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될 듯합니다. 야구 없는 월요일엔 그리 시원하고 야구 보기 좋은 청명함을 자랑하더니, 화요일 오전부터 남부지방에는 장마다운 빗줄기가 함께하고 있는데요.

오늘 예정된 경기 가운데 마산구장과 대구구장, 대전구장은 우천 취소, 서울의 잠실과 목동구장 두 경기는 진행 중입니다.

▲ 비가 그친다면 경기에 무리 없는 인조잔디지만, 내리는 비는 대구구장도 어쩔 수 없습니다.
야구란 종목의 특성상 내리는 빗속에서 경기를 치르기는 사실 쉽지 않습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도 비오는 날은 그 숫자부터 확, 줄어듭니다. 선수들의 경기력도 떨어지죠. 우천취소라는 결정까지는 여러 고민들을 담고 있는,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일단 취소를 결정하면 눈앞에 문제들로부터는 자유롭습니다만, 또 다가오는 일정이 곤란해집니다.

올 시즌 같은 경우, 특히 역대 최다인 팀당 144경기가 예정됐는데요. 국제대회와 같은 리그 중단의 걸림돌이 시즌 중에는 없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경기 숫자입니다. 올스타전 휴식기간을 앞두고 리그 일정을 열심히 치러야 하는 상황이지만, 오늘부터 시작된 장마로 이조차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가운데 이미 시즌 절반을 치른 이 시점의 취소경기들은, 특히 ‘우천취소’는 분명 부담스러운 수준입니다. 주중 3연전을 앞둔 오늘 이전까지 2015 KBO리그의 우천취소 경기는 모두 44경기, 적지 않은 숫자입니다.

▲ 인천 문학은 벌써 아홉 번이나 우천취소! 10개 구단의 구장별 우천취소로는 단연 1등입니다.
예년의 기록들과 비교해도 리그 중반 44번의 우천취소는, 그것도 장마철을 앞둔 시점의 이 숫자는 부담스럽죠. 지난해와 비교하면 7월 첫째 주를 기준으로 15경기 정도?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많았던 2011년의 37경기보다도 많습니다. 물론 구단이 하나 더 늘어나 매일 펼쳐지는 경기가 하나 더 늘어난 상황이라는 변수를 감안해야 하겠습니다만.

2011년을 기준으로 장마철이 지난 직후 8월에 발표된 추가경기 일정에 75경기, 이듬해인 2012년 52경기와 2013년 49경기까지 분명 압도적으로 많은 추가 경기 일정이 함께합니다. 당시에도 우천취소로 인한 경기숫자는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장마철 직후 추가경기 일정편성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이보다 덜한 43경기의 추가 일정이 잡힌 지난해까지,-실질적으로는 54경기가 우천취소로 추가일정에 잡혔죠.- 결코 만만치 않은 우천취소입니다. 이로 인해 3년 연속 11월 포스트시즌이 함께했던 우리 프로야구, 말 그대로 가을야구가 아닌 ‘겨울’야구라 할 만합니다.

▲ 거의 매년 포스트시즌엔 비가 내렸던 걸 감안할 때, 올해 야구가 끝나는 날은 언제일지?
2015년, 어느 해보다 이미 많은 취소경기라 할 44경기의 우천취소. 그리고 장마철 시작으로 인해 7월말이면 아마도 이미 추가편성해야 될 경기는 50경기를 훌쩍 넘을 듯한데요. 한 경기씩을 더 치를 수 있는 10구단, 5경기 시대란 점을 감안해도 이는 8~9구단 시대의 40경기 수준에 해당할 터.

가물었던 지금까지의 기후를 돌이켜보면 우리 그라운드는 너무 쉽게 젖어들고, 간단하게 우천취소를 결정한 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이젠 기다림조차 무의미한 장마의 가운데로 접어들고 있으니 말이죠.

42년만의 가뭄, 그로 인한 아픔과 여러 고민들 탓에 장마와 함께 내리는 비는 반갑고 고맙습니다. 하지만 우리 프로야구는 그 어느 해보다 많아진 우천취소 경기들 앞에, 비로 인한 고민과 일정에 대한 부담은 늘 야구와 함께했지만 올해는 그 고민이 오히려 깊어질 듯합니다.

역대급 가뭄 앞에 앞선 우천취소들을 후회도 해보지만 이미 늦은 후회일 터, 오늘부터 이번 주는 또 몇 경기나 우천취소로 이어질까요? 추가일정에 대한 부담 속에 그라운드는 촉촉하게 젖어듭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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