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가 간접광고를 ‘허위와 과장’이 아닌 시현은 모두 풀겠다는 <방송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방송광고 심의를 담당하고 있는 방통심의위에서 “방송이 홈쇼핑화될 것”이라는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방통심의위 산하로 신설되는 온라인명예훼손분쟁조정위원회의 위원장 및 위원 임명·위촉 권한을 방통위가 갖는 것 또한 ‘갑질’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14일 오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 이하 방통심의위) 장낙인 상임위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간접광고를 대폭 완화시킨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의 <방송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에 대해 “방송의 공공성이나 공적책무에 대한 고려 없이 상업적 시각”이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정면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통과…방송은 홈쇼핑화 된다”

논란은 방통위가 지난해 12월 19일 <방송광고 제도개선(안)>을 보고 받고 입법예고하면서 시작됐다. 간접광고와 가상광고 규제과 대폭완화되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방통위는 ‘간접광고’와 관련해 △해당 상품을 언급하거나 구매·이용을 권유하는 경우, △상품의 기능 등을 허위로 또는 과장해 시현하는 경우, △그 밖에 방심위규칙으로 정하는 간접광고를 금지하고 모두 풀겠다는 입장을 받겠다. 방통위는 “시청흐름만 방해하지 않는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으나, 추상적이라는 점에서 우려는 여전하다.

▲ 1월 14일 오전1시30분 방통심의위 장낙인 상임위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방통위가 추진하고 있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미디어스
야당 추천 장낙인 상임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방통심의위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통해 일부 보편적인 기능의 시현만을 허용하고 있다”며 “그런데, 방통위의 <방송법 개정안>은 ‘완전허용’이라고 돼 있지는 않지만 ‘허위 또는 과장’만 아니면 괜찮다는 의미로 풀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낙인 상임위원은 “그동안 심의위에서는 제품의 특장점을 설명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규제를 해왔다”며 “예를 들어, 스마트폰이라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스마트폰의 기능을 시현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해당 제품만 가능한 서비스를 보여주는 것은 규제를 해왔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3년 방송협회 주관으로 제정된 <간접광고 운영 가이드라인>에도 간접광고에 대해서는 일반·보편적 시능시현만 가능하도록 규정한 바 있다. 그런데, 규제기관 방통위가 그에 비해 완화하는 내용을 입법 예고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날 장낙인 상임위원은 채널A <이수근의 바꿔드립니다>와 JTBC <살림의 신>에서 간접광고를 통해 상품 로고는 물론 기능 등을 그대로 소개한 방송을 영상으로 제시했다. 이어, 장 상임위원은 “방통위 안대로라면 이제 저 같은 방송이 모두 가능해질 수 있게 될 것이다. 방송이 완전히 홈쇼핑 수준으로 타락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입법예고된 <방송법 시행령> 대로 개정이 이뤄질 경우, 심의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게 장낙인 상임위원의 설명이다. 장 상임위원은 “‘허위’와 ‘과장’이라고 누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냐”며 “기술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심의 자체가 판단하기 어렵다. 그렇게 본다면 제품에 대한 시현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또한 방통심의위의 ‘간접광고’ 관련 심의 제재 건에 대해 방통위가 방송사에 지접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규정도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해 장낙인 상임위원은 “방송사들에 대한 통제나 압박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시행령’의 경우, 개정안 권한이 정부가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또한 2월 2일 입법예고가 종료되고 방통위에서 해당 안이 의결되면, 그 후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국무무회의 등 형식적인 절차만 남겨놓게 된다.

장낙인 상임위원 또한 “방통심의위가 입법 예고 기간 중 반대 의견을 방통위에 제출하겠지만, 이는 기관 간 합의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전적으로 방통위가 판단할 사항으로 있다”며 “시민사회와 언론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방통심의위 내 다른 상임위원들 또한 간접광고 등 규제완화에 대해서는 반대의 뜻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심의위는 향후, <방송법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안과 관련한 입장을 정리해 1월 말 방통위에 전달할 계획이다.

방통심의위 산하 위원회 위원을 방통위가 임명?…‘갑질’ 논란

▲ 방통심의위 장낙인 상임위원ⓒ미디어스
‘간접광고’ 내용을 다룬 <방송법 시행령> 개정 권한을 방통위가 갖고 있다곤 하지만 관련해 심의를 맡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사전에 아무런 협의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가 제기됐다. 방통심의위는 “방통위가 우리를 향해 ‘갑질’을 하고 있다”고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방통위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또한 마찬가지 맥락이라는 지적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말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포털의 임시조치 관련 게시자의 ‘이의제기권’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으로 그 속에는 ‘온라인 명예훼손조정위원회’ 신설이 포함돼 있었다. 문제는 ‘온라인명예훼손조정위원회’가 방통심의위 산하에 설치되지만 해당 위원회 위원장 및 위원 임명·위촉 권한이 방통위로 규정돼 있다는 점이다.

장낙인 상임위원은 “방통심의위는 논란이 많기는 하지만 민간 독립기구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며 “그런데, 독립기구 산하에 설치되는 온라인명예훼손조정위원회의 임명·위촉권을 행정부 방통위가 갖도록 한 발상이 나올 수 있는 배경이 뭔가 싶다. 그야말로 ‘갑질’이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장낙인 상임위원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이의제기권’ 신설에 대해서도 “당사자 간 조정을 배제하고 즉각적인 ‘직권조정(해당 정보의 삭제)’을 결정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면서 “또, ‘직권조정결정’에 대해 15일 이내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경우, 직권조정결정을 수락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 또한 정보게재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소송을 남발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시행령이 아닌 법 개정이라는 점에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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