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지부장 오정훈, 이하 연합뉴스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단체협약을 이행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연합뉴스 노조는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조복래 콘텐츠 융합 담당 상무이사, 이창섭 편집국장 직무대행, 황대일 전국·사회 에디터, 이기창 국제 에디터 등의 직무집행정지 및 단체협약 이행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지난달 27일, 박노황 신임 사장이 취임하면서 콘텐츠 융합 담당 상무이사를 신설해 단협에 보장된 ‘편집인’인 ‘편집총국장’ 제도를 무시한 데 따른 것이다. (▷ 관련기사 : <‘편집총국장 무력화’ 시작한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

기자직 사원 모두가 공유하는 ‘편집권’을 대표하고 책임지는 편집총국장을 두는 ‘편집총국장제’는 편집과 경영의 분리 원칙 아래 지난 2012년 만들어진 제도다. 이사직을 수행하는 임원들과 별도로 독립된 위치에서 편집국장 자리를 겸임하는 편집총국장은 그동안 두 제작국장(지방국장, 국제국장)을 비롯한 편집국 전체를 총괄 지휘해 왔다. 연합뉴스 기자들 2/3 이상이 참여한 투표에서 유효투표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임명될 수 있고, 면직 시에도 구성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연합뉴스 노조는 “신임 경영진은 취임 이후 지난 한 달 동안 103일 간의 파업 끝에 노사가 합의한 편집총국장 제도는 물론 편집총국장·제작국장 임면동의 투표 제도마저 무시했다”며 “노사 간 체결된 단체협약이 총체적으로 무시되는 상황을 더는 지속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 하에 사측을 상대로 가처분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 3월 25일 취임한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은 27일 인사를 통해 편집총국장을 공석으로 하고 콘텐츠 융합 담당 상무이사 자리를 신설해 편집총국장을 대신하게 했다. (사진=연합뉴스)

또한 연합뉴스 노조는 사측의 단협 위반 행위 때문에 “불공정보도를 감시하는 노사 편집위원회 역시 파행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에 따라 신설된 편집위원회는 매달 1회 정기 회의를 통해 편집과정에서의 독립성·공정성·공익성 훼손 여부, 내부 구성원들에 의한 자율성 침해 관련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연합뉴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편집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편집인은 조복래 콘텐츠 융합 담당 상무라고 답변했고, 편집위원회에서는 기사 제작에 관한 실무 논의를 하기 때문에 편집인이 아닌 편집국장 직무대행과 정치·경제·전국·국제 에디터가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노조는 회사의 이 같은 답변이 ‘회사는 편집권 독립을 위한 제도로 편집인을 편집총국장으로 하며, 임기는 1년 6개월을 원칙으로 한다’는 단협 제14조와 ‘편집위원회는 편집인과 공정보도위원회 간사를 포함한 각 5인 이내 노사 동수의 편집위원으로 구성한다’는 편집규약 제3조를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노조는 “사실과 진실에 입각한 공정보도는 연합뉴스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이며 이를 지켜나갈 제도적 장치는 편집권 독립을 보장하는 편집총국장제도와 편집총국장·제작국장 임면동의 투표 제도”라며 “다수의 언론사가 이와 유사한 편집권 독립 보장 제도를 운용하고 있음에도 사측은 이를 무시하면서 단체협약 자체를 무력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새 경영진 취임 이후 단행된 일련의 조치가 단체협약 위반이 아니라는 사측의 적반하장 격 태도와 상황의 긴급성을 감안할 때 가처분 신청을 통해 신속한 법적 판단을 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라며 “본안 소송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과 사측이 단체협약을 조속히 이행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어 정교한 법리검토 끝에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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