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돌아오는 크리스마스와 한여름이면 해마다 전 국민의 이벤트가 줄어드는 것 같은 아쉬움을 어쩔 길이 없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린이 만화에서부터 크리스마스 소재 외화로 마감되던 25일이 이제는 캐빈 어린이의 열연으로 간신히 체면치레나 하는 중이고, 8월 즈음이면 열기를 식혀주던 납량 특집 또한 드물어진 지 오래다.

이런 와중에 납량 드라마 ‘M’이 20년 만에 부활한다는 소식이 있어 기쁨을 준다. 돌아온 초록색 눈의 아가씨를 환영하며 지난 국내 공포 드라마에는 무엇무엇이 있었나? 돌이켜 본다. 이 글을 보는 순간만이라도 좀 서늘해질 수 있도록.

-거미- (1995년 작)

납량 특집 드라마 M의 무시무시한 인기에 힘을 얻은 엠비시가 이것 좀 먹히겠구나 싶어 야심차게 기획했다가 결국 실패한 납량 특집 시리즈의 사례로 남게 된 드라마 거미. 선과 악으로 나뉘게 된 이승연의 1인 2역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당시에는 흥행을 거두지 못했지만 차라리 요즈음 방영했더라면 성공을 거둘 수도 있지 않았을까 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게 된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작품의 공포 요소가 최근 귀신보다 더 무섭다는 치사율 90퍼센트의 ‘에볼라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새삼스레 드라마 거미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귀신 소동에 빠져있었던 95년보다도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진리를 깨우치게 된 2014년도에 더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다.

일본의 신흥 종교 조직이 유전 공학의 힘을 빌려 만들어낸 ‘에볼라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독거미’ 뜬금없이 종교 조직이 이 거미를 만드는 데 열을 올린 이유는 사람들에게 에볼라 바이러스를 퍼뜨려 공포심을 심어주고 겁을 먹은 사람들이 종교에 매달리게 만들기 위한 모략에서 비롯되었다.

-별- (1995년 작)

역시 미녀가 초인으로 등장하는 공포 드라마라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일깨워준, M 따라하다 초가삼간 불태운 실패한 납량 특집 드라마 2탄되시겠다. 이승연 주연의 거미가 처참하게 실패하자 그렇다면 더블 미녀를 앞세운 드라마라면 성공하겠지~ 라는 젝스키스 사장님의 원플러스 원 정책이 돋보이는 작품인 이 드라마는 당시 절세가인 고소영과 슈퍼모델 이소라를 동시에 등장시킨다.

대중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삼각관계를 내세워 보다 로맨스를 강조했다는 점. 외계인과 지구인의 사랑이라는 좀 통할만한 희소가치. 섬뜩하고 잔인한 납량 드라마 특유의 분위기를 타파한 신비스럽고 아련한 연출이 역시나 시대를 앞서간 드라마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이 위장을 위해 인간의 몸으로 숨어드는데 여자 외계인은 투신자살 중인 고소영의 몸으로, 남자 외계인은 이소라의 몸으로 들어간다. 외계인의 교신을 위해 이소라와 고소영이 키스를 나누는 동성애 라인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이제는 드문드문하게 떠오르지도 않는 별의 내용 중에서 아직도 잊지 못하는 장면 하나는 늘씬한 이소라가 스포츠카 위에 누워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외계 행성과 교신을 하던 장면.

-M- (1994년 작)

납량특집 드라마 M. 전설의 고향과 더불어 한국 납량 시리즈의 상징이자 자존심이다. 시청률 50퍼센트의 경이로운 성적을 기록하며 당시 연예계 퇴출의 위기까지 있었던 다슬이 심은하를 그저 청춘스타가 아닌 연기력을 갖춘 여배우로 아로새겼다.

방영 20주년을 기념하여 MBC 드라마넷에서 재방영된다는 이 작품이 대중을 열광시킬 포인트는 사실 공포 요소보다는 심은하가 정~말 예쁘더라는 재각인. 드라마 첫 회부터 발레리나복을 입고 등장하는 심은하는 마치 프랑스 인형 같은 이국적인 아름다움으로 주목받았다.

공포 드라마 M은 사회 비판 요소를 포함한 작품이기도 했다. 낙태당한 아이의 기억분자가 마리(심은하 분) 어머니의 몸속으로 들어가 이를테면 정신적 샴쌍둥이 상태에서 태어나게 된 마리와 M은 사랑과 증오 사이를 범람하며 고통스러워한다.

인간에게 배신당한 사고 이후 강하게 잠식된 증오의 망령이 결국 마리의 육신을 지배하여 M의 정신세계에서 살아가게 되는 마리는 그의 낙태와 관련된 모든 인간들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퍼뜨리며 죽이는 악의 화신으로 변모하게 된다. M은 공포 드라마이자 복수극이었으며 또한 서글픈 사랑 이야기이기도 했다.

요즘이야 흔하다지만 당시의 시청자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꿈도 희망도 없는 엔딩이 안방극장을 장식했을 때의 충격이라니. 오싹하기 짝이 없었던 M이지만 공포 사이사이에 스며들어있었던 슬픔의 정서는 한국 공포 영화/드라마 특유의 ‘슬픈 공포’를 일찌감치 그려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당시 공포에 떨었던 M의 주제가 ‘나는 널 몰라’ 또한 다시 들으니 참 슬픈 노래다. “내 영혼이 아파오네. 세월은 고독을 고독은 침묵을 침묵은 미움을 기다리고 있는 걸.” 이라니.

덧. 정상적으로 태어났더라면 남자 아이였을 M이 하필 마리의 친구 김지수를 좋아하는 덕분에 당시에는 파격적이었던 동성애 요소 또한 들어있는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었던 M은 심지어 심은하와 김지수의 키스 직전 장면을 담아내기도 했다.

사실 이 작품을 보면서 진짜 무서웠던 것은 심은하의 파란 눈동자나 기계음으로 조작된 M의 목소리가 아닌, OST ‘나는 널 몰라’와 함께 올라갔던 시뻘건 자막의 엔딩 크레딧. 그리고 한 배우분의 이름이었다. M의 생부를 연기했던 신귀식 씨의 이름이 M보다 더 무서웠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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