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TN이사회는 2일 오전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을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사진=연합뉴스)

“방송은 방송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고 저는 경영 잘해서 좋은 방송 만들겠다, 좋은 방송을 만들기 위한 좋은 경영을 하는 데 제가 최선을 다하겠다.”
- 조준희 YTN 사장 내정자

YTN 이사회는 지난 2일 오전 7시, 서울 서초구 더팔래스 호텔 내 일식당에서 조찬 형태의 이사회를 열고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을 후임 사장으로 내정했다. (▷ 관련기사 : <YTN 신임 사장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 ‘내정’>) 일시, 장소, 참석자까지 비밀에 부쳐졌던 이날 이사회는 그러나 사장 내정을 비롯해 22기 재무제표 승인, 정기주주총회 개최일시와 회의 목적사항 등 경영상에 가장 중요한 것들을 결정했다. 이 모든 것을 정하는 데는 30여분 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연임에 성공해 6년 동안 YTN 사장을 맡았던 배석규 사장의 뒤를 이어 조준희 씨가 내정된 것은 그야말로 ‘깜짝 인사’였다. YTN 최대주주인 한전KDN(900만주 보유, 21.43%)이 조준희 씨를 추천했고, 배석규 사장부터 고광남 감사까지 8인 이사 전원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30년 동안 금융권에서만 일해 온 전형적인 ‘금융맨’이 보도전문채널 사장이 된 배경은 뭘까. YTN 안팎에선 한결 같이 ‘불안한 경영’을 꼽고 있다.

2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 12월 31일 기준으로 YTN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3.1% 감소한 1063억 7000만원이며, 영업이익은 260억 7000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2013년 영업이익은 33억 4000만원으로 흑자였다. 당기순이익은 108억 7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32% 증가했으나 이는 지난해 12월 2310억에 매각된 남대문 사옥이 반영된 수치다. YTN은 “광고경기 침체 등으로 매출이 감소했고 사옥 이전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와 특별희망퇴직 실시에 따라 일시적인 비용 증가 요인이 생겨 영업수지가 나빠졌다”고 말했다.

YTN 관계자는 3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대주주인 한국KDN 쪽 이사가 신임 사장을 추천했는데 추천의 변에 ‘경영 안정화’ 내용이 언급돼 있었고, 이사회에 동석했던 분들이 (추천 이유에) 다 공감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YTN 사내이사로 사장 선임에 참여한 김백 상무도 같은 날 통화에서 “(조준희 내정자가) 경영 쪽에 밝아서 회사 경영에 여러 가지 도움이 되는 분이라고 대주주들이 추천을 했다. 그래서 이사들도 (조준희 내정자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만장일치로 통과됐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조준희 내정자는 금융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인사이지만, 언론 관련 경력이 전무해 벌써부터 ‘낙하산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이사회에서 이 같은 우려나 지적사항이 있었는지 묻자 김백 상무는 “특별한 건 없었다”고만 말했다.

조준희 내정자 “좋은 경영 아래서 좋은 방송 만들어지는 것 아니겠나”

조준희 내정자는 1980년 기업은행에 입사해 23대 기업은행장을 맡는 등 30년 넘게 ‘금융맨’으로 일해 온 인물이다. 조준희 내정자는 YTN의 불안한 경영을 언급하며 좋은 방송의 토대가 될 수 있는 좋은 경영을 하겠다고 밝혔다.

조준희 내정자는 3일 <미디어스>와 한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방송 전문가가 아닌 은행원 출신’이라는 점을 많이 언급하신다. 제가 방송 전문가는 아니고 미력한 부분도 많지만 지금 YTN 경영이 상당히 어렵다고 알고 있다”며 “좋은 방송은 좋은 경영 아래서 만들어지는 것 아니겠나.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이 방송 분야는 방송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고 저는 경영을 잘해서, ‘좋은 경영’ 해서 ‘좋은 방송’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좋은 경영’에는 사람을 어디에 쓰는지에 대한 ‘인사’도 포함되는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 전부 포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직자 복직과 노사 갈등 해결 등 구체적인 사안에서는 즉답을 피했다. 조준희 내정자는 “아직까지 저도 해직자 문제가 있다는 것만 들었다. 어떤 상황인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금방 제가 어떤 입장을 말씀드리기는 어려우니, 취임 후 업무파악하고 말씀드리겠다”고 전했다.

YTN은 오는 20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YTN 뉴스퀘어 1층 YTN홀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조준희 내정자를 사장으로 확정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