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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포털에 댓글을 쓰시라‘포털’ 잡고 ‘사이비언론’ 뿌리 뽑겠다는 유치한 발상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06.23 20:33

포털사이트는 하루 수만건의 뉴스 중 일부를 선별해 수천만 명의 이용자에게 보여준다. 하지만 스스로 ‘미디어’임을 포기했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매체에 대한 ‘자격’ 심사를 주류언론에 맡긴 것도 모자라, 이제는 정부와 기업에게 ‘최상위 댓글’ 공간을 비워줄 생각이다. 청와대가 이토록 포털에 공을 들이는 것을 보니, 포털이 세긴 센가 보다. 포털이야말로 스마트폰 시대, 가장 중요한 여론형성의 주체라고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이른바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는 네이버와 다음이 동시에 발표했다. ‘오피셜 댓글’ 정책은 감청영장 거부로 미운털이 박혔고 최근 세무조사로 곤욕을 치른 다음이 먼저 손을 들었다. 네이버는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이 제안하고 청와대 대변인 정례회의에서 논의한 만큼 네이버도 정부의 ‘댓글’ 정책에 따를 가능성이 크다. 제아무리 구글과 경쟁한다는 IT공룡이라지만, 근본이 내수기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흔들면 흔들려야 한다. 

이들이 확정했거나 검토 중인 두 가지 정책은 모두 ‘사이비언론’을 척결하겠다는 발상에서 나왔다. 우선 언론의 자격 편이다. 포털은 그 동안 입점과 퇴출과정을 공개한 적이 없다. 포털은 뉴스를 골라 편집하면서도 그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은 주류언론 집단과 언론유관기관에 맡겼다. 이 문제는 ‘권력-기업-언론 동맹에 굴복한 포털’을 비판하는 데서 그칠 문제가 아니다. 포털은 뉴스를 할 자격이 없다.

모두 정론지를 자처하는 마당에 사이비언론을 가려낼 방법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정부, 정치권, 기업 그리고 각종 협회에 줄을 선다면 포털에 입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수언론과 비슷한 논조의 기사를 쓰면 포털에서 쫓겨나지 않는다고 짐작할 뿐이다. 반대로 권력에 접근하지 못하는 언론은 사이비가 되기 십상이고, 이들이 발굴한 단 한 줄의 팩트와 관점은 묻히게 된다. 정보를 차단해 이득을 얻는 주체는 누굴까. 

   
▲ 미국 드라마 <뉴스룸>의 한 장면. 기사는 독자가 평가한다. 언론은 신뢰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취재과정에서 실수가 있다면 즉각 정정하고 독자와 취재원에게 사과한다. 이게 정상적인 언론이다. 정부 기업 포털 보수언론이 말하는 사이비언론은 특별한 사정(기자의 실명이 나갈 경우, 목숨이 위협당하는 등)이 아닌데도 실시간급상승어를 따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디지털뉴스팀 이름으로 내보내는 언론이다. 그렇다면 사이비언론은 과연 누굴까. 이것 역시 독자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사이비언론은 공론장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된다.

다음으로 이른바 ‘댓글 정치’를 보자. 문화부와 청와대, 그리고 기업의 머릿속에는 ‘독자는 팩트 없는 기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상식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기자가 설명, 해명, 반론을 요청하면 취재에 응하면 될 일이다. 기사에 문제가 있다면 언론중재위원회를 찾거나, 피해가 심각하다면 소송을 제기하면 된다. 이런데도 정부와 기업이 굳이 직접 댓글을 달겠다고 나선 것은 댓글알바라는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겠다는 목적이 아니라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기사가 답변보다 빨라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 항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문제는 자신의 지독한 관료주의 적폐를 청산해야 해결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반론보도닷컴’을 거대 플랫폼으로 키우면 될 일이다. 돈은 충분하지 않나. 아마 정부와 기업의 댓글공세에 가장 많이 시달릴 매체는 실시간검색어에 환장한 주류언론 ‘닷컴’과 연예매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기업이 이토록 포털에 집착하는 이유는 ‘포털만 잡으면 여론을 평정하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모바일웹·앱에는 이미 길들여진 포털이 편집하는 뉴스만 가득하다. 카카오톡에서 뉴스를 볼 수 있는 ‘채널’에는 단 5줄의 기사만 있다. 권력과 자본에 포섭 탓에 운동장은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졌다. 권력과 자본에 아픈 문제를 보도하는 언론보다 그들의 해명자료를 받아쓰는 언론이 절대 다수다. 그런데 또 무슨 욕심을 부리는지 알 수 없다. 이미 전화 한 통으로 기사 내리고, 광고로 언론을 압박하고 있지 않나.

포털을 미끼로 언론을 다스리겠다는 발상이 유치하기 그지없다. 사랑 고백도 디지털로 하는 시대가 됐으니, 댓글로 마음을 전하겠다는 건가. 그렇다면 언론중재위도 찾지 말고, 소송도 당장 중단하라. 편집국에 전화도 하지 말고 찾지오지도 말라. 치졸하게 광고로 압박하지 말고, 논리로 승부하라. 모든 매체에게 포털을 개방하고 그저 댓글만 쓰라.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 공론장의 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청와대와 포털이라면 이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들이 내놓은 두 가지 포털 정책에 적극 찬성한다. 다만 ‘청와대’라는 이름 뒤에 숨지 말고 ‘민경욱 대변인’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이름을 걸고 쓰라. 일부 사이비언론이 책임소재를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디지털뉴스팀’ 정도를 빼면 한국의 모든 기자는 실명으로 기사를 쓴다. 책임 있는 자라면 이름을 걸고 글을 써야 하지 않겠나. 우선 미디어스에 연락하시라, 댓글 달 수 있는 아이디를 발급하겠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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