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의 톡투유가 이번에는 춘천 강원대를 찾았다. 요조는 춘천이라는 곳을 오기도 전에 노래로 익숙해져서 여행의 기쁨을 알게 해준 것이라고 강원도를 칭찬했다. 요조뿐이겠는가. 또한 노래 때문만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춘천은 여행이자, 연애의 코스였다. 그래서 아플 수도 있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할 때도 있지만, 그렇게 모두 털어내고도 끝까지 남아있는 감정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낭만일 것이다.

개인적인 기억을 말하자면 춘천은 고딩 때 가출지였다. 학기 중이라 아니라 방학을 노리는 소심하고도 나름 치밀한 가출이었고,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무려 청평서부터 청량리까지 걸어야만 했다. 그랬던 춘천이니 낭만은 무슨 생고생뿐이었지만 세월이 지나고 보니 여전히 그 고역스런 기억들은 추억이나 낭만이라는 단어로 염색되어 있다. 춘천은 대체로 그런 곳인 것 같다.

김제동의 톡투유 덕분에 또 까맣게 잊고 있었던 춘천이니, 낭만이니 하는 사치를 부릴 수 있게 됐다. 그런 춘천이라는 지역 때문인지 톡투유 이번 주 주제는 ‘휴식’이었다. 당연히 휴가 이야기도 나오고, 쉬지 못하는 사람의 고민도 나왔다. 그런데 그런 휴식에 관련한 모든 이야기들보다 더 시청자를 휴식케 한 말은 따로 있었다.

내가 아직 피어나지 않았다고 자기가 꽃이 아니라고 착각하지 말라.
남들이 피지 않았다고 남들이 꽃이 아니라고 여기지도 말라.
내가 피었다고 해서 나만 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남들이 피었다고 해서 나만 꽃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말라.
우리는 모두 꽃이다.

개그맨 김국진이 김제동에게 담배 연기를 뿜으며 해준 말이라고 한다. 우리는 꽃에 관한 참 좋은 시들을 기억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기억으로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일 것이다. 김국진의 이 말은 시인의 시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시라고 하면 시가 될 것이고, 화두라고 하면 또 화두도 될 만하다.

그것이 무엇이든 듣는 순간 모든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염화시중의 미소를 저마다의 입에 물게 했다. 티비를 보는 나도 그랬다. 비가 그쳤지만 그 덕에 더 후텁지근한 열대야와 사투를 벌이던 중이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더위도 잠시 잊을 정도로 마음이 시원해졌다.

요즘 한국사회의 화두는 불안이라고 생각한다. 먹방, 쿡방의 열풍, 소주까지 달콤해질 정도로 깊어진 단맛중독, 중학생들의 사교육 시간이 OECD 다른 국가들보다 6배가 많은 현실. 이런 것들 모두 욕망이라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본질은 불안일 것이다. 애고 어른이고 이 불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국진의 꽃 이야기는 이 불안을 향한 참 그다운 고즈넉한 조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편해질 수 있었고, 일요일이 끝나가는 때에 새삼스럽게 따끈한 온천에 몸을 담갔다 나올 때 불어오는 바람처럼 시원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은 김제동의 톡우튜의 타이틀 ‘걱정말아요 그대’와 너무도 잘 어울렸다. 김국진이 그런 말을 해준 것도 참 고맙고, 그 말을 잊지 않고 토시까지 기억했다가 전해준 김제동 또한 고마운 시간이었다. 그러기에 김제동의 톡투유는 따로 휴식이라는 주제를 정하지 않아도 늘 휴식 같은 시간을 주고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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