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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그림 못 그리는 케이블TV, 차라리 IPTV에 고마워하라?IPTV-케이블 골든크로스 전망…위기의 케이블, 미래있을까?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02.02 16:17

종합유선방송사업자(케이블SO)들이 위기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양휘부)는 2일 발간한 ‘2014년 케이블TV백서’에서 올해 IPTV 가입자가 케이블 가입자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료방송가입가구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케이블은 2016년이면 1400만 아래로 떨어진다. 반면 IPTV는 2016년이면 1500만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블협회는 정부에 △‘공정경쟁’을 위해 ‘방송+통신 결합상품 할인율 상한제’를 도입하고 △지역성 강화를 위해 각종 세제 혜택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케이블협회는 백서에서 “케이블방송은 DCS(접시 없는 위성방송)와 모바일 등 결합상품을 제공하는 IPTV와의 경쟁에서 위협을 받고 있다”며 “IPTV에 비해 규모면에서 열위에 있는 케이블방송사업자는 정책적으로도 상대적으로 과도한 규제를 받고 있어 지역 성장, 국가적 산업 발전 및 글로벌 경쟁의 주요 경쟁매체로 성장하는 것도 불확실하다”고 전망했다.

   
▲ 유료방송 시장 전망. (자료=케이블TV백서)

케이블이 바라는 건 IPTV사업자에 대한 ‘규제’와 케이블에 대한 ‘지원’이다. 케이블협회는 이동통신사가 IPTV를 하면서 “유료방송시장의 저가요금 구조가 고착화했다”며 “방송상품에 대한 과도한 할인율을 개선하기 위해 ‘할인률 상한제’를 검토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이밖에도 케이블은 “지역성 강화 등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제반 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디지털 전환 비용을 보조하고, 디지털 전환율에 따라 정책 및 세제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각종 세금 등을 활용해 지역채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이블협회는 케이블사업자의 ‘자율성’을 더욱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협회는 “유료방송 플랫폼이 의무재전송해야 하는 채널이 19개이고, KBS2 MBC SBS와 홈쇼핑 6개 채널을 포함하면 기본 제공 채널이 28개에 이르는 상황”이라며 의무전송채널 기준을 명확히 해 이를 재지정,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이블협은 모든 지상파 채널을 의무편성채널로 지정하고, 종합편성채널을 의무편성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상파에 대한 재전송료 부담을 줄이고, 종편에 대한 ‘이중부담’을 없애겠다는 것.

   
▲ 유료방송의무전송채널 현황. (자료=케이블TV백서)

유료방송 최대 공룡사업자인 KT를 견제하면서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의 ‘경제적 괴롭힘’에서 벗어나고 싶은 게 지금 케이블사업자 심정이다. 또 정부 지원을 받아 디지털 전환을 하루 빨리 끝내, 지역SO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싶은 게 케이블의 바람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미디어 환경 변화를 복기하고, 향후 업계를 전망하면 케이블협회의 평가와 전망은 대부분 적절하지 않다.

우선 지역성 강화부터 보자. 케이블 업계는 지역SO 통폐합으로 5대 MSO(CJ헬로비전 티브로드 씨앤앰 CMB 현대HCN)가 장악했고, 이 추세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성 강화의 조건이 붕괴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사업자들이 원하는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지자체 세금은 ‘인수합병으로 덩치 키우기’에 집중하는 플랫폼사업자에게 줄 돈은 아니다.

방송통신발전기금이나 지자체 세금은 재벌 대기업이 소유한 유료방송사업자에 투입하는 것보다 지역민방과 지역MBC, KBS 같은 지역언론에 가야 한다. 특히 정부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상당부분을 유료방송사업자들이 군불을 때고 있는 UHD콘텐츠 투자로 돌리고 있다. 그래서 케이블사업자의 ‘민원’은 님도 보고 뽕도 따겠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채권이나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방발기금만 1차 콘텐츠 생산자인 지역언론에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지역성 강화’가 근본적으로 가능하다.

   
▲유료방송 기술 발전 현황. (자료=케이블TV백서.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아날로그’ 가입자를 가지고 있는 케이블 가입자가 IPTV로 넘어간다면 중소SO가 붕괴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방송복지’를 위해 일정 부분 재원을 보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설비투자는 기본적으로 사업자 몫이다. 정부의 역할은 사업자가 투자비용을 이유로 요금 인상을 했을 때 이를 규제하고 통제하는 것이다. 특히 지역케이블사업자가 MSO라면 매년 수백억, 수천억 원의 이익을 어떻게 투자할지 문제부터 고민하는 게 우선이다. 중소SO에 대한 제도적 지원은 MSO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니다. ‘을’ 코스프레는 통하지 않는다.

정부가 케이블에 이동통신사업을 대폭 허용하면 케이블 사정이 나아질까? 아니다. SK KT LG 같은 기업과 비교하면 게임이 안 된다. 케이블은 지역채널에 대폭 투자해 지역가입자의 충성도를 높이거나, 지역 밀착 마케팅을 하는 수밖에 없다. 약정기간에 따라 2년마다 해지되는 사업자가 아니라 ‘평생 가입자’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점에서 ‘현금지급’ 마케팅을 버리고 ‘우리동네 케이블’ 평생 약정 프로모션이 낫다. 케이블 간 네트워크 구축으로 가능한 대목이다. 또한 이용자들이 ‘양방향’ 방송서비스와 ‘기가인터넷’을 원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기본요금을 대폭 낮추고 OTT서비스를 병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케이블TV 연혁. (자료=케이블TV백서.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케이블 사업자들은 “네트워크에 플랫폼까지 모두 장악한 KT에 밀릴 것”을 우려한다. 전국에 전봇대와 영업점이 깔린 KT는 이미 경쟁에서 우위다. 그러나 케이블 사업자는 오히려 결합상품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동통신사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2년마다 인터넷과 TV회선을 갈아타야 하는 이용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케이블이 조금만 큰 그림을 그린다면, 전망이 불투명하지만은 않다.

케이블의 위기는 지역구 정치인을 띄워준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역채널과 지역언론을 지원하면서 평생가입자를 만들 방법부터 고민하고, ‘공익성’을 중심으로 방송산업의 큰그림을 그려 정치권과 가입자에게 보여주는 게 우선이다. 그렇지 않으면 케이블 자신이 비난하는 이동통신사처럼 된다. 수년째 ‘나 죽겠다’ 하소연만 되풀이하며 규제완화만 바라는 것은 업계 전체를 갉아먹는 짓이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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