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에 출연해 '노무현 종북' 등 망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이석우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낙하산 비판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미디어재단 초대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최소한의 전문성마저 결여되어 있어, 부적절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무리한 인사를 강행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방통위 ‘몰래’ 임명장을 수여하려 했다는 지적마저 나왔다.

방송통신위원회 야당 추천 고삼석·김재홍 상임위원은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석우 내정자와 관련해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으로서 요구되는 전문성과 공정성, 중립성을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재단 설립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이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시청자미디어재단 공모 시작과 함께 낙하산 논란이 벌어졌다.(▷관련기사 : ‘노무현 종북’ 논란 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내정?)

방통위, 아무도 모르게 이석우 임명하려 했나

방통위는 이날 오후4시 이석우 내정자에게 ‘임명장’을 수여할 계획이다. 그렇지만 방통위의 주간일정표에는 해당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았고,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이 같은 계획을 아예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방통위 상임위원들조차 언론보도를 통해 이석우 씨가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으로 내정된 사실과 임명식 일정을 알게 됐다”며 “기가 막히다. 얼마나 떳떳하지 못한 인사이기에 상임위원에게조차 내정·임명식 일정도 사전에 알리지 않고 진행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 방송통신위원회 김재홍(왼쪽)·고삼석 상임위원이 11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석우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의 시청자미디어재단 초대 이사장 내정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석우 내정자는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을 수행할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정부출연기관으로 부산과 광주, 강원, 대전, 인천 등 5개 지역에서 운영 중인 시청자미디어센터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퍼블릭액세스 강화를 위한 지역주민들의 미디어교육을 지원이 주요 업무이다.

고삼석·김재홍 상임위원은 “미디어와 미디어교육에 대한 전문성은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이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 역량이고, 이를 위한 정치적·이념적 중립성은 불편부당한 업무수행을 위해 필수적인 덕목”이라고 지적하며 “이석우 씨는 종편에 출연하면서 특정 이념과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는 편향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또한 지난 1년 간 국무총리 공보실장과 비서실장으로 정부의 입장은 대변하는 자리에 있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이석우 전 비서실장은 JTBC <임백천 임윤선의 뉴스콘서트>에 출연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여지를 줘)결과적으로는 종북이 될 수도 있다” 등의 발언을 해 막말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채널A <직언직설> 박근혜 정부 출범 1주년 토론회에 출연해서는 “(박 대통령이)사람을 쏘아는 보는데 일반 사람들처럼 정말 미워서 쏘아보는 그런 건 아니고, 부드러운 분위기도 있고 깊이도 담아 쳐다보니까 사람이 뭔가 찔리는 것”이라는 자의적인 해바라기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 발언 이후, 이석우 내정자는 국무총리비서실 공보실 실장으로 임명됐다.(▷관련기사 : 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내정' 됐든 안됐든 철회하라)

“임추위, 낙하산 배출 기관 아니다”

고삼석·김재홍 상임위원은 시청자미디어재단 설립추진위원회와 임원추천위원회에 대해서도 “낙하산 인사에게 면죄부를 주는 기구가 되어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은 임추위로 하여금 “해당 기관에 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최고경영자로서 역량을 갖춘 적임자를 후보자로 추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문성을 갖춘자로 임명하기 위한 규정이었지만 오히려 낙하산 인사를 추인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임추위가 내정설이 나왔던 낙하산 인사를 추천해 결과적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한 것은 본연의 책무를 헌신짝 버리듯 내버린 행위”라면서 임추위원장을 맡았던 정부여당 추천 이기주 상임위원에 대해서도 “공명정대하게 관리·운영하라는 뜻이지 후보자 추천에 관한 전권을 준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임추위의 이석우 씨 추천은 법과 제도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한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방통위는 합의제 행정기구”라며 “합의제는 다수결에 의한 운영보다는 위원들 간 대화와 타협을 통해 운영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며 “방통위원장이나 산하기구 어떤 책임자의 행정권도 방통위 상임위원들을 배제한 채 행사될 수 없다. 그런데 그동안 방통위는 이인호 KBS이사장 추천이나 곽성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 등 상임위원들과 논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낙하산 인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시청자미디어재단 임원 인사문제를 상임위원들과 상의하지 않고 위원장이나 재단추천위원회가 독단·독주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합리화될 수 없다"며 "임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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