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MBC가 교양국의 분산 해체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교양국 내 시사PD들이 예능국을 비롯한 타 부서로 이동하고 <불만제로>, <원더풀 금요일> 등 주요 교양 프로그램은 폐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고심 끝에 사실상 시사교양국을 해체하는 것이냐', '그러고도 문화라는 타이틀을 달길 바라느냐' 등 격앙된 반응이 많다. 한 발 빼는 것일까, MBC를 관리감독해야할 방문진은 “확정된 게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홍문종, 이하 미방위)는 21일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논란이 확산 되고 있는 교양제작국 해체를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 김문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방문진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장병완 의원은 “MBC <PD수첩>의 ‘황우석 사태’ 인간배아 줄기세포 조작 보도가 영화 <제보자>로 만들어질 정도로 구성원들이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노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그런데, 정권 장악으로 해직사태가 벌어지는 등 지금의 MBC는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한국정보통신연구원에서 2007년부터 지상파 채널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시청자 만족도 조사를 발표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MBC가 1위였는데, 2012년 이후 줄곧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병완 의원은 “MBC가 국정감사 종효 이후 조직개편안이 발표할 것인데, 그 핵심이 교양제작국 해체라고 하는데 맞나”라고 물었다. 장 의원은 “과거로부터 MBC 시사교양국은 <PD수첩> 등 국민들의 신뢰를 받아왔다. 많은 프로그램들이 시사교양PD들에 제작했던 것”이라면서 “그런 분들을 다 퇴출시키겠다는 것은 더 이상 MBC가 영화 <제보자>처럼 신뢰를 회복하기보다는 정반대의 길로 가겠다는 의미이다. MBC의 정신을 말살하는 현 조직개펀안은 백지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의락 의원 또한 “교양제작국이 해체될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면서 “업무보고에서 김문환 이사장은 ‘콘텐츠 개발’에 역점을 줄 것이라고 했는데, (시사교양은)안하겠다는 것인가? MBC를 제대로 관리감독하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 또한 “교양제작국을 해체하는 게 제대로 된 경영인가”라고 비판했다.

MBC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문제는 새누리당에서도 나왔다.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은 “MBC가 KISDI 채널 성과지수(KI) 평가에서 신뢰성·공익성·공정성·유익성 부문에서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권 의원은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라고도 할 수 있는 신뢰성·공익성·공정성 영역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MBC가 시청률 순위와 같은 경쟁력에 집중한 편성정책만 강조한 것이 아닌지 되돌아보고,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해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방문진 김문환 이사장은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회사 내 경영진의 판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원론적인 답만 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제가 듣기로 교양국 해체는 성과가 적어서라고 한다. 그런데, 그는 하나의 생각일 뿐 아직 검토 중으로 결론이 안 났다”고 덧붙였다. '그런 이야기 들어본 적 없다'던 김 이사장은 그러나 '성과가 적어서'라고 답하며 사실상 논의가 있음을 자인한 셈이다. ‘방문진에서 조직개편에 대해 관리감독하라’는 주문에 대해서 김문환 이사장은 “의견을 존중해서 검토하겠다”고만 밝혔다.

한편, 김문환 이사장이 교양국 해체에 대해 ‘확정되지 않았다’는 답을 내놓았지만 내부 반발은 확산되고 있다. 20일 시사·교양PD들의 규탄 성명에 이어 21일에는 MBC PD협회(협회장 박건식)에서 성명을 내어 사측 결정을 비판했다. PD협회는 “한 줌 남아있는 교양국을 해체하고 프로그램마저 폐지하는 것은 MBC 역사에서 가장 암울하고 어두운 장면이 될 것”이라며 “공영방송 MBC 근간을 이루는 핵심 영역인 교양국을 해체하려면 차라리 공영방송 포기 선언을 먼저 하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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