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 에서 이어집니다.

- 공백기가 있었다.

“공백기 초반 3-4년 동안 조울증 환자처럼 지냈다.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도 많이 냈다. 저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고 해소할 방법도 몰랐다. 울고 짜증내는 게 반복되던 일상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울고 짜증내는 것 자체가 너무 싫어졌다. 그렇게 오랜 기간 있다 보니 멍해졌다. ‘그만 두어야 하나’ ‘내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어깨가 축 처진 저 자신이 싫어졌다. 앞으로 살아야 할 인생이 엄청나게 많은데 이렇게 침울하게 있는다고 해서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도와주는 것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저를 응원해주는 주위 분들의 격려에 힘입어 좋은 모습으로 연기를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스스로 극복해야만 했다. 발레도 배우고 등산도 다니고 친구들도 만나기 시작했다. 사람을 많이 만나다 보니 슬럼프가 극복되기 시작했다.”

▲ 배우 임은경 ⓒ박정환
- 공백기 동안 발레를 배웠다고 했는데 발레 배운 것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달라.

“2년 동안 발레를 배웠다. 자세를 잡기 위해 ‘바’만 잡고 연습했다. 바 없이 투 스텝을 밟고 턴 하는 동작 하나하나가 어려웠다. 발레를 배우고 싶어 하는 의지는 불타올랐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아라베스크 동작이 나오려면 골반이 벌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리가 중간밖에 올라가지 않는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찍을 때 6개월가량 무술을 배웠다. 이때 배운 무술이 발레에도 도움이 되더라. 하지만 발레를 좋아해서 즐겁게 배울 수 있었다.”

- 발레 말고 어떤 운동을 했나

“헬스도 6개월가량 해보았다. 나름 식단도 짜고 일주일에 일요일만 빼고 헬스장에 꼬박 나왔다. 살이 붙지 않아서 단백질 보충제를 먹어볼 생각이 없느냐는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었을까?

“공백기 때 스스로에게 ‘네가 배우의 길을 걷지 않으면 뭐 할 건데?’하는 질문을 많이 했다. 이럴 때 ‘공백기에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다른 직업을 택한다고 해도 그것 또한 다르지 않을 거야’ 하는 생각을 했다.”

▲ 배우 임은경 ⓒ박정환
- 예전에 연기할 때와 지금이 달라진 게 있다면?

“마음가짐이다. 전에는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연기는 어떻게 해야 하지?’하는 식의 생각이 많았다. 하지만 연기는 복잡하게 생각하면 미궁으로 빠지고 잘 안 풀린다. 하지만 당시에는 연기에 대한 생각이 많아 연기가 편안하지 않아서 저도 불편하고 보는 이도 불편했다. 지금은 현장에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적극적으로 즐기는 가운데서 현장이 편하고 즐거워졌다.

‘서른이 지나면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이십대 당시에는 빨리 서른이 되고 싶었다. 서른이 넘으면 마음의 평화를 찾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서른이 지나고 나니 제 성향도 바뀌고 닫았던 마음의 문도 활짝 여는 마인드를 가질 수 있었다. 사람들 만나는 것도 수월해지고 마음가짐도 편해지기 시작했다.”

-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이십대 중반에는 가족드라마에서 딸 역할이나 풋풋한 대학생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지금은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 친근한 이미지로 대중에게 다가서고 싶다. 대중은 아직도 저를 TTL의 임은경으로 기억한다. 배우 임은경을 더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요즘 근황은?

“웹드라마 ‘유명산 진달래’ 촬영을 마쳤다. 중국과 일본에서 먼저 방영된 다음, 차후 한국에 방영될 예정이다. 산골 소녀가 예지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도시로 건너와서 지내는 이야기다. 방영만 해외에서 먼저 하지 촬영은 한국에서 진행했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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