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를 합의부 재판부에 비유하며 김재홍 방통위 상임위원의 ‘수신료 인상 반대’ 기자회견에 대해 “합의제 기구 멤버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박 의원은 김 위원이 17대 국회의원 시절 수신료 인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박 의원의 발언이 합의제 기구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재홍 위원 또한 즉각 박 의원의 발언을 비판하고 반박하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이 같은 비판에도 박민식 의원은 “(일부 상임위원이 단독행동을 한다면) 방통위를 독임제 기관으로 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박민식 의원은 16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성준 방통위원장을 상대로 질의하며 김재홍 상임위원의 6월2일 단독 기자회견을 맹비난했다. 박민식 의원은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절차다. 상임위원이 다섯 분인데, KBS 수신료 인상안은 방통위를 거쳐 국회에 넘어가 있다. 거기에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상임위원이 개인적으로 기자회견을 하면 합의제 기관이 무엇 때문에 있나. 내용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방통위의 특징이 있다.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도 위원회다. 많은 결정을 한다. 개인 결정과 다르다고 (위원이 혼자) 정반대 주장을 하는 것은 정치고, 정치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방통위를 합의제 재판부에 비유했다.

이에 대해 최성준 위원장이 “(합의제 기구로서 방통위의)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안건에 대해 내부 논의해서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라며 “(의견이) 모아지지 않을 경우, 간혹 그렇게 독자적인 의견을 발표한 적이 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정부여당과 야당이 3대 2 구도로, 소수파들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소수의견을 피력해 왔다. 종합편성채널 허가, 지역MBC 통합 의결, 수신료 인상 논의 과정에서도 소수파의 단독행동이 있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최성준 위원장이 방통위 산하 시청자미디어재단 초대 이사장에 이석우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임명하면서 소수파인 김재홍 고삼석 상임위원이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민식 의원의 발언은 정치적 지형을 고려한 방통위의 특성을 무시했다는 지적이 당장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은 “방통위는 다른 견해를 음성화하지 않고 양성화해 만장일치의 합의를 이루는 게 좋지만, 합의되지 않는다면 다수결을 통해 결정을 하고, 3대2 구도에서 소수파는 자신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소수파는 방통위의 결정과 다른 입장과 의사를 발표한다”며 “(소수파가) 이의제기하거나 공개적인 비판을 하지 않을 수준의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위원장의 책임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박민식 의원은 “김재홍 위원은 17대 국회의원 시절 KBS 수신료에 대해 적극적으로 말씀하셨다”며 김 위원이 의원 시절과 정반대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 의원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절차적으로 너무 나가는 것을 지양해야 국민들 입장에서 안정감이 든다”며 최성준 위원장의 ‘역할’을 주문했다. 이에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소수파 상임위원이 기자회견을 연 이유는) 위원장이 위원회 정신에 입각해 잘 운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면 왜 그런 일을 하겠나. 소수의견이 묵살되는 힘의 불균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은 17일 성명을 내고 “(방통위는) 정치적,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이 3대2 의결 구도가 결코 깨지지 않는다”며 “합의제라는 가면을 쓰고 있지만 사실상 독임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언론노조는 이어 “정치적 중립성,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방송통신부가 아닌 방송통신위원회로 만들어진 취지가 무색해진 상태”라며 “오히려 김재홍 위원의 기자회견은 소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방통위를 일방 독주로 이끌고 있는 방통위원장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이미 위원장과 여당 추천 위원 주도로 합의제 정신이 훼손된 상황에서 야당 추천 위원에게 방통위 의결 사항을 따르라고 하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저 자리나 지키고 있으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건강한 문제제기를 가로막는 태도는 다수의 횡포일 뿐”이라며 박민식 의원 발언을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박민식 의원의 합의제 정신 주장은 규제기구를 무력화시키려는 폭거일 뿐”이라며 “정부와 여당은 허울뿐인 민주적 제도를 거론하며 비판적인 의견에 대해 힘으로 묵살하려는 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방송통신위원회 김재홍(왼쪽)·고삼석 상임위원은 지난달 11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석우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의 시청자미디어재단 초대 이사장 내정 철회를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재홍 상임위원은 16일 국회 미방위 전체회의가 끝난 직후 기자들에게 “방통위를 합의부 재판부에 비유하면서 방통위원장을 부장판사 재판장에, 상임위원들을 좌우심 배석판사로 비유한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박민식 의원은 (제가) 17대 국회의원 하면서 KBS 수신료 인상을 주장했다고 했으나, 이는 거짓말이다. 저는 결단코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가 기자들에게 제시한 2005년 2월28일 국회 문방위 속기록에 따르면, 그는 당시 “수신료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올려야 되겠다는 주장을 하려면 시민사회에서 요구하는 만큼의 내부 개혁이 전제되어야 됩니다. 좀 어렵더라도 노조와 상의해서 수신료를 올려도 누가 반대하지 않을 만큼의 내부 개혁을 강력히 해 주시기를 주문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김재홍 위원은 기자회견 취지에 대해서도 재차 설명했다. 그는 “지금 (국회) 미방위에 제출돼 있는 수신료인상에 대한 방통위의 긍정적 검토안은 저를 포함한 3기가 오기 전인 2기 때인 2014년 1월 송부된 것”이라며 “3기 방통위에서 간헐적으로 서너 차례 얘기가 나왔을 때마다 저는 방통위의 긍정의견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나, 최성준 위원장 등 여권 위원들은 재검토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으로 정식 논의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수신료인상에 대한 방통위의 긍정의견이 미방위에 제출된 직후 세월호 참사가 터졌으며, 그 재난방송에서 KBS가 정부책임을 비호하는 편파방송으로 큰 비판을 받았기 때문에, 2기 방통위가 긍정의견을 냈다 하더라도 그것은 재검토돼야 한다”며 “제가 수신료 인상 선행요건 기자회견을 한 것은 6월2일 오후인데, 6월1일 KBS의 조대현사장이, 2일 오전엔 EBS 신용섭 사장이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총력전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기자들이 입장 표명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민식 의원은 17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도 김재홍 위원의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거듭 주장했다. 박 의원은 “김재홍 위원이 국회에도 있었고 방통위 상임위원이기도 하니 생각은 존중한다”면서도 “(김재홍 위원은) 합의제 기관의 멤버이지 않나. 단독으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여러 차례 있지도 않았다. 하더라도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이어 “방통위는 합의제 기구다. 제 말의 핵심은 김재홍 위원을 인격적으로 뭘 하려는 게 아니다. 정부에 합의제 기관이 여러 개 있다. 위원회를 구성하는 일부 멤버가 현안에 대해 단독으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자연스럽지 못하다. 함부로 한다면 그것은 합의제가 아니라 단독기관(독임제)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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