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캠프 3주년 기념으로 출연한 탤런트 신애라는 섭외 보람이 있을 것 같은 알찬 출연자였다. 그녀는 시청자가 신애라라는 인간에게 갖는 모든 의문을 한자리에서 풀었다.

40대의 여배우, 스타 차인표의 아내, 천사 부부로 불리는 오랜 선행의 동기와 마음가짐, 그리고 가슴으로 낳은 아이와 배로 낳은 아이를 동시에 가진 어머니 신애라.

그 중에서도 이경규의 질문으로 보다 심도 깊게 파고들어 간 입양한 두 딸을 향한 신애라의 모성애는 어느 토크쇼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심오함이 있었다. 그것은 입양을 향한 시청자의 선입견을 무장해제시키는 진심어린 한마디였다.

두 딸의 애교어린 동영상을 VTR 화면으로 지켜보던 신애라는 피비게이츠가 아니라 맥라이언을 닮아있었다. 코를 찡긋하며 웃는 신애라의 얼굴이 어찌나 행복하고 뿌듯해보이던지. 사실 그 표정 하나만으로 그녀의 모성애를 의심할 까닭은 없어보였지만, 이경규는 굳이 아픈 질문 하나를 던졌다.

“궁금해서 묻고 싶은 게 뭐냐면 어리석은 질문일 수 있는데 배가 아파서 낳은 자식하고 가슴으로 낳은 자식하고 사랑의 정도, 정말 차이가 있는 겁니까? 아니면 똑같습니까?”

사실 무례하다면 무례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처럼 공개 입양이 낯설고 혈연을 중시하는 정서의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입양이라는 사실이 아이에게나 그 부모에게나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해서 마치 치부처럼 쉬쉬해주는 것이 우리의 정서였기 때문에.

하지만 톡 까놓고 말해서 이경규의 질문은 그 자신의 궁금증이 아니라 시청자가 가진 모든 편견과 선입견을 공개적으로 까발려놓고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애초에 이경규 혼자만의 궁금증이었다면 굳이 토크쇼라는 형식을 빌려 물어볼 필요도 없다. 차인표 부부와 친분이 이는 이경규가 사적인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물어보면 그만이 아니었겠는가.

한마디로 총대를 대신 메어준 이경규 덕분에 우리는 그동안 가진 공개 입양에 대한 선입견이 얼마나 부끄럽고 낡아빠진 사상이었는가를 상기하게 된다. 신애라는 이경규의 질문에 당황하지도 불쾌해하지도 않았다.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 오히려 시청자를 가리키며 이렇게 물었다. 낳은 아이와 입양한 아이가 과연 똑같이 사랑스러울까?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죠?

그리고 신애라는 대답한다. “정말 똑같아요.”라고. “(입양은) 요만큼도 칭찬받을 일이 아니에요. 왜냐면 정말 나만 좋은 일이에요. 배하나 안 아프고 이렇게 예쁜 딸이 생겼으니까. 진짜 똑같아요.”

입양 사실을 무작정 아이의 치부나 상처로 치부해버리고 아이에게 철저히 입양 사실을 숨기는 한국 정서를 배반하고 신애라는 꿋꿋하게 아이들에게 진실을 일깨워주었다. 물론 그녀 또한 처음이었기에 시행착오도 있었다. 흔히 하는 표현대로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고 했더니 영특한 둘째 딸은 “우리 엄마는 배가 너무 쪼끄매서 가슴으로 나랑 동생을 낳고 배로 오빠를 낳았어요.”라고 하더란다.

이러다 아이의 탄생이 마치 영적 체험처럼 변모할 우려가 있어 신애라는 차근차근히 입양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그때마다 헉! 헉! 하고 놀라던 딸은 어느새 그 사실을 차근차근히 받아들인다. 어린 아이들에게 무어 그리 사실을 알려줄 필요가 있었겠는가?라는 생각은 신애라만큼 이 아이를 사랑하지 못 하니까 나오는 제3자의 생각일 뿐이다.

“아무렇지 않게 어느 순간은 입양에 대해서 막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누구한테 막 얘기를 하는데 애기가 없대니까 '왜 입양을 안 하세요?' '저는 커서 애 낳는 게 무서워서 입양할 거예요.' 입양이라는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모습을 보고... 제가 그걸 제일 원했었거든요.”

신애라는 정말이지 낳은 아이만큼 똑같이 사랑해서 입양 사실을 일깨워줄 수밖에 없었다. 신애라가 바라는 궁극적인 목표는 이 아이들 스스로 입양이라는 단어를 치부처럼 여기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또한 받아들일 수 있는 정서를 만들어주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어디서든 사람들이 행여 누군가가 나쁜 악의를 갖고 ‘야, 너 입양됐대매?’ 라고 물으면 ‘어, 나 입양됐어. 왜?’ 이렇게 되길 정말 바랐었는데, 그게 이루어진 거예요. 아무렇지도 않게.”

혹여 철없는 친구의 장난에 아니면 악의적인 누군가의 괴롭힘에 “너 입양아지?”라고 놀림 같은 공격을 당해도 그게 공격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도 없이 “응, 나 입양아 맞아. 그게 왜?”라고 묻는 천연덕스러운 태도를 그녀는 너무나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것은 모두 아이가 상처 받지 않길 바라는 ‘엄마 신애라’의 간절한 소원과 사랑에서 비롯되었다.

드라마와 예능 연예계 핫이슈 모든 문화에 대한 어설픈 리뷰 http://doctorcall.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