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가 올해부터 독립영화 지원사업을 통폐합한다. 독립영화관에 대한 운영지원과 독립영화 제작지원 사업을 통합하고, 사전에 선정한 26편에 대해서만 지원하겠다는 게 개편 골자다. 이를 두고 ‘정부 비판’ 영화 제작을 사전에 차단하고, 독립영화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영진위 국내진흥부 관계자와 독립영화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영진위는 지난 23일 독립영화 배급사와 독립·예술영화전용관 관계자 30여 명을 불러 모은 비공개 간담회에서 독립영화 지원사업 통폐합 계획과 함께 올해부터 26편에 대해서만 지원을 할 계획을 밝혔다. 영진위에 따르면, 제작지원과 운영지원 사업을 통합하고 지원 대상을 지역 멀티플렉스도 넓힐 계획이다.

영진위는 한국영화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독립영화 제작지원 사업과 영화산업 유통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영진위는 지난해 독립영화 제작에 12억 원, 다양성 영화 유통·배급에 31억7400만 원(부가시장 활성화 지원금 27억5천만 원 제외)을 지원했다. 영진위는 사업을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고 밝혔으나, 개편안에 따르면 지난해 약 50편이었던 제작지원은 26편으로 축소된다.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은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사전에 선정된 26편을 상영해야 지금과 같은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영진위 국내진흥부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독립영화에 대한 관객수가 감소하고 있어 관객 접근도가 있는 지역(비수도권) 멀티플렉스로 지원 대상을 넓히려는 것이고, 평균 20편 수준인 제작지원도 26편으로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는 50일 의무상영 같은 조건이 있는데 이제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 상영하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독립영화관 관계자의 해석은 정반대다. 간담회에 참석한 독립영화전용관 프로그래머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지금까지 영진위는 비정상적인 독점시장인 한국 영화산업에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독립영화와 전용극장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를 지원했지만, 영진위가 설명한 새로운 사업계획은 특정 영화를 상영하게끔 유도하고, 또 다른 영화를 상영하지 못하게 유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메이저 배급사가 독점한 시장에서 일부 독립영화와 해외 예술영화 같은 경우 관객을 만날 기회가 없다”며 “이번 영진위 사업 개편은 이런 영화들을 배급하려는 배급사와 상영하려는 극장에 대한 지원을 싹 없애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독립영화와 예술전영극장의 자율성과 독립예술영화의 존재가치를 한 순간에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원대상 영화 선정과 배급 과정에서 사전검열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원승환 이사는 이를 “정부 비판 영화를 만들고 상영하는 움직임에 손을 보겠다는 프로젝트”라고 비판했다. 그는 “더욱 다양하고 자유롭게 선정하고, 제작·배급·프로그래밍해야 할 독립영화를 훼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부산시가 영화 <다이빙벨>을 상영한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에 대해 사퇴를 종용한 맥락에서 정부 차원의 프로젝트가 여러 곳에서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영진위 측은 이 같은 문제제기를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영진위 관계자는 “26편 외 상영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선정 작품을 제외하더라도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도 외부 전문가들이 ‘독립영화로 인정할 만한 작품’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고 지원금 규모가 줄어들지 않을 텐데, 그런 문제제기는 기존 사업이 축소될 것으로 우려한 분들이 개편에 완전히 수긍하지 못한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시 한 번 의견을 들을 기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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