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급상승검색어 기사와 어뷰징(동일기사 반복전송), 그리고 낚시질은 아닌 것 같다. 포털이 뉴스서비스 포맷이나 검색알고리즘을 조금이라도 바꾸면 트래픽이 휘청거린다. 벌써 소싯적 얘기가 됐지만, 네이버가 뉴스스탠드를 본격 시행한 2013년 5월 주요언론사의 페이지뷰는 2008년 12월에 비해 46.2%나 빠졌다. 네이버가 포털 대문에서 연합뉴스를 제외하고 모든 매체의 기사를 내린 결과다. 네이버는 이용자가 PC버전에서 로그인하면 미리 설정한 ‘마이뉴스’가 뉴스캐스트 방식으로 뜨게끔 추가로 뉴스서비스를 설계했지만, 트래픽 급감을 막을 수 없었다.

위기다. 스마트폰도 SNS도 트래픽을 보전해주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기 시작하면서 뉴스에 접근하기는 쉬워졌지만, 트래픽은 여전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이용자들은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 이용자들은 포털사이트의 ‘광고 없는 뉴스’를 링크하고 공유한다. 여기에 ‘뉴스 큐레이션’을 하는 매체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한 시대가 열렸지만, 인터넷언론들은 여전히 검색어 기사와 어뷰징으로 일관하고 있다. 타깃 오디언스도 못 잡고, 콘텐츠 질도 그대론데 ‘양’만 늘리고 있다.

1등신문 조선일보가 운영하는 조선닷컴의 실적도 처참하다. 조선일보 12월26일자 사보에 실린 ‘조선닷컴 게재 기사 중 PV(페이지뷰) 상위권 기사 톱10(2014년 12월22일 기준)’을 보면, 1등 기사는 <학생부에 적힌 한 줄, 52대 1 大入경쟁 뚫다>로 PV는 78만2362건이다. 2위는 31만21건이고, 3위부터는 30만 건이 안 된다. 조선·중앙·동아일보의 닷컴은 연예·스포츠매체가 과점하고 있는 온라인뉴스 시장에서 트래픽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는데도 이렇다. 네이버 뉴스스탠드에 입점하지 않은 언론사와 큰 차이가 없다. 이제 포털 어드밴티지는 없다고 봐야 한다.

▲조선일보사보 2014년 12월26일자.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조선닷컴은 조선일보와 TV조선, 자체 콘텐츠로 독자를 유입하는데도 트래픽이 저조하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보수·극우 독자를 끌어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사들의 트래픽도 마찬가지다. 조선닷컴 트래픽 상위 10건 기사 중 세월호 참사 관련 기사는 총 4건인데 이중 가장 많은 PV를 기록한 기사는 5월12일자 <左派 총집결한 원탁회의가 서울 집회 주최>로 PV는 31만21건이다. <유민 外家, “저 사람 지금 이러는 거 이해 안 돼”> 기사 PV는 23만5993건, ‘대리기사 폭행사건’ 기사 PV는 21만2322건이다. 세월호 참사 최초보도 기사 PV는 29만5086건이다.

조선닷컴이 예상보다 저조한 트래픽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에 언론사 관계자들은 ‘이유’를 궁금해 했다. 조선일보 사보를 본 한 종합일간지 디지털뉴스팀 기자는 “0이 하나 빠진 것 같다”고 촌평했다. 포털을 최대 플랫폼으로 삼는 인터넷언론들도 연간 PV 100만 건 이상 ‘대박’ 기사가 수 건, 30~50만 건 ‘중박’ 기사가 수십 건씩 있다. 그런데 왜 이럴까. 종합일간지가 운영하는 닷컴은 모기업 신문과 통신사, 계열사 매체까지 최소 4~5개 이상 매체의 콘텐츠가 실리는 까닭에 기사 한 건이 메인페이지에 머무르는 시간은 중소 인터넷언론에 비해 적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조선닷컴의 트래픽 저조 현상을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네이버 같은 포털의 뉴스서비스와 검색알고리즘이 변했고, SNS와 큐레이팅매체가 트래픽 일부를 흡수했고, 뉴스 소비 행태가 ‘단건 구독’으로 변했다는 분석도 충분하지 않다. 콘텐츠 ‘질’이 낮아져 온라인저널리즘에 대한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진부하고, “특정 집단을 타깃으로 한 기사를 쓰면 된다”는 이야기는 사실상 복불복에 가깝다. 어쨌든 언론은 가장 핫한 이슈에 대한 스트레이트 기사로 시작해 분석, 해설, 칼럼, 사설 등을 배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실패한 ‘유료화’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다. 한국경제 디지털전략부 최진순 기자(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는 ‘프리미엄조선 전면 유료화’가 실패한 이유로 “낮은 이용자 반응”을 꼽았다. 그 동안 조선닷컴과 조선일보 기자들이 제공하는 ‘진짜 뉴스’를 읽을 독자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 말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언론이 ‘진짜 독자’를 찾지 못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포털사이트 다음의 뉴스펀딩과 비교할 수 있다. 다음 이용자들은 자발적으로 돈을 내며 뉴스를 의뢰하고, 뉴스를 기다린다. 뉴스펀딩은 지금 다음에서 가장 ‘공감’ 받는 콘텐츠가 됐다.

포털을 드나드는 이용자, 즉 언론사가 타깃으로 해야 할 수용자는 달라졌다. 그런데 온라인매체들은 종이신문과 방송의 기사를 건별로 올려놓는다든가 아니면 검색어기사로 경쟁하는 초기 온라인저널리즘 모습 그대로다. 신문쟁이의 ‘찍어내기’ 버릇과 포털의 ‘검색어’ 장사가 부정적으로 결합한 모습만을 보이고 있다. 결국 온라인뉴스시장에서 모든 매체는 ‘무가지’가 됐다. 대다수 언론은 자신만의 수용자를 만들어내지 않았고, 오히려 기존 독자를 피곤하게 했다. “디지털 퍼스트”를 외치지만 새로운 수익구조는 고민하지 않는다. 온라인저널리즘은 분명 후퇴하고 있다.

▲ 언론은 포털에서 낚시를 하며 폭탄을 건져 올리고 있는 건지 모른다. 아니, 폭탄을 터뜨려 고기를 잡고 있다. (이미지=구글)

이를 두고 최진순 기자는 “기존의 프레임은 기술도 관계도 없는 위계적-폐쇄적-일방적(하향적) 정보 생산과 전달인데 이제는 새로운 프레임 기술(독자를 파악하고 니즈에 부응하는)과 관계(독자를 파트너로 수렴하는 커뮤니케이션)에 기반한 저널리즘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혁신은 어려워 보인다. 최진순 기자는 “이를 위해서는 기존 기자들의 태도와 스킬이 달라져하지만 우리나라 전통매체는 기자들의 업무내용(수준)을 재설계하기 어렵고, 현재의 경영구조(매출구조)가 기자들의 출입처에 기대고 있고, 뉴스 콘텐츠의 배포모델도 마찬가지”라고 봤다.

“언론사가 원했건 원하지 않건 주로 포털(검색)에서 유입되는 독자들에 의해 뉴스가 소비되는 한 양질의 트래픽, 좋은 뉴스를 찾아서 보고 공유하고 (댓글을 남기는 등 구체적 행동을 하는) 참여하는 소비자들이 일으키는 트래픽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재의 시장 구조는 특정 매체가 만드는 좋은 뉴스가 돋보이는 환경이 아니다. 이 구조에서는 언론사의 뉴스 트래픽은 무의미할 수밖에 없고 (정량적으로도) 광고주들을 유인하기 어렵다. 단순히 뉴스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강정수 연구원 표현대로 ‘뉴스의 서비스화’가 필요하다.”

‘혁신’은 의미 있는 트래픽을 만드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포털 실시간급상승검색어에 기생하는 것부터 ‘포기’해야 한다. 지금 온라인저널리즘이 포털 검색 중심의 왜곡된 뉴스 소비 구조에 기생하고 있고, 유통업자에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와 관계를 맺으며 자신만의 수용자를 만드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다. “단순히 기술(연결)로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휴머니즘(독자관계) 즉, 서비스가 수반돼야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본원적인 문제이지만 기존 전통 저널리즘의 프레임을 깨는 변신이 필요하다”는 게 최진순 기자 설명이다.

오프라인 종이와 방송에서 ‘디지털’로 뉴스 플랫폼이 옮겨가는 만큼 뉴스 트래픽에 대한 설계가 새로 필요한 시점이다. 최진순 기자는 자신의 독자를 파악하고, 편집국과 수용자의 관계를 강화하는 일상적인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뉴스 랜딩 페이지를 더 구조화해서 깊이(depth) 있는 연결구조를 만들어 내야 하다”고 강조했다. 뉴스 콘텐츠뿐 아니라 자신의 수용자에 최적화한 포맷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저널리즘과 방송통신업계, 진보정치와 사회운동 콘텐츠가 핵심인 <미디어스>는 그에 맞는 포맷을 구축하면서 트래픽을 설계해야 한다.

‘카드뉴스’와 ‘인터랙티브 뉴스’ 같은 콘텐츠가 나오고 있지만 수도 적고 ‘경쟁’ 상황은 아니다. <민중의소리> 인터랙티브뉴스팀 김동현 기자는 18일 미디액트 포럼에서 “독자들은 메뉴와 제목 나오고 기자이름 나오고 텍스트 밑에 사진 한 장 나오고 관련기사와 댓글, 화면 오른쪽에 광고와 ‘많이 읽은 기사’가 나오는 것을 뉴스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신문의 포맷도 많이 변했다. 지금 같은 온라인 뉴스의 포맷을 깨려는 시도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웹에서는 뉴스 콘텐츠의 핵심인 ‘텍스트에 담긴 소식’을 구현하는 모든 방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온라인저널리즘은 분명 위기다. 1등신문의 닷컴마저 휘청거리는 상황은 결국 뉴스의 위기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한국 온라인저널리즘에는 관계도 기술도 없다. 그래도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시도가 있다. 출입처시스템을 과감히 포기하고 탐사보도를 시작한 <뉴스타파>와 100분짜리 뉴스로 리포트 길이를 늘린 <JTBC>는 벌써 자신만의 수용자를 만들어 가고 있다. <팩트TV>도 생생한 현장을 원하는 수용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블로터>도 혁신 중이다. ‘기관지’를 자처할 게 아니라면 고민해 볼 길은 많다. 그렇지 않으면 실시간검색어에 더 휘둘릴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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