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에 이어 관객의 울화통을 시원하게 걷어찰 영화가 새롭게 등장했다. 이름 하여 ‘치외법권’. 분노조절이 안 되는 프로파일러 이정진(임창정)의 ‘단무과’(단순무식과격) 액션과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조유민(최다니엘)의 ‘기럭지’ 액션을 콤보로 볼 수 있는 이 영화에 반가운 얼굴이 등장한다. 사이비종교단체에 감금당한 동생을 구하는 언니 장은정을 연기하는 ‘TTL 임은경’이다. 지난해 ‘웰컴 투 두메산골’로 컴백해 근 10여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그녀를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었던지라 반갑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십 년 만에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임은경의 소감은 어땠을까 “(‘치외법권’을 촬영하기 전) 예전에는 촬영 다녀올 때마다 울었다. 잠을 자는 건지 마는 건지 할 정도로 생각이 많았다. 부담감이 컸다”는 임은경은 “‘치외법권’을 촬영한 다음에는 설레고 기분이 좋다. 행복하다”며 촬영의 즐거움을 이번 영화를 통해 깨달았다고 전한다.

▲ 배우 임은경 ⓒ박정환
- ‘치외법권’ 제작발표회에 얼굴을 보였을 때 포털에서 실시간 검색어로 ‘임은경’이 떠올라 화제가 되었다.

“저를 궁금해 하시고, 저를 기억해주셨던 팬들이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작년에 ‘웰컴 투 두메산골’이 방영되었을 때 공백 기간이 너무 길어서 저를 기억하지 못하실 줄 알았다. 방영 후 반응을 보니 저를 기억해주고 저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셔서 오히려 제가 숙연해졌다. 좀 더 분발해서 좋은 모습으로 팬의 곁을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백 기간 오디션도 몇 번 보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좋은 인연이 닿지 않아 그랬던 것 같다. 제게 TTL 이미지가 강해서 ‘임은경이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점이 많을 때 제가 공백기를 가져서 쉽게 작품 제의를 못 하셨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공백기가 길지 않았나 생각된다.

쉬는 동안 배우의 길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었다. ‘배우를 그만 두어야 하나, 아니면 끌고 나가야 하나?’ 의구심이 들 때 저를 사랑하는 팬을 위해서라도 제가 좋은 모습을 돌아가 보답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마음이 편해지면서 적극적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십 년 전만 해도 제가 오빠, 언니 하며 따라다닌 분들이 많았는데, 이제 반대로 주위 분들이 언니, 누나 하면서 저를 따르다 보니 책임감 있게 잘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임창정 씨와는 ‘시실리 2km’ 이후 11년 만에 호흡을 맞췄다.

“11년 전에는 다른 작품 ‘인형사’도 겸해서 소화하느라 말씀도 제대로 나누지 못 했다가 ‘치외법권’ 들어가기 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두 번째 작품이라 그런지 편했다.”

▲ 배우 임은경 ⓒ박정환
- 겨울이라 촬영하며 고생이 많았을 텐데?

“극 중 이정진과 조유민이 수용소에 있는 저를 구하는 장면을 전북 임실에서 찍었다. 스태프는 이틀 전부터 임실에 와서 이틀 동안 꼬박 밤샘 촬영을 하고 사흘째 되던 날에 제 분량을 찍었다. 저녁 6시를 넘어가니 엄청나게 추워서 밖에 1분 나가면 1시간 나가있는 것만큼 추웠다.”

- 1990년대 TTL 모델로 어떻게 발탁되었나?

“신인은 대개 광고 모델부터 시작하게 마련이다. 다른 모델로 몇 번 떨어졌다. 주위에서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너무 어리지 않냐’ ‘남자 같지 않냐’는 말이었다. 당시 학생이었다. 제가 글래머스하게 바뀔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속상했다. 다섯 번째 광고 미팅이 TTL이었다. 감독님이 한 번 보더니 다시 한 번 더 보자고 하셨다. 그리고 모델로 발탁되었다.

당시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TV에서 연기하는 배우는 저보다 멋진 사람이고, 훌륭한 분들이나 하는 거라고 어릴 적부터 생각해서 고민이 많았다. ‘나처럼 숫기 없는 애가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주위에서 해보라고 격려해주었다. 영화 촬영은 스태프나 주위 배우와 소통해야 하는데 당시에는 저만의 벽이 있어서 소통하기 힘들었다. 주연이라는 책임감도 컸다. 제가 천천히 밟아나갔으면 덜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 인터뷰 2에서 계속됩니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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