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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다발적 FTA의 끝엔 무엇이 있을까?2008년 초유의 금융위기 맞고도 이어지는 '참여정부 비전'
한윤형 기자 | 승인 2014.11.18 08:39

지난 10일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지는 가운데 한중 양국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실질적 타결’을 이루어냈다고 밝혔다.

이어서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과 미얀마 네피도를 거쳐 호주 브리즈번으로 가서 G20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하던 박근혜 대통령은 존 키 뉴질랜드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한-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의 타결을 공식선언했다.
 
17일에는 한국과 베트남의 8차 FTA 협상이 베트남 다낭에서 시작되어 21일까지 이어질 거라는 보도가 나왔다. 한-베트남 FTA 역시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것을 계기로 연내 타결의 청신호가 켜졌다고 한다. 
 
대단히 숨가쁘고 현기증나는 FTA 협상 타결의 일정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리 놀라거나 숨가빠하거나 현기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없다. FTA 협상 타결 자체가 도심의 보도블럭을 교체하는 것 마냥 범상한 일이 된 것 같은 풍경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전 브리즈번 숙소호텔에서 양국 FTA 타결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장에서 존 필립 키 뉴질랜드 총리를 맞이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돌이켜보면 ‘동시다발적 FTA’는 참여정부의 기획이었다. 2007년의 시점을 돌아가보면, 한미 FTA 체결로 인해, 한국이 EU, 중국, 일본 등 거대 경제권역과 연쇄적인 FTA를 체결할 수 있을 것이며, 또한 이들 거대경제권들은 서로 간에 FTA를 체결하는 것엔 부담감을 느낄 것이기 때문에, 한국이 일종의 ‘FTA 허브’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적인 관측기사들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한미 FTA에 자극받아 중국, 일본, EU가 한국과의 FTA를 갑자기 희망한다는 사실이 한미 FTA의 정당성을 알려주는 근거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제 FTA 예찬론자들이 자랑하는 ‘경제영토'는 비약적으로 넓어졌다. 한-뉴질랜드 FTA는 한국이 체결한 14번째 FTA지만, 아세안과 유럽연합 등 국가연합체 형태의 단위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수는 52개란다. 이들 국가의 국민총생산(GDP)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3.5%로 한국은 이 부문에서 칠레(85.1%), 페루(78.0%)에 이은 세계 3위 규모를 바라보게 됐다. 또, 이로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 멕시코, 이스라엘 3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와 FTA를 체결한 나라가 됐다. 
 
이 분야 1, 2위라는 칠레와 페루를 보면 이것은 선진국의 경제전략이라기보단 도전자의 전략인 것 같다. 참여정부는 한국이 일본과 중국 사이에 ‘샌드위치’로 끼어 급속도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에 개방경제에서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라는 심정으로 시장을 개방하고 서비스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더랬다.
 
당시 참여정부가 그린 청사진에도 비판할 방법은 있었고, 실제로 반박은 많았다. 그러나 적어도 당시는 2009년 금융위기 이전의 세계, 서비스업 중심의 성장이나 금융허브와 같은 말들이 청사진으로 가능한 시대였다. 그런데 참여정부가 모델로 삼았던 몇몇 나라들이 ‘거품'에 의한 성장이었음이 드러나고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던 이들이 정권을 잡아 두 번째 임기를 맞이한 지경에서 오직 그 ‘동시다발적 FTA’만이 관성으로 남아있다.
 
물론 저 ‘73.5%’라는 수치에 절대적인 의미는 없다. 장밋빛 청사진만큼이나 섣부른 묵시록도 현실을 온전히 반영하지는 않는다. 중국과의 FTA는 상호 개방에 대한 합의 수준이 많지 않은 ‘낮은 수준의 FTA’였다고 불리며 EU와의 FTA 역시 한미 FTA에 비하면 마찬가지였다. 애초 미국과의 FTA가 가장 위험하다는 평을 들었던 이유도 미국과는 협상력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가장 높은 수준의 불공정한 FTA’가 되기 십상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 17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 광장에서 열린 '한-중FTA 규탄' 집회에서 한농연 전북지회 농민들이 삭발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와서 보수주의자들은 결국 한국 사회의 진보파들은 FTA 문제에 관심이 있었다기 보다는 ‘반미주의자'들이었기 때문에 유독 한미 FTA에만 반대를 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후 진행된 다른 FTA에는 날서게 반대하지 않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정부가 거센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년 반도 안 되는 논의과정을 거쳐 가장 규모가 큰 FTA를 속전속결로 처리해 버린 상황은 이후의 FTA를 사람들로 하여금 ‘무심하게' 받아들이게 한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FTA가 한 번 체결될 때마다 ‘공산품에겐 좋고 농수산품에겐 나쁘고' 식의 관성적 분석이 나오며 정부는 해당 업계에 대한 지원책으로 예산을 배정해두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전자의 이득이 후자의 손해를 앞서는지에 대해서라도 셈법이 나와야 할 텐데 한미 FTA 논란 이후엔 이제 이런 종류의 계산마저 치열하게 벌어지지 않는다. 정책이 통과될 때마다 이득을 보는 이와 손해를 보는 이가 뻔하지만 사람들은 이 문제에조차 체념하게 되었다. 원래 그런 것에 신경을 쓰는 것이 손해이며 내 살 길을 찾는 것이 더 급하다는 심리다. 
 
이명박 정부는 금융위기라는 초유의 세계적 경제위기를 맞고도 금융위기 전 입안된 경제공약들을 대부분 실행했다. 그렇게 된 이유는 그 공약들이 어쩌면 한국 사회를 발전시키는 방안이 아니라 단지 ‘누군가에게 이득을 주고 누군가에게 손실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디자인됐던 방안이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관통하여 여전히 맹위를 떨치며 이제는 떨치기도 어려운 현실이 된 ‘동시다발적 FTA’도 그런 것일 수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끌어들여 재벌개혁도 하고 서비스업을 육성하겠다던 참여정부의 야심은 바뀐 세상에서 다만 ‘기업가를 위한 세상'을 반전할 수 없는, 정치의 영역을 무력화시키는 방책으로 소모되고 있을 뿐이다. 어떤 사건이 터져도 질주만 할 뿐 성찰하지 않는 이 나라의 질주의 끝에 뭐가 나올 것인지 궁금해진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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