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썸네일 항상 재치 있네요”, “오늘도 믿고 보는 경향 짤방”, “역시나 짤 센스”, “짤 전문 인턴을 두셨나?”, “진짜 페이지 관리자 분 훌륭하시네요”, “볼 때마다 느끼지만 어디서 이렇게 적절한 짤들을 수집하시는지요? 사이트 좀 가르쳐주세요”, “짤 담당님 정말 궁금하네요. 언제나 깨알 같고 주옥같은…”, “아 도대체 짤 만드는 양반 누구에욬ㅋㅋ”

최근 <경향신문> 페이스북 계정(바로가기)에 올라오는 기사에 빠지지 않고 달리는 댓글이 있다. 기사를 소개할 때 함께 올리는 짤방(잘림 방지 이미지의 준말로, 요즘은 사진 혹은 웃긴 사진을 통칭할 때 쓰인다)에 대한 칭찬이다. 다른 언론사들이 기사와 관련된 인물, 장소, 상징 등 일반적인 기사사진을 덧붙이는 것과 달리 <경향신문>은 유머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재미있는 짤방을 주로 선보인다.

김명수 교육부 장관 내정자가 부교수 승진 때 자신의 논문을 그대로 옮겨 승진 심사 논문을 만들어 제출한 소식을 전할 때 우울한 표정의 복사기 사진을 넣는다든가, 새누리당 윤상현 사무총장이 ‘일본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망언을 옹호하는 기사에는 “그건 니 생각이고”라는 자막이 보이는 사진을 넣는 식이다.

<미디어스>는 <경향신문> SNS 관리자 ‘향이’와 19일 페이스북 메시지 인터뷰를 진행했다. 페북 관리자 약 빨았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짤방을 적재적소에 넣는 비결, ‘짤방 홍보’ 이후 독자들의 방문이 얼마나 늘었는지, 혹시나 기사가 너무 가볍게 읽힐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등 궁금한 것은 다 물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경향신문 '향이' 로고 (사진=경향신문 페이스북 캡처)
1.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경향신문> SNS 관리자 ‘향이’입니다. 편집국 미디어기획팀 소속 기자들입니다. SNS에서는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곧 문닫는 미투데이, 빙글, 카카오페이지 등에 경향신문의 소식을 알리고 있어요.

2. 기자‘들’이면 한 명이 아니군요. 당연히 한 명이 관리하는 줄 알았습니다.

저희는 인원이 적은 단촐한 팀입니다. 소수 인원이 당번제로 돌아가면서 운영하고 있어요. 그냥 ‘향이’라고만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신비주의로 남고 싶어요^^

3. 미디어기획팀은 주로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미디어기획팀은 종이신문시대에서 디지털미디어 시대로 변화하는 현재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경향신문> 편집국 산하에 꾸려진 팀입니다. 디지털동향을 눈 크게 뜨고 관찰하면서 독자님들의 요구에도 귀를 크게 열고 있어요. 올해 초에는 '그놈손가락'이라는 디지털스토리텔링 기사를 만들어서 호응을 받기도 했답니다.

저희 팀은 2013년 한국온라인편집기자협회에서 선정하는 <한국온라인저널리즘어워드>에서 ‘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수상한 바 있고요. 2012년에는 같은 어워드의 대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독자님들과 소통을 잘 한다고 주신 상이에요.

4. 향이의 하루를 간략히 소개해주세요.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뉴스는 항상 불 꺼지지 않으니까요. 아침에 나온 조간신문에서 따끈따끈한 해설 및 분석, 그리고 <경향신문>만의 단독기사들을 주로 소개하고, 오후 중에는 새로운 사건이 굴러가는 대로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해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5. 기사에 재미있는 사진을 적절하게 넣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짤방 홍보’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경향신문>이 SNS를 초기에 도입, 운영하면서 다른 언론사와는 달리 기자들이 직접 SNS를 운영하도록 했습니다. 뉴스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건 기자들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인데요.

2013년 3월에 팀장이 바뀌면서 최익상 오픈컴즈 대표를 만나서 컨설팅을 받았는데, 그때 SNS에 대해서 다시 눈을 뜨게 된 것 같습니다. 언론사 계정이라고 해서 꼭 딱딱하고 권위적인 구식의 스타일을 취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였어요. 당시 거론됐던 계정이 ‘고양시청’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고양이 컨셉으로 친화력을 높여서 상당한 화제가 되었죠. (고양시청 트위터 바로가기)

그래서 저희는 지난해 4월 ‘향이’라는 캐릭터를 도입하고, 어차피 하는 것 재밌게 하자라는 마음으로 친근하게 독자들과 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보니 SNS 상에서 이런저런 새로운 실험을 ‘저질러보자’ 쪽으로 간 것 같아요.

일단 일이라는 게 본인이 흥이 나고 재미를 느껴야지 그 결과물을 받아보는 사람도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노래도 그렇잖아요. 노래 부르는 사람이 흥이 안 나면 듣는 사람도 흥이 안 나고, 춤도 추는 사람이 흥이 안 나면 보는 사람도 지루하고…

▲ 미디어스는 19일 경향신문 SNS 관리자 '향이'와 페이스북 메시지 인터뷰를 진행했다.

6. 그럼 짤방을 넣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부터인가요?

네.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용하게 다만 저희가 재밌게 일하고자 하나 둘씩 ‘짤방’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SNS의 속성상 보통은 모바일 기반에서 콘텐츠를 접하게 되고, 이건 빠른 시간 안에 독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직관적'인 요소가 필요하다는 얘기이기도 한데요, 단순히 기사 미리보기 정도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더군요.

그리고 한국사회가 권력이 일부에게 집중돼 있어서, 뉴스에서 언급되는 사람들의 숫자도 제한적이고, 그분들 ‘얼굴 사진’, ‘상반신 사진’, ‘전신 사진’을 아무리 쓴다고 하더라도 쓰는 저희부터 너무 지루했던 지라 어떻게 하면 우리도 재밌고, 독자님들도 즐거울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재밌는 사진을 붙이자'로 저희 팀 내에서 무언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네요.

7. 독자들의 반응이 오는구나, 싶었던 때는 언제부터인가요?

사실 팀원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는데, 최근에 “새로 온 페북지기 일 잘 한다”고 하시는 독자 분들도 계세요. 그래서 뿌듯합니다. 원래 입소문 타기까지는 오래 걸리는 것 같아요. 사실 반응이 좋건 나쁘건 저희끼리는 재밌게 일할 수 있어서 그저 그것만으로도 기뻤거든요. 많은 분들께서 즐겁게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에요.

8. 혹시 가장 기억에 남는 독자 반응 같은 게 있나요?

“경향은 어떤 미친 X을 페북 운영자로 쓰는 거야… 응원합니다”

9. 독자들 중에는 ‘어떻게 그런 짤방을 찾아내는지 궁금하다’며 감탄하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특별히 비결이 있다면.

짤방을 찾는 비결은… 기사의 맥락을 대뇌피질에 잠시 머금고 명상을 하면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태평양보다 넓은 온라인의 바다에서 20여 년간 공부해온 영어와 불어 등을 낚싯대삼아 이미지들을 건져 올립니다. 물론 임자 있는 이미지를 피하기 위해서 주의를 기울여야죠.

▲ 21일 경향신문 페이스북에 올라온 기사 일부

10. 주로 ‘페이스북’에 한정돼서 짤방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뭘까요.

140자 텍스트 제한이 있어서 이미지를 걸면 텍스트가 자주 잘려서 트위터에는 못 올리는 경우가 많아요. 아마 그래서 그런 게 아닐까 싶네요.

11. 짤방 폴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추측은 사실인가요.

‘짤방 폴더’는 제가 정리에 능하지 못한 관계로, 만들어놓고도 쓰질 않네요. 몇 개 비상식량처럼 쟁여놓은 게 있긴 합니다만 한국에서 뉴스라는 게 워낙 미친 사람 널뛰기 같은 측면이 있어서 어차피 쓸 일이 별로 없네요.

12. 팀으로 꾸려지는데도 상당히 통일성 있는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저희들끼리도 각자 담당일 때 재밌는 ‘짤방’ 붙인 거 보면서 서로 재미있어 해요. 통일성은, 팀워크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협업은 팀워크에서 나오는데요. 연차나 직급에 상관없이 서로 배우고 가르치며 존중하는 분위기가 바탕이 되지 않았나 생각되네요. 그리고 항상 독자님들의 댓글을 보면서 많은 점들을 배우고 있어요. 저는 그게 디지털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지)

13. 이런 방식을 도입한 후 실제로 유의미한 수치상의 변화가 있었나요? 방문자 수나 댓글이 많이 늘었다거나.

올해 초부터 페이스북 ‘좋아요’ 눌러주신 독자 분들이 많이 늘었어요. 1월 초에는 약 5만 명 미만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현재는 ‘좋아요’ 17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14. 실제로 독자를 모으는 데도 효과가 있었네요. 이런 성과에 대해 자평한다면.

약간 뜬금포 같은 얘기지만, 제가 우스갯소리처럼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멋있는 남자에 예능인 유재석이 꼽히기 시작한 10년 전부터 시대는 달라졌다. 이제는 재미가 있느냐 여부가 승부의 관건이 된다”는 건데요. 그럼에도 한국의 뉴스들은 여전히 근엄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거기에서 약간, 조금, 살짝, 일탈해보고자 하는 것이 <경향신문> ‘향이’의 ‘짤방’ 실험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창조성은 약간 ‘미쳐야’ 된다고들 하잖아요.

▲ 19일 경향신문 페이스북에 올라온 기사 일부

15. 여러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우려되는 지점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편파적인 관점을 전달할 위험이 있고, 기사의 의미가 희석될 수도 있고요. 이런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희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요. 전달자로서 언론의 기능에 충실해야죠. 짤방은 주로 “어? 이 기사가 뭔데?”라며 독자가 다시 한 번 볼 수 있을 정도로 주의를 끄는 기능 정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16. 사내 반응은 어떤가요?

사내에서는 일 잘한다고 칭찬 많이 받았어요. 사내의 페이스북 독자들도 재밌어 하니까 저희도 기분이 좋아요.

17.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독자님들께는 “암울한 시대에는 오로지 유머와 사랑만이 비타민”이라는 생각으로, 앞으로도 열심히 짤방정신을 이어나가겠다고 약속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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