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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최 모를 싸움, 700MHz 논쟁에서 시청자의 자리는 어디인가?[릴레이 기고①] 서로 다른, 그러나 같은 미래의 다툼
김동원 /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 | 승인 2014.10.17 10:02

편집자주> “최후의 전쟁이 아닌 싸움의 서막에 불과하다.” 이동통신사와 지상파방송사가 사활을 걸고 뛰어든 700MHz 주파수 여론전을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그 주파수를 우리가 가져야 하는 이유를 말하며, 이통사는 ‘경제성’을 주장하고 지상파 방송사는 ‘공공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용자이면서 동시에 시청자인 이들이 보기에 그 기술적 논쟁은 끼어들 틈이 없고, 각각의 명분들엔 선뜻 동의가 되지 않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정책은 선택의 문제고, 제 아무리 어려운 난제라고 하더라도 결국 어떻게든 결론을 내야 한다. 700MHz 주파수 문제 역시 그렇다.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더이상 건널 수 없는 은하수가 아니게 된 상황이지만, 이 문제에 들어서며 이동통신사와 지상파방송사들은 흡사 시공간이 다른 존재들처럼 벌써 몇 년째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주파수에 있어 그 둘은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것인지, 700MHz 주파수는 왜 싸움의 서막에 불과한 것인지, <미디어스>가 업계 전문가와 관계자들의 릴레이 기고를 통해 더듬어본다. 논쟁에 끼어들고 싶은 사람은 누구라도 환영이다. 

돌이켜 보면 최근의 일만은 아니었다. 업계 종사자거나 이해 당사자가 아닌 다음에야 ‘700MHz 주파수 논쟁’은 알 수 없는 용어가 난무하는 당최 모를 싸움이다. 지상파 메인 뉴스나, 신문 지상에서도 많이 다루어졌다고 할 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정말 묻고 싶은 건, 그런 보도는 지상파 방송의 시청자나 통신 서비스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것인가, 아니면 정책 결정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인가?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한다. 특정 대역의 주파수는 어떤 사업자도 내부 생산력으로 창출 할 수 없는 자원이자, 획득시 경쟁 사업자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지대(rent)’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주파수의 관리자는 바로 정부이므로 그들의 주장과 설득은 당연히 정책 결정자들과 이해 당사자들을 향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들의 주장 속 시청자나 이용자들”은 지금도 TV 앞에 앉아 있고 통화를 하는 현실의 존재가 아니라, 그들의 관념 속에만 존재하며 새로운 기술을 적용받을 수혜자일 뿐이다. 그렇기에 700MHz 주파수 논쟁 속에 우리는 그런 담론들을 이해할 필요도 없고, 듣지 않아도 상관없는 존재가 된다.

그래서 결국 ‘그들만의 리그’가 된 700MHz 논쟁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기약만으로 채워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미래마저도 전형적인 기술 중립성이라는 담론에 매몰되어 있다.

통신사가 말하는 “예상 가능한 미래”

대표적인 주장은 바로 통신사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기술은 정치나 종교와 같은 다른 사회 제도와 달리 합리성과 효율성이 내재된 사물이며, 그렇기에 다른 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기술의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는 논리다. 따라서 우리로는 확인도 할 수 없는 ‘해외 사례’가 난무한다. 특히 효율성은 700MHz 대역을 통신에 할당할 때, “약 11조가 넘는 경제효과와 5,500억 원의 사회적 후생이 증가”할 것이라는 경제 효과로 등장한다. 그러나 이런 미래의 경제효과는 우리에겐 이미 오랫동안 익숙해진 수사(rhetoric)에 불과하다. 지난 십 수 년간 각종 국제회의와 스포츠 행사에서 기약한 몇 조 원대의 경제효과를 체감한 적은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단통법 시행 이후 더 복잡해진 요금제와 단말기 가격 상승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높다. 결국 통신사들이 말하는 사회적 후생이 증대되는 미래란, 이용자들에겐 내릴 줄 모르는 통신비 부담의 걱정만 계속될 미래다.

그러나 통신사들이 말하는 “무선 인터넷 트래픽을 원활히 할 고품질 서비스”는 이용자들이 일상에서 체감하고 있는 현재의 서비스를 근거로 하는 수사다. 이미 3G에서 LTE로의 변화를 겪어본 우리들에게 더 빠르고 안정적인 서비스라는 가능한 미래로 다가올 수 있다. 요컨대 이미 겪어본, 그래서 “예상 가능한 미래”인 셈이다.

   
 

지상파 방송사가 말하는 “경험해 보지 못한 미래”

이런 점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말하는 주파수 할당의 근거는 매우 빈약하다. 물론 이들 역시 통신사와 같은 기술 중립성의 담론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이 700MHz를 통해 UHD 방송을 하게 된다면, TV 수상기 등 가전산업이 활성화되고 한류 확산에 기여하여 통신사들이 주장하는 것보다 더 큰 경제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 그렇다. 여전히 시청자들이 체감할 수 없는 경제효과라는 수사를 쓴다는 점에서 통신사와 다를 바 없지만, 증가할 UHD 콘텐츠 수요라는 전망 또한 익숙한 수사다. 이미 HD 방송과 디지털 전환으로 시청자들이 체감하고 있는 변화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시청 가구의 90% 이상이 유료방송에 가입해 있는 상황에서 그런 변화는 너무도 느리게 진행되었다. 게다가 이전에 열광했던 3D 콘텐츠의 수요 증가라는 예측도 빗나갔다. 지금도 많은 가정에는 HD 화질에 3D 방송까지 시청이 가능하다고 광고한 고가의 TV 수상기들이 유료방송의 셋탑박스에 연겯되어 모니터로 사용되고 있지 않은가.

통신사와 비교했을 때,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700MHz 대역을 통한 “난시청 해소 및 직접 수신율 제고”라는 주장에서 나타난다. 통신사들의 “고품질 서비스”라는 수사는 현재 우리 일상의 환경이 된 무선 인터넷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들이 말하는 “직접 수신”을 경험한 세대는 40대 이상의 시청자들이다. 상당수의 시청자들이 겪어보지 못한 환경을 미래로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난시청 해소”라는 미래 전망 또한 마찬가지다.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을 얘기할 때 고화질, 다채널 서비스의 제공과 함께 시청자들의 유료방송 가입 원인으로 “난시청”을 들었다. 그러나 직접 수신을 하지 않게 된 원인이 난시청이라 해도, 다시 직접 수신으로 돌아올 동기는 거기에 있지 않다. 이전의 원인은 난시청이었어도 지금 유료방송을 계속 시청하는 이유는 다채널 환경에서 만들어진 시청 습관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상파 방송사가 말하는 700MHz UHD 방송의 미래란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미래”가 될 수 밖에 없다.

“기대할 수 있는 미래”는 누구의 몫인가?

그렇다고 통신사들이 말하는 고품질 서비스라는 “예상 가능한 미래”가 더 낫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무엇보다 이용자에게 이 미래는 금전적인 부담을 늘리거나, 지금 수준으로 유지만 돼도 다행인 “기대할 것 없는 미래”다. 여전히 복잡한 요금제와 각종 영업에 시달려야 하는 달라질 것 없는 미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700MHz로 달라질 방송의 미래에는 금전적 부담 없이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는 미래라는 기대가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700MHz 논쟁은 시청자/이용자들에게 조금은 다르지만 동일한 담론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경험해 보지 못한 미래”를 말하고, 통신사들은 “예상은 되지만 기대할 것 없는 미래”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누구나 어디서건 적절한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우리의 요구는 여전히 존재한다. 문제는 이러한 요구에 화답할 방송사들의 미래 전망이 오직 정책 결정자들에게만 향하는 주장, 그것도 공허한 담론일 뿐이라는 점에 있다. 무료 다채널 서비스이건, 새롭게 출현하여 체감이 가능한 OTT에 대한 전망이건 “경험 가능한 미래”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의향은 없는가? 여전히 화질과 콘텐츠라는 오래된 미래만을 애기하면서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당장의 수익이 아니라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방송 플랫폼의 미래를 보여줄 의지는 없는가? 늘 ‘소중한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라 말하면서도, 왜 지금의 논쟁에서 시청자들에게는 말을 건네지 않는가?

김동원 /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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