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뉴스 관련하여 이슈가 되고 있는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칭)’에 대해서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하려고 한다. 인터넷뉴스 생태계가 복원되기를 바라는 관점에서 글을 정리하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3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재 종이신문의 가구 구독률은 20.4% 수준이라고 한다. 물론 인터넷 뉴스 이용률은 65.4%이다. 특히 연령별 이용률을 보면 19-29세(93.5%), 30대(88.1%), 40대(80.5%), 50대(52.9%) 등으로 나타난다. 시간이 해가 지날수록 종이신문보다는 인터넷뉴스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50대미만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인터넷뉴스 이용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털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뉴스 생태계가 우리나라에 조성되어 있다.

▲ 지난 5월 28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네이버-다음카카오,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명회'에서 임선영 다음카카오 이사(왼쪽)와 유봉석 네이버 이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언론계 중심으로 구성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심사를 거쳐 매체의 자격을 평가하면 양사가 이를 바탕으로 뉴스 제휴를 맺거나 연장하는 내용이 골자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국내 인터넷뉴스 생태계에서 뉴스 생산 및 유통과 관련된 주요 행위자는 인터넷신문, 언론사 닷컴, 포털 뉴스서비스 등이지만, 인터넷 이용자들의 뉴스 소비행태는 주로 포털 뉴스서비스가 제공하는 ‘인기검색어’나 ‘실시간검색어’ 등이 기사 선택의 기준이 된다. 실제로 순방문자 상위 30대 사이트의 유입 방식은 네이버 검색, 다음 검색, 미디어 다음, 네이버 뉴스스탠드의 순으로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짧은 주기 동안 사실상 동일한 내용의 기사를 제목이나 내용을 살짝 바꿔 반복 전송하는 기사 어뷰징(abusing)이 문제되고 있다. 즉, 뉴스 검색 결과 페이지의 상단에 노출될 수 있도록 인터넷신문들이 네이버나 다음이 제공하는 인기 검색어를 포함한 기사를 거의 동일한 내용으로 반복 전송 및 게재함으로써 트래픽을 유발하고자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 제목이나 이슈에 대한 지엽적이고 신변잡기적인 보도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기사가 이슈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슈가 기사를 만드는 방식으로 작성된 어뷰징 기사, 실체가 없는 낚시성 기사 또는 검색어 기사가 인터넷신문의 포털종속화를 가속화할 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의 신뢰도는 점차 하락하는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페이지뷰가 많아지면 광고 노출 건수도 많아지고 자연스레 광고 클릭 건수도 높아지는 인터넷뉴스 환경으로 말미암아 인터넷 문들은 포털 사이트의 인기 검색어 또는 어뷰징 기사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하고 있다. 아니러니 하게도 어뷰징 기사는 인터넷신문사들의 수익을 증진시키기 보다는 포털사들의 트래픽과 광고수익을 독점하는데 유리하게 작용됨으로 인해서 더욱더 인터넷신문사들의 포털에 종속되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

어뷰징의 가장 큰 문제는 기자들도 모르는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 루트를 통해 전달한다는 것이다. 어뷰징 기사가 타사 기사의 제목이나 내용을 베끼는데 치중되고 원문의 진위 여부 파악 과정이 배제된 채 빠르게 노출되다 보니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무한대로 확대 재생산되어 버린다.

현재 인터넷신문사들은 안정적인 이용자 트래픽을 확보하기 위해 포털 뉴스서비스와 기사제공제휴사 또는 검색제휴사가 되려고 경쟁하고 있다. 인터넷신문사가 포털과 비제휴사로 오랫동안 남아있게 된다면 인터넷신문 운영 및 비즈니스 모델에 큰 타격을 입게 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만의 문제일 수 있는 포털과 인터넷신문간의 왜곡된 공생모델은 뉴스를 생산하는 콘텐츠제작자가 찬밥신세로 전락하고 그 결과 인터넷뉴스의 질도 하락하는 시스템이 조장되면서 악화가 더 큰 악화를 양산하는 모델이 확립되고 있다.

▲ 포털에 종속되어 있는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실시간 검색어'에 대응해 기사를 쓰는 기자들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포털과는 달리 구글의 경우 단순히 뉴스 검색 기능만을 제공하며 기사 검색 후 클릭 시 바로 해당 언론사로 연결되도록 하고 있다. 알고리즘에 기초하여 유사한 기사를 함께 그룹화하고 각 독자의 맞춤형 관심사에 따라 해당 기사를 기계적으로 표시, 배치하는 등 정보의 유형만을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포털의 경우 뉴스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기사를 직접 생산하지는 않지만, 뉴스 검색 아웃링크를 통해 포털 기능을 하고 다수의 뉴스 생산자로부터 뉴스 콘텐츠를 공급받아 이를 섹션과 이슈에 따라 편집하고 재구성한 후 이용자에게 제공함으로써 뉴스 콘텐츠 제공을 통한 가치창출을 꾀하고 있다.

이 결과 우리나라 온라인 저널리즘은 네이버라는 거대 포털 뉴스서비스가 인터넷에서의 뉴스 기사 유통과 여론 형성에 상당히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정착되었다. 네이버 페이지에서 어떤 뉴스가 많이 읽히고, 어떤 뉴스가 많이 노출되었느냐가 굉장히 중요해져 버린 것이다. 이는 이용자들의 주목도를 높이고 유발되는 트래픽을 높이기 위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이나 기사를 제공하는 인터넷신문사가 증가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설명한다. 뉴스 독자들의 인터넷신문 기사 소비 행태의 변화와 포털의 뉴스서비스에 대한 인터넷신문사들의 의존도 강화로 발생한 또 다른 문제는 독자들의 시선을 이끌기 위한 어뷰징 기사가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지난 5월 28일 오전 10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신문협회, 인터넷신문협회, 온라인신문협회, 언론진흥재단, 언론학회 등 언론단체가 주축이 된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칭)’ 설명회를 열고 포털 뉴스 서비스의 주도권을 언론사에 내주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였다.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언론사의 포털 입점과 퇴출을 언론계 판단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어뷰징 기사 증가에 따른 이용자의 불만과 사이비언론의 퇴출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포털 주도의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명회의 가장 문제점은 지금까지 인터넷 매체의 난립과 어뷰징 등에 관한 포털 뉴스서비스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고 포털 뉴스서비스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음에도 지금까지 무반응이었던 양대 포털사의 움직임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1996년 빌 게이츠가 말한 ‘콘텐츠가 왕이다(Content is King)’라는 말이 인터넷뉴스 생태계에도 적용되기 위해서는 저널리즘 차원에서 문제되는 어뷰징 기사 문제와 산업적 차원에서 제기되는 인터넷뉴스 생태계의 복원 또는 선순환구조 확립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자 하는 포털사들의 진실된 해결 의지가 표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은 지난 5월 28일의 설명회는 퍼포먼스적인 요소가 강했다는 생각이다. 물론 어뷰징 기사의 문제와 인터넷 매체 난립 등의 문제에서 인터넷신문사들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그 동안 인터넷 생태계 속에서 인터넷신문사는 의지와 달리 곰의 역할을 하고 포털사은 사육사 역할을 통해서 지금과 같이 성장해왔다. 이제는 인터넷신문, 언론사 닷컴, 포털뿐만 아니라 인터넷신문 이용자(시민)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인터넷뉴스 생태계 차원에서 뉴스 생산 및 유통의 생태계 복원을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포털의 시각에서 제시된 미봉책적인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보다는 인터넷뉴스 생태계 회복을 위한 제대로 된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논의에서 인터넷신문사들의 개선 노력과 자구책도 절실히 필요하다. 올해 기준으로 6,000개가 넘는 인터넷신문사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하고 공멸하기 전 또는 인터넷뉴스 이용자들의 인터넷뉴스를 불신하여 보지 않기 전에 인터넷뉴스의 생태계 복원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기를 바란다.

박상호 /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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