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종합편성채널 TV조선과 채널A가 이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팬티와 내복까지 깠다. 이는 검찰과 경찰이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과 일부 시민들이 온라인에서 제기한 시신 바꿔치기 의혹 등 ‘유병언 위조설’을 반박하기 위해 내놓은 발견 당시 증거물품들이다. 지상파 메인뉴스에서는 “한편~”으로도 나오지 않은 내용이나 채널A와 TV조선은 이를 비중 있게 다뤘다.

▲ TV조선 갈무리

TV조선은 7월31일 메인뉴스에서 “숨진 유병언씨가 입고 있던 속옷이 모두 고가의 수입 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수사당국이 유병언 확증용으로 제시한 발견 당시 속옷 등을 설명하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유병언 속옷은 명품, 천가방은 김엄마 것…‘시신 바꿔치기’ 의혹 힘 잃어>라는 제목의 리포트는 사체와 함께 발견된 내복과 팬티, 신고 있던 신발의 브랜드와 가격대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TV조선은 “매실밭에서 숨진 채 발견된 유병언씨는 회색 내복을 입고 있었다”며 “조사 결과, 한벌에 20만~30만 원 정도 하는 ‘던바도’ (Dunbaado) 라는 프랑스 브랜드 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TV조선은 이어 “입고 있던 팬티는 스위스 브랜드 ‘짐머리’(Zimmerli)로, 10만 원짜리였다. 신발은 독일 장인 브랜드 ‘핀 컴포트’(Finn Comfort)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TV조선은 함께 발견된 천가방이 조력자 ‘김 엄마’ 것이라는 증언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TV조선은 “유씨가 평소 입던 명품 옷을 착용하고, 김 엄마가 가져온 천 가방을 소지한 점으로 미뤄 노숙자 위장 의혹이나 시신바꿔치기 의혹 등은 힘을 잃고 있다”며 “이 때문에 아직 타살 여부 등이 결론나지 않았지만 유씨가 도피 생활 중 자연사 했을 가능성에 조금 더 힘이 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 채널A 갈무리

채널A는 한 발 더 나가 대형 스크린에 컴퓨터 그래픽까지 제작했다. 채널A는 메인뉴스 <채널A 종합뉴스>에 <兪 시신 바꿔치기 ‘괴담’에 속옷 브랜드까지 공개?>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내보내고 “(해당 팬티는) 휴잭맨 같은 헐리우드 스타도 즐겨 입고, 가수 비씨도 즐겨입기도 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채널A는 “(내복은) 신소재를 써서 면보다 흡수가 빨리 되는 기능성”이라고 소개했다.

채널A는 4분 가까이 유병언 조작설을 반박하는 검경발 소식을 전했다. 채널A는 검찰과 경찰이 속옷 브랜드까지 제시한 이유는 유언비어가 떠돌고 있기 때문이고, 경찰이 유언비어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고 전했다. 채널A는 경찰이 유병언 위조설 IP를 추적해 이용자에게 ‘구체적인 과학적 근거가 없을 경우 이는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글을 삭제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두 종합편성채널은 최근 유병언 전 회장의 사망과 그의 장남 장남 대균씨가 검거된 뒤 선정성 보도경쟁을 해왔다. 유대균씨가 치킨을 주문해 먹었는지 여부를 두고도 웃지 못할 신경전을 벌였고, 대균씨 수행원인 박수경씨에 대한 선정적인 보도도 꾸준히 내보내고 있다. 정부 승인으로 ‘보도권력’을 손에 쥔 두 보수신문의 방송은 이제 고령층을 타깃으로 ‘옐로우 저널리즘’을 경쟁하고 있다.

▲ 채널A 갈무리

지상파에 비해 영향력은 떨어지지만 종편의 이 같은 저널리즘은 박근혜 정권의 이해관계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세월호 참사 본질과 관련이 없는 가십들, 특히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선정적인 보도는 시민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한 아이템이다. 참사 열흘 남짓 이후부터 세월호 참사의 책임은 해경 일부와 유씨일가에 넘겨졌다. 그리고 유병언이 7.30 재보궐선거를 집어삼켰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종편을 피하기는 어렵다. 종편은 2011년 출범부터 지상파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JTBC ‘손석희 뉴스’를 즐겨보더라도 지핑재핑하며 TV조선과 채널A에 노출된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는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종편을 모두 의무전송하도록 접근성을 높여놨다. 정론직필, 할 말은 한다는 두 보수신문의 방송이 ‘저널리즘의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들이 경쟁할수록 저널리즘은 망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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