 ‘개인 자격’으로 참가한 이인호 이사장에게 1100여만원의 ‘공금’을 썼다고 밝혔다.

▲ 1일 발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노보

앞서 새 노조는 7월 28일 노보에서도 신임 이사가 선임되는 민감한 국면에 이인호 이사장이 KBS뉴스에 등장한 것을 두고, 이인호 이사장이 미국 출장을 가게 된 배경과 보도개입 여부를 해명하라고 사측에 촉구한 바 있다. 이때 이사회 사무국은 ‘당초 조대현 사장이 초청받았으나, 역사 관련 행사인 관계로 이인호 이사장을 대신 가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즉, ‘KBS이사회 이사장’ 신분으로 가는 행사라는 의미다. (▷ 관련기사 : <이사회 교체 앞두고 KBS뉴스에 등장한 이인호 이사장>)

실제로 이인호 이사장은 지난 7월 23일 한국전쟁 유업재단 초청을 받아 한국전쟁 및 역사학 관련 강연을 위한 해외출장을 떠났다. 그는 이사회 사무국 직원 1명을 대동해 한국전 참전용사 후손을 위한 컨벤션 참석,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참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함께 하는 참전용사 초청 만찬 등을 포함한 4박 5일 일정을 보내고 돌아왔다. 7월 27일 KBS뉴스에서는 “(6.25 당시) 미국의 시기적절한 개입이 없었다면 한국은 공산화 됐을 것”이라고 말한 이인호 이사장의 인터뷰가 나갔다.

그러나 새 노조가 행사를 주관한 한국전쟁 유업재단에 확인한 결과, ‘조대현 사장 대신 이인호 이사장이 KBS이사장으로 가게 됐다’던 이사회 사무국의 해명은 거짓이었다. 한종우 한국전쟁 유업재단 이사장이 “조대현 사장을 초청한 적이 없다. 잘 모르는 분이고 영어를 얼마나 하시는지도 몰라서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이인호 이사장은 예전 국제교류재단 이사장하실 때도 제가 잘 알던 분으로 행사 목적을 생각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분”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장을 촬영했던 외주제작사의 한 PD도 “(이인호 이사장은) 역사학자로서 초빙된 것”이라며 “미국의 역사학 교사들을 교육시키는 내용이어서 KBS이사장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새 노조는 “결국 이인호 이사장의 해외 출장은 역사학자로서, 친한 후배 교수의 초청을 받아 강연회에 참가한 명백한 ‘개인 일정’이었다. ‘대타 출장’설은 이런 속사정을 감추기 위한 사 측과 이사회 측의 고육지책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과연 KBS의 일반 직원은 물론, 본부장 센터장이라도 개인적인 목적으로, 그것도 회사돈을 써서 해외 출장을 다녀올 수 있을까? 차기 사장 선출에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이사장은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의 예산을 자기 돈 마냥 이렇게 쓸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새 노조에 따르면 이인호 이사장 개인 일정을 위해 KBS는 1100여만원의 예산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즈니스석 항공권, 1일 100달러 기준으로 5일치 일비, 3차례의 회의비, 5일 간의 식비 100만원 등 11,705,550원이 소요됐다.

새 노조는 ‘이사장 및 이사에게는 예산 범위 내에서 수당, 여비, 자료의 수집 분석에 필요한 경비 및 업무추진비를 지급한다’고 돼 있는 이사회 규정 제16조를 언급하며 “이사회라고 해도 이사 개인 용무에 대해서는 한 푼의 경비를 지급할 수 없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감사실은 즉각 이인호 이사장의 출장 건에 있어, 직권 남용 및 공금 유용 여부에 대한 공식적인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S뉴스, 다큐에서 홍보된 이인호 이사장의 ‘개인 활동’

KBS는 이인호 이사장의 개인 일정 비용을 지원했을 뿐 아니라, ‘이인호 이사장이 출연한다’는 이유로 지난달 1일 1TV <다큐공감> 시간을 빌려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하기도 했다. 새 노조는 “지난 8월 1일 방송된 <정전 62주년 특집-6.25 전쟁, 끝나지 않은 역사>에도 이인호 이사장의 행사 기조연설과 미국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 내용이 프로그램 전반부에 배치돼 있다. 이인호 이사장의 미국 활동이 뉴스와 다큐 프로그램에서 모두 홍보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 8월 1일 방송된 KBS 특집다큐 (사진=새 노조 노보)

새 노조는 이인호 이사장이 출연한 프로그램에 과다한 제작비가 투입되었다고도 비판했다. 새 노조는 “<다큐공감>의 경우, 한 편 제작비는 기본 3100만원 선이다. 방송 이후 시청률이 매우 높을 경우, 인센티브 형식으로 최대 5천만 원까지 지급할 수 있지만 그런 사례는 매우 드물다. 그런데 특집 프로그램에는 6790만 원이 지급됐다”며 “특히 <KBS 특집다큐>는 통상 협찬을 통해서 제작되는 프로그램임에도, 협력제작국은 별도의 프로그램 기획안을 편제회의에 상정해, 막대한 제작비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새 노조는 “프로그램이 (방송)돼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강하게 밀어붙이고 싶었는데 협찬 문제가 걸렸다”는 한종우 이사장과 “협찬을 받아오라고 KBS에서 요구했지만 협찬을 못 받았고 유업재단에서도 협찬이 안 돼 완전히 취소됐었다. 협력제작국도 포기했던 프로그램”이라고 한 외주제작 PD의 발언을 언급한 후, “막대한 예산까지 이례적으로 투입하면서 프로그램을 살려낸 편성본부의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역사학자’로서 프로그램에 주요하게 등장한 이인호 이사장이 프로그램 편성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스스로 명확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며 “만에 하나, 프로그램 편성에 이인호 이사장의 영향력이 미쳤다면 이는 분명한 방송법 위반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한편, KBS이사회는 오늘(2일) 오후 4시 신임 이사가 꾸려진 이후 첫 회의를 열어 이사장을 선출한다. 11명의 이사 가운데 가장 고령(1936년생)인 이인호 이사장이 이사장직도 연임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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