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새끼 살려내라고!”

안산 단원고 2학년 고 박혜선 학생 어머니 임성미 씨는 딸을 얼굴도 보지 못하고 떠나보냈다며 절규했다. 유가족들은 단 한 명도 만나지 않고, ‘콜럼비아 국내 사정’ 때문에 부득이하게 세월호 참사 1주기에 중남미 순방을 떠난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대한민국에 발 디딜 생각하지도 마!”라고 외쳤다. 마이크를 던진 임성미 씨는 무대를 채 내려가지도 못하고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 18일 오후 3시 40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년 전국 집중 범국민대회>모습 (사진=미디어스)

세월호 참사 368일 째인 18일 오후 4시 31분, <세월호 참사 1년 전국 집중 범국민대회>는 시작한 지 1시간도 되지 않아 이렇게 급작스럽게 중단됐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존엄과 안전위원회의 김혜진 위원장은 “죄송하게도 오늘의 범국민 집회는 진행할 수 없게 됐다”며 시민들에게 광화문으로 발걸음을 옮겨줄 것을 요청했다.

“지금 광화문에서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행령을 폐기하라고 진실을 인양하라고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가로막히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가족 분들에게 달려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뒤의 순서를 기다리던 분들에게는 죄송합니다. 집회를 이렇게 마무리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18일 오후부터 유가족 연행, 한 명 부상

당초 오후 3시로 예정돼 있던 범국민대회 전부터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광화문 누각 앞에서 ‘정부 시행령(안) 폐기’를 외치며 노숙농성 중이었던 유가족들은 경찰버스와 병력에 둘러싸여 고립된 상태였다. 유가족들은 단지 세월호 선체의 온전한 인양과 지난달 3월 27일 해양수산부가 대통령령으로 내놓은 세월호 특별법에 따른 시행령(안) 폐기를 요구했을 뿐이었다. 광화문 누각에는 가족들 50여명만 있었으나 경찰은 차벽을 설치했고, 이에 항의하는 유가족들을 신속하게 연행했다.

범국민대회가 열리는 도중이었던 오후 4시 경, 연행된 것으로 파악되는 유가족 수만 15명에 달했다. 찬민 아빠, 준형 아빠, 수진 아빠, 재능 아빠, 다영 엄마, 민정 엄마, 다인 엄마, 수진 엄마, 경주 엄마, 재욱 엄마, 예진 엄마 등 11명은 금천경찰서로, 유민 아빠, 영창 아빠, 영석 아빠, 동명 아빠는 노원경찰서로 연행됐다. 집회 말미께 한 명이 더 연행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유가족 중 또 부상자가 나오기도 했다. 단원고 2학년 서동진 학생 어머니 김경녀 씨는 경찰과 충돌하다 다쳐 오후 3시 경 백병원으로 후송됐다.

“이 국가가 죽였습니다, 이 국가가 진실 인양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국민행동 상임대표 함세웅 신부는 어제(17일) 저녁 진행한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도전 - 4160개의 촛불로 세월호 만들기>를 언급하며 “세월호는 침몰했지만 우리가 만든 구원과 치유의 배를 우리가 다시 만들었다. 우리가 새로운 구원의 배, 치유의 배의 주역들이다. 돌아가신 희생되신 분들이 바로 이 배를 이끌어주신 수호신들이다. 이런 마음 간직하면서 이런 행사, 매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함세웅 신부는 정부 시행령(안)을 두고 “그게 조사하자는 건가. 은폐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세월호 참사는) 해수부가 아니라 청와대, 바로 박근혜가 책임져야 한다. 분명히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전탑 반대투쟁을 벌여온 밀양 주민 구미현 씨는 “세월호 유족들이 머리를 밀고 베옷을 입고 거리로 나선 모습을 본 이후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다”며 “밀양에서 우리가 10년 동안 송전탑 반대 투쟁을 하면서 거짓말도 많이 당하고 폭력도 많이 당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모욕과 폭력으로 우리는 상처받을 대로 받았다. 하지만 세월호 유족들한테는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저는 우리가 당했을 때보다도 더 분하다”고 말했다.

송경동 시인은 “(박근혜 대통령은) 120명의 재벌만 태우고 이 고통과 슬픔의 대한민국을 탈출했다. 그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 아니다. 돌아오지 마십시오!”라며 “이 국가가 죽였다. 이 국가가 진실 인양을 가로막고 있다. 저 차벽 뒤에서, 저 공권력 뒤에서 우리 아이들과 이웃들이, 우리 유가족 분들이 구해 달라고 손을 내밀고 있다. 오늘 우리가 내밀어 줘야 하지 않나”라고 소리쳤다.

“내 새끼가 죽었는데… 제가 무슨 죄를 졌죠?”

안산 단원고 2학년 고 허다윤 학생 아버지 허흥환 씨는 “지금 세월호 안에는 9명의 실종자 가족이 있다. 그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주자. 지금 가족과 함께 행복하자”며 짧은 인사를 전했다.

▲ 18일 오후 3시 40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년 전국 집중 범국민대회>에서 단원고 2학년 고 박혜선 학생 어머니 임성미 씨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안산 단원고 2학년 고 박혜선 학생 임성미 씨는 울먹임에 목이 멘 목소리로 “우리가 가해자인가요, 피해자인가요”라고 반문했다.

“저희 유가족이 연행된 건 아시죠? 왜 연행해 갔죠? 우리가 무슨 죄를 졌죠? 제가 무슨 죄를 졌죠? 우리가 가해자인가요? 가족을, 내 새끼를… 우리가 가해자인가요? 피해자인가요? 내가 가해자인가요? 피해자인가요? 내 새끼가 죽었는데…

내 새끼가 난 얼굴도 못 보고 보냈어요. 우리 혜선이 우리 혜선이 얼굴도 못 보고 보냈다고 이 개새끼들아! 언니가 같은 단원고 3학년이었어요. 팽목항에서 19일 만에 올라오는데, 제가 천주교 신자인데, 하도 안 올라와서 5월 4일 날 여섯시 미사보고 올라왔어요. 우리 혜선이가. 그래서 난 우리 애기 애기도 못 보고 보냈다고요. 이쁜 내 새끼 얼굴도 못 보고 보냈다고요. 1년이 이렇게 힘든데 이 새털 같은 세상 어떻게 살아야 하죠?

시체팔이 맞아요. 나 우리 딸 팔아가지고 돈 벌 거예요! 부러우시면요… 부러우세요? 부러우세요? 부러우시면 진도 바닷가에다 처박으면 돼요. 그러면 알아서 돈 주더라고요. 저 그 돈 받고 부자 될 거예요. 우리 혜선이 덕분에 부자 돼서 이 나라 뜰 거예요. 이민 갈 거예요!

광화문으로 와 주십시오. 우리 유가족들 지금 광화문에서 그저께도 어떤 엄마가 뼈다구 다 부러졌어요! 갈비뼈 네 대가 나갔어요!”

결국 범국민대회는 중단됐다. 대신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은 점점 연행자가 늘어가고 있는 유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광화문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경찰은 광화문과 시청 일대에 차벽을 쌓아 시민들의 통행을 막았다. 경찰은 도로 한복판에 가로 세로 빈틈없이 경찰버스를 세워두고는 오후 5시 6분 경 1차 해산명령을 내렸다.

“여러분의 불법행위로 수많은 시민들의 교통 불편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시민들, 버스 운전 기사님들, 택시 운전 기사님들, 학생들 귀가를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교통 불편을 초래하고 공공의 안전과 질서 유지에 명백한 위협을 초래합니다. 지금 즉시 해산하기 바랍니다. 남대문 경비과장이 경찰서장님의 명을 받아서 1차 해산 명령 내립니다. 지금 즉시 해산하시기 바랍니다”

▲ 경찰이 차벽을 쌓아놓은 모습 (사진=미디어스)

▲ 경찰버스와 차벽에 둘러싸여 시민들이 광화문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 세월호 유가족들을 격려하기 위해 광화문으로 이동하던 시민들은 경찰에 막혀 거리에 주저앉았다. (사진=미디어스)

▲ 경찰이 차벽을 쌓아놓은 모습 (사진=미디어스)

▲ 경찰 차벽에 붙어 있는 손팻말 (사진=미디어스)

▲ 경찰 차벽에 붙은 손팻말들 (사진=미디어스)

▲ 18일 오후 5시 42분 경 광화문 세종대왕상 부근 상황 (사진=미디어스)

▲ 세월호 유가족들이 경찰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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