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다 보니 아무래도 ‘우천취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주 대구와 마산은 아직까지 월요일이 이어지듯 야구 없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죠.

야구라는 종목의 특성은 비와 함께하기 힘든 부분들이 많습니다. 공도 그라운드도 모두 젖어들면 경기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줍니다. 부상의 우려도 있고, 관람하는 팬들도 그리 편치 못하기에 너무 강한 빗줄기엔 당연히 취소가 맞습니다. 조상뻘이라 할 ‘크리켓’도 비가 내리면 경기를 하지 못하는 것도 비슷하다 할 텐데요. 크리켓은 우천시엔 규정이 ‘코인토스’로 승패를 정합니다. 상당히 독특하죠?

▲ 어제 경기 취소 직후 대구구장의 모습. 심지어 경기 시작 즈음에 비가 그치기도 했습니다.
테니스나 사이클과 같은 종목도 비가 오면 기다리고 경기를 미룹니다만, 많은 종목들은 비가 와도 경기를 합니다. 골프의 경우, 번개가 치거나 그린에 물이 차 퍼팅이 힘들면 불가피하게 중단하기도 합니다. 폭우가 내리면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있겠습니다만, 분명한 건 어지간한 빗속에서는 대부분의 스포츠가 펼쳐진다는 거.

그런 가운데 우리 프로야구를 볼까요? 분명한 건 너무 쉽게 ‘우천취소’를 결정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겁니다. 이번 주 들어 지난 이틀간의 대구 날씨를 돌이켜 볼 때, 화요일의 경우는 취소에 그나마 납득이 가는 상황입니다. 오전부터 빗줄기는 한 번도 그친 적도 없었고 시간이 갈수록 굵어졌으며 밤에도 많은 강수량이 예보되어 있었습니다. 반면, 어제는 경기 시작 시간 즈음엔 비도 다소 그쳤고, 취소를 결정한 당시도 야구를 못할 만큼 비가 온건 아니었죠.

심지어 인조잔디 구장이라는 특성을 볼 때, 어느 정도 비만 줄어든다면 경기 시작에도 어려움이 없는 대구구장. 아직까지는 밀린 경기의 숫자가 부담이 덜하기에 그럴까요? 분명 우리 프로야구의 취소는 너무 빠르고 쉬어 보입니다.

▲ 직접 비교하긴 힘듭니다만, 미국 메이저리그는 5~6시간씩 기다리기도 합니다.
3~4시간 이상 비가 그치길 기다리고, 어쩔 수 없이 취소되면 바로 다음날 더블헤더를 치르는 미국 메이저리그, -물론 원정을 위한 이동거리가 길고 매치업이 자주 일어나지 않기에 그런 결정이 이뤄진다는 점도 있습니다만.- 내리는 비에도 우비를 입고 응원하는 팬들이 당연하게 자리하는 일본의 프로야구, 모두가 어지간한 비엔 야구를 합니다.

물론, 우리 프로야구도 어지간한(?) 비에도 야구를 하는 시점이 있습니다. 포스트시즌, 특히 한국시리즈의 경우는 빗속에서도 치러지는 걸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요. 참석한 분들의 무게감과 행사에 대한 부담으로 인한 무리수(?)인지 모르겠지만, 포스트시즌은 비에 참 관대해집니다. 어지간한 비에는 경기를 시작하고, 기다림도 넉넉한 시간과 관대한 기준을 적용하죠.

▲ 아직까지도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은 2004 한국시리즈 9차전은 엄청난 수중전이었습니다.
관중들의 접근성도 떨어지고, 선수들에게도 위험요소와 경기력 하락이 예상되기에 비를 피하는 것. 그래서 오는 결과는 아마 추위에도 야구를 해야 하는 것이겠지요. 우승을 위한 길목이니 다소 추워도 상관없는 걸까요? 글쎄요, 관중들에게 주는 불편이나 선수들의 위험성만큼은 비나 추위나 비슷할 듯도 합니다.

이번 주 주중 3연전은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 삼성 대구 마지막 경기들, 이제 그 마지막은 한 경기만 남겨졌습니다. 오늘은 오후부터 대구만큼은 비 예보가 없는데요. 혹, 또 비바람이 스치면 또 취소될까 걱정이 앞섭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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