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를 둘러싼 지상파방송사와 이동통신3사의 싸움은 올해 어떤 식으로든 정리된다. 물론, 아직 정리는 되지 않았다. 국회는 여야 모두 지상파 UHD 방송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시절 정한 ‘모바일광개토플랜’에 대한 전면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 관료들은 “데이터 폭발에 대비할 주파수 대역이 필요하다”는 이통사 입장에 기울어 있다.

맞서고 있는 상황을 정리해보자. 700㎒ 대역은 디지털TV 전환 여유 대역이다. 정부는 2012년 1월 ‘모바일광개토플랜’을 세우면서 이 대역 108㎒ 폭 중 40㎒(2x20㎒) 폭을 이동통신 용도로 배정했다. 이 결정은 ‘모바일광개토플랜 2.0’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이후 미래부와 방통위는 남은 68㎒ 폭에 대한 용도를 결정하기 위해 공동 연구반을 구성했다.

문제는 UHD가 차세대 방송 표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UHD 콘텐츠가 나오고, 세월호 참사 이후 공공재난망 필요성이 나오면서부터다. 현재 KBS MBC SBS 같은 지상파 방송사는 이 대역을 활용해 UHD 실험방송을 하고 있다. 지상파들은 무료보편 UHD 방송을 하기 위해서는 700㎒ 중 최소 54㎒가 필요하다고 요구했고,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20㎒ 폭을 요구했다. 이통사도 늘어나는 모바일 트래픽을 소화하려면 50㎒ 폭이 필요하다고 맞불을 놨다. 이에 정부는 UHD 방송 도입방안과 주파수 활용방안을 위한 테이블을 ‘차관급’으로 구성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회가 UHD 전국방송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이동통신사에 기운 모양새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주파수심의위원회(위원장 조해진)에서 방통위와 미래부는 ‘2021년까지 단계적 UHD방송’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통사 몫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700㎒ 문제를 우선 봉합하고, 추후 다른 대역이나 기술 개발을 통해 지상파 UHD방송을 늘리자는 게 정부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입장은 이미 ‘통신’에 기울어져 있었고, 지금 국회와 ‘협상’은 이통사의 ‘로비전’을 위한 시간벌기”라고 분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SK텔레콤은 4배 빠른 LTE-A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추가 주파수가 없어 이후 속도경쟁에서는 뒤처지게 된다. 다른 이통사들도 700㎒ 대역을 확보하면 더 효율적인 LTE망을 구축할 수 있다.

정부가 이미 포획된 것일까. 방통위-미래부의 700㎒ 공동연구반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보고서 <700㎒ 대역 활용방안에 대한 최종보고서>에는 이미 UHD 단계적 추진 시나리오가 명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통신 할당 입장은 변하지 않았고, 국회와의 갈등에서도 이미 관련 연구반은 이동통신사 논리를 수용해 경제성을 높이 평가하는 데 집중했다. ‘속도 증가’가 ‘실질적인 요금 인하’라는 황당한 논리도 수용했다. 결국 ‘짜고 친 고스톱’이다.

연구반은 “현재로서는 700㎒ 대역이 3㎓ 이하 대역에서 혼간섭 문제 또는 대역 정비 없이 시의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추가 대역”으로 판단했고, “방송의 경우에도 국내 주파수 대역별 이용현황 고려 시 UHD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대역은 700㎒ 대역이 유일한 것”으로 봤지만 경제성 평가에서 이통사 손을 들어줬다.

연구반은 지난 1년여 동안 △공익성 △경제성 △기술성 등에 관해 지상파와 이통사의 주장을 검증했는데, 경제성 측면에서는 이통사의 손을 들어줬고 주파수효율성 측면에서는 지상파의 손을 들었다. 연구반은 700㎒ 대역에서 지상파가 UHD방송을 하건, 이통사가 LTE망을 구축하건 나름의 공익성이 있고 기술적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보고서의 형식을 보면 ‘줄타기’한 흔적이 역력하지만, 핵심은 이통사에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익성 평가부터 보자. 연구반은 지상파와 이통사의 주장에 모두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상파가 UHD방송을 했을 경우, 서비스 다양성과 콘텐츠 다양성을 확대하고 시청자의 매체 선택권을 넓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연구반은 통신의 경우에도 4G 이동통신 성능고도화 및 대용량 서비스 제공 등 서비스 다양화가 가능하고, 지역의 네트워크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방송 시청자와 통신 이용자도 보호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밖에도 연구반은 UHD 콘텐츠가 한류에 기여할 수 있고, 통신이 이 대역을 활용하면 광대역 이동통신 커버리지가 확대되고 전송속도가 증가해 대용량 동영상 및 멀티미디어 등 방통융합 콘텐츠 제공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성 측면에서는 이통사를 높이 평가했다. 연구반은 “소비자 후생 증대효과는 방송분야에 비해 통신 및 공공분야에서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방송분야는 직접수신율 가정에 따라 연평균 약 60억 원 (화질개선효과 + 유료방송가입비 지출절약효과)에서 212억 원인데 반해 통신 분야의 경우 데이터 전송속도가 1Mbps만 증가해도 소비자후생이 약 878.3억 원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반은 “국내 방송시장, 이동통신시장, 재난망 관련 사업의 규모 차이를 감안할 때, 산업파급 효과는 700㎒ 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할 수 있으나, 각 분야별 제출자료의 미비로 구체적인 정량적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700㎒ 대역을 통신용으로 할당할 경우 연간 약 1670억 원의 경매대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종합적으로 700㎒ 대역을 통신용으로 활용할 때 가장 큰 경제성을 얻을 것으로 판단”했다.

물론 연구반은 “700㎒이 있다면 통신요금이 내려갈 수 있다”는 이통사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연구반은 “국내 이동전화 서비스의 요금은 원가 요인보다는 시장경쟁에 의한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해 온 것으로 판단되며, 유효경쟁 체제에 의해 실질요금의 변동 폭은 미미하며, 상방경직적인 것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연구반은 “700㎒ 대역의 68㎒폭을 통신용으로 활용할 경우 미래의 모바일 트래픽 폭증에 따른 서비스 품질 열화를 억제하고, 광대역화에 따른 데이터 전송속도의 향상에 따라 ‘실질적인’ 요금인하 혜택이 있을 수 있다”며 다소 엉뚱한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것이 이통사의 손을 들어준 핵심 논리다. 그러나 전송속도 향상은 데이터 사용량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이용요금 인상의 근거가 되는데 연구반은 이에 대해 간과했다. 정부 연구반이 이통사 주장을 전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지상파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연구반은 “UHD로 직접수신율을 대폭 높아질 것”이라는 지상파 주장에 대해 “방송분야에서 제출한 답변서에 제시되어있는 바와 같이 시청자들의 다수가 지상파TV 직접수신보다는 유료방송을 시청하는 이유는 다채널 욕구 때문이며 UHDTV을 통한 난시청해소와 화질개선으로 직접수신율이 획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연구반은 UHDTV의 판매 속도가 사업자 전망에 비해 더디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기술성에 관한 평가에서는 두 진영의 주장이 모두 타당하다는 게 연구반 의견이다. 다만 연구반은 ‘주파수자원 사용의 기술적 타당성’에 대해 “UHDTV, 이동 HDTV, 무안경 3DTV, 양방향 스마트TV 등 고품질 실감형/스마트 융합형 방송기술 등으로 발전될 전망이며, 특히 DTV 전송기술 대비 UHD는 전송기술은 SFN, HEVC, MIMO 등 기술 적용으로 주파수 사용 효율 등 여러 측면에서 우수할 것으로 예상”했고 “전국방송을 위한 방송 요구 채널수의 확보방법과 국내 UHD 방송 표준화일정을 고려할 때 ‘17년 이후 시범서비스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주파수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반은 통신에 대해서는 “2020년 전까지 현재 LTE 또는 4G 서비스가 지속될 것”이라며 “또한 전송속도 향상 기술, 주파수이용 대역 확장, 주파수 전송효율 향상(massive MIMO, 동일 대역 FDD, 다중 빔 안테나 등), 소형 셀 기술, 저대역에서의 광대역화를 위한 반송파 집성 기술 등으로 기술 발전”을 전망했다. 다만 연구반은 “이동통신 서비스 용도로 활용이 가능한 주파수 대역으로 광개토플랜 1단계에 따라 주파수분배, 할당 등의 과정을 이루어질 경우, 광개토플랜 2단계(‘16년∼’18년)부터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연구반은 보고서 최종 요약 첫 줄에서 “해외 동향을 보면 유럽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20개국) 및 아메리카 지역(14개국) 다수의 국가는 700㎒ 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분배 및 할당 중”이라며 이통사에 힘을 실어줬다. 연구반은 이어 기술성 평가를 정리하면서 “국제적 조화 및 보호대역 등을 고려할 경우 이동통신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주파수 효율적 활용이나 간섭보호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으며, 이에 대하여 지상파 UHD 전국 방송서비스를 위하여 UHD 방송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음”이라며 설명했다.

▲정부 공동연구반의 보고서 중 요약 부분. 요약은 총 8쪽.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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