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UHD방송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위한 주파수 확보와 관련해서는 이미 “가능성이 없다”고 결론 난 상황을 언급해 논란을 야기했다. 미래부 윤종록 차관은 UHD방송 도입과 관련해 ‘국회 미방위가 방송 편만 든다’는 의미의 발언을 했다가 여야 의원들로부터 혼쭐이 나기도 했다.

28일 오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주파수심의위원회(위원장 조해진) 회의가 열렸다. 한 달 만에 개최된 두번째 회의다. 지난 1차 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UHD 전국방송이 가능하도록 하는 주파수 확보 방안을 주문했었다. 그러나 정부가 UHD방송 구현을 위한 700MHz 주파수 할당과 관련해 진전된 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성과 없이 끝났다. 2차 회의에서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단계적 도입안’을 내놨다.

▲ 28일 오전 10시 제2차 주파수심의소위원회가 열렸다ⓒ미디어스
미래부·방통위, UHD 방송 ‘단계적 추진’…주파수 확보는?

미래창조과학부 윤종록 차관은 “모든 방송국의 UHD 방송이 가능하도록 단계적으로 도입·확대해 전국방송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과거 HD방송 도입의 경우, 2001년 수도권을 시작으로 2012년 커버리지 96%를 달성하는데 12년간 단계적으로 도입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UHD방송 또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수도권과 주요도시를 대상으로 UHD방송을 실시하고,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 UHD방송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 미래부 UHD방송 추진 방안
윤종록 차관은 “지상파 UHD방송용 주파수는 UHD 전국방송이 단계적으로 도입될 수 있도록 700MHz 잔여대역 및 기존 방송대역을 활용해 필요한 시기에 이동통신용 수요를 반영한 주파수 공급방안을 검토해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 이기주 상임위원 또한 2021년까지 ‘단계적 도입’을 하는 <지상파 UHD도입 시나리오(안)>을 제시했다. 이 상임위원은 “UHD 방송의 구체적인 도입 시기는 ‘지상파 방송사별 추진계획’ 및 ‘투자계획’, ‘주파수 소요확보 방안’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UHD서비스 제공지역 확대는 방송사의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 방통위의 UHD방송 추진 방안

방통위는 UHD방송을 1단계 ‘2015년 하반기 수도권에서 시범방송 추진’하고 2단계 ‘2016년 중 수도권부터 우선 도입’, 3단계 ‘2017년 하반기 중 강원권 및 광역시로 확대’, 4단계 ‘2021년부터 시·군 지역으로 확대’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방통위의 계획은 UHD전국방송에 필요한 총 12개 채널 중 2016년까지 우선 5개 채널(KBS1·2, MBC, SBS, EBS)에 필요한 주파수를 확보하는 계획이다. 2017년까지는 추가적으로 3개 채널(KBS1, MBC群, SBS群 각 1개 채널)과 2021년까지는 추가적으로 4개 채널(KBS1, MBC群, SBS群, OBS 각 1개 채널)의 주파수 확보가 필요하다.

이기주 상임위원은 UHD방송을 위한 주파수 확보방안에 대해 “미래부와 협의해 700MHz 대역에서 확보하는 방안, 기존 DTV 대역 효율화 방안 및 다른 대역에서 확보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의원들, “한 달 동안 뭘했나…시간만 끌겠다는 것이냐”

그러나 미래부와 방통위의 UHD 추진과 관련한 입장을 들은 여야 의원들은 “실망스러운 보고”라며 질타를 시작했다. ‘협의를 통한 진전된 안을 내놓으라’는 의미로 한 달간의 시간을 줬지만 달라진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의 UHD방송 단계적 추진 계획은 사실상 ‘700MHz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할당한다’는 맥락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지난 국감에서 최양희 미래부 장관과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700MHz 이외에 UHD방송 실현 가능한 대역이 현재로선 없다고 답했었다”며 “오늘 두 분은 ‘다른 대역 확보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왜 없는 걸 자꾸 끌어들여 일을 복잡하게 하느냐”고 비판했다. 경인방송 OBS의 UHD방송 도입을 시·군에 넣은 방통위의 안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다른 대역 확보 방안’에 대한 물음에 윤종록 차관과 이기주 상임위원은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은 “미래부의 보고서는 국회에서 논의된 취지와 의도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오로지 ‘only통신부’의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면서 “‘HD도 12년 걸렸다’는 핑계로 UHD방송 도입을 10년 잡고 그때그때 주파수를 확보하겠다는 것은, 700MHz 대역의 주파수를 통신사에 다 팔아먹겠다는 입장에서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전 의원은 또한 “디지털 변화 등 가속도가 붙어서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전환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지 못하는가”라고 되물으며 미래부를 ‘과거답습부’라고 맹비난했다.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 또한 “정부가 2015년 업무보고에서 UHD방송 추진이라는 정책목표를 세웠다”면서 “그런데 이제 와서 ‘700MHz에서 할 것인지’, ‘기존 대역에서 할 것인지’ 이러고 있으면 정책을 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이어 “700MHz에서 하는 방향으로 전향적으로 해야 한다. 다른 대역을 또 검토하면 주파수 논의만 1년 내내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야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미래부 윤종록 차관은 “이곳은 주파수심의위원회”라면서 “UHD 방송이 시청자 복지 측면에서 중요한 부분이지만 주파수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700MHz=UHD’ 깨본다면 다양한 부가적인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주파수심의위원회라면 방송과 통신 양쪽의 입장을 대변해야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불만 제기였다. 윤 차관은 또한 “우리는 주파수를 관리하는 ‘선량한 관리자’”라고 강조했다.

▲ 28일 오전 10시 제2차 주파수심의소위원회가 열렸다. 왼쪽이 방통위 이기주 상임위원, 오른쪽이 윤종록 미래부 차관ⓒ미디어스

그러자 여야 의원들은 “UHD소위원회로 이름을 바꿔야 하느냐”, “국회를 혼내시러 오신 것이냐”라는 등 윤종록 차관의 고압적 태도를 비판했다. 국회는 미래부가 700MHz 주파수의 통신할당을 미리 결정해 놓고 시간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한 것인지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미방위 간사)은 UHD방송 추진과 관련해 "정부와 협의없이 국회가 결정할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 “미래부, 방송 분야에 대한 이해도 떨어져”

새누리당 소속의 조해진 소위원장은 “미방위는 당연히 미래부와 방통위를 소관으로 방송과 통신을 다 발전시켜야 하는 소임을 해야 한다”며 “만일, 충돌되는 부분이 생긴다면 국민의 입장에서 서로 공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정이 내려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조 소위원장은 “미방위를 출범시키고 상임위에서 지켜본 결과, 미래부가 방송 분야에 대해서는 이해와 관심, 고민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부가 방송관련 정책을 담당하고 있지만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직격 비판이다.

조해진 소위원장은 “미래부가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균형잡힌 의사결정을 내려야하는데 구조적인 문제로 어느 한쪽으로 정책이 쏠릴 수 있기 때문에 국회가 그 부분을 메워주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국회가 한 쪽 편만 든다는 오해를 왜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윤종록 차관의 발언을 비판했다. 조 소위원장은 “다른 의원들이 지적한대로 미래부 보고서를 보면 ‘한 달 동안 뭘 하셨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미래부는 입장을 정해놓고 시간을 벌어 당초 의사대로 관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생각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조해진 소위원장은 이어 “UHD방송과 관련해 절충도 안 되고 미래부의 변화가 없다면 국회에서는 부처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없다. 그렇게 되면 정부와 국회의 관계가 바람직하지 않게 되는 것이고 미래부에도 도움이 안 되는 것”이라고 사실상 ‘경고성’ 발언을 했다.

심학봉 의원 또한 “주파수소위원회가 왜 만들어졌느냐”며 “UHD방송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UHD방송소위라고 이름을 바꿔야 하느냐”며 “통신 트래픽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UHD방송도 해야 하는 데 주파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고민하는 것인데 마치 국회가 방송사들만 위해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논란 이후, 제2차 주파수심의소위원회는 그냥 산회됐다. 3차 회의에서 방통위와 미래부는 △UHD전국방송이 가능한 타 대역 주파수 방안, △통신 트래픽 예상 수치와 해결 가능한 주파수 대역 등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내놓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700MHz 주파수를 둘러싼 통신계와 방송계의 입장은 여전히 원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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