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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삼성 ‘규제’ 못해도, 삼성은 국가 ‘관리’한다”김승수 전북대 교수 ‘삼성정보자본주의’로 완성되는 ‘삼성국가화’ 비판
박장준 기자 | 승인 2014.06.03 14:55

삼성은 백혈병 사과를 ‘이건희에서 이재용으로’ 넘어가는 지배구조 승계의 사회적 승인 과정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이 사회적 승인의 선은 분명하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지난달 19일부터 삼성 서초사옥 사이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기사를 쓰는 언론은 정해져 있다. 한 기자는 “기사가 안 되는 게 아니라 발제를 못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왕국,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은 오래 전부터 나왔다. 최근 경영권 승계과정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잘 자리를 잡아야 한국경제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결국 “삼성이 망하면 한국이 망한다”는 말의 재판이다. 특히 삼성의 무노조 경영과 관련해서는 경찰도 법원도 언론도 모두 삼성 편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삼성 망하면 다 망한다’는 궤변이 다시 흘러나온다

전북대 김승수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지난달 30일 부산대에서 열린 한국언론정보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삼성정보자본주의에 관한 시론’에서 삼성의 정보 지배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삼성 정보 권력은 단순히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차원을 넘어서 국정을 관리하고 시민의식을 통제하려는 데까지 뻗어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의 한국사회 영향력은 조선일보가 “삼성전자가 최악의 상황에 처하면 우리 경제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 것인가에 대비하는 일은 정부가 맡아야 한다”고 할 정도다. 김승수 교수는 “부의 삼성화, 국가의 삼성화, 사회여론의 삼성화, 삼성의 생활 자본화는 삼성자본주의를 만든 요소들”이라고 분석했다.

우선 한국의 부는 삼성으로 집중돼 왔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일 기준 삼성그룹 17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코스피·코스닥)은 330조5623억5500만 원이다. 코시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회사의 시가총액을 모두 더하면 1324조4028억8900만 원인데 이중 삼성 몫은 24.95%나 된다. 김승수 교수는 이를 ‘부의 삼성화’라고 설명했다.

부의 삼성화는 범삼성재벌로 확대할 때 도드라진다. 경제개혁연구소 위평량 연구위원에 따르면 삼성, 신세계, CJ, 한솔, 중앙일보사 등 범삼성그룹의 자산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3.34%에서 2012년 25.40%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GDP 대비 매출액 비중은 18.79%에서 23.17%로 늘었다.

   
▲ 재벌가문과 민간재벌집단 자산의 GDP대비 추이.범 삼성가문=삼성그룹+신세계그룹+CJ그룹+한솔그룹+중앙일보사범 4대가문 : 범삼성가문 + 범현대가문(현대자동차그룹, 현대그룹, 현대산업개발,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범엘지그룹(LG,LS,GS그룹)+SK그룹범8대가문 : 범4대가문 + 롯데그룹+한화그룹+두산그룹+한진그룹위평량 연구위원 보고서에서 갈무리.

위평량 연구위원은 한국경제가 재벌 중심으로 바뀌는 과정의 중심에 삼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위평량 위원에 따르면, 1987년 한국 200대 기업에 속한 5대 재벌(삼성 현대 LG SK 롯데) 계열사 수는 52개(26.0%)에서 2012년 94개(47.0%)로 1.8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산비중은 26.59%에서 56.40%로 2.1배 증가했다. 삼성가문의 자산비중은 1987년 5.30%에서 2012년 19.10%로 약 3.6배 뛰었다.

“삼성은 국가를 관리할 수 있다”

‘국가의 삼성화’ 문제도 나온다. 김승수 교수는 이를 “정부, 국회 등 국가기관이 삼성의 이익을 국가의 이익화 일체화해 법, 정책을 조정, 관리하는 행태”로 설명한다. 지난해 진보정의당(현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의원직 박탈 사건이 대표적이다. 노 전 의원은 지난 2005년 ‘삼성X파일’에 등장한 명단을 공개했고,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김 교수는 “삼성X파일을 보도한 이상호 문화방송 기자, 김연광 월간조선 편집장도 같은 혐의로 처벌받았다”며 “사건을 보도한 기자까지 벌을 받은 것은 분명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는 산 증거이며, 국가의 삼성화를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국가는 삼성을 규제하지 못하는 반면 삼성은 국가를 관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삼성이 지난 2012년 정부에서 직접 받은 지원금만 1684억4200만 원이다. 한겨레가 지난 2월 국회 예산정책처와 정부의 연구개발 보조금 현황을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정부가 그해 대기업에 지원한 직접보조금은 7308억8300만 원인데 이중 23.04%가 삼성에 흘러 들어갔다. 현대자동차그룹(883억 원)의 2배 정도다.

김승수 교수는 “행정, 입법, 사법이 삼성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국가의 삼성화는 부작용이 많다”며 “이것은 삼성의 단기적 이익을 위해 삼성 위주로 법과 제도를 관리함으로써 시민의 이익 및 공익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득재 대구효성카톨릭대 교수는 지난 2005년 “(한국은) 삼성 ‘공화국’이 아니라 삼성 ‘참주정’”이라고 비유했다.

   
▲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출입구 중 하나. (사진=미디어스)

언론도 시민도 삼성 없이 살 수 있나?

부의 삼성화와 국가의 삼성화는 여론 없이 불가능하다. 김승수 교수는 이를 ‘삼성정보자본주의’로 정리했다. “삼성이 정보와 정치를 잘 관리해 여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게 김 교수 분석이다. 광고시장에는 제일기획이 있다. 신문은 중앙일보, 방송은 JTBC와 CJ E&M 등이 범삼성재벌로 분류된다. 

주류 언론 대다수는 삼성 광고 없이 생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난 1월 재벌닷컴이 법인세 신고기업의 감사보고서 상 ‘광고선전비’를 분석한 결과, 2012년 삼성전자의 광고선전비는 2조7727억 원이었다. 두 번째로 많이 쓴 LG전자(5941억 원)의 5배에 가깝다. 법인세 신고대상 48만여개 기업의 총 광고선전비 19조2366억 원의 14.41%다.

삼성은 진보언론에게도 가장 중요한 광고주 중 하나다. 김승수 교수는 “시민저널리즘을 표방한 오마이뉴스조차 매출액의 20% 가량을 삼성그룹의 광고나 협찬에서 얻는다”고 말했다. 한겨레도 광고수익의 15% 정도를 삼성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이를 “기괴한 동거 상황”으로 표현했다. 주류언론은 모두 삼성과 타협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삼성이 망하면 한국이 망한다”는 말은 삼성이 이미 부, 권력, 정보와 여론을 활용해 시민들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요소로 됐다는 뜻이다. 김승수 교수는 “삼성이 절대 권력으로서 또 공화국으로서 위상을 누리는 데 있어” 숨겨진 하나는 ‘생활자본으로서 삼성’이라고 설명했다.

김승수 교수는 “생활자본이란 사람들이 삼성에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사람의 삶과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요소로 여겨서 삼성에 상징적 가치와 실질적 권위를 부여한다는 뜻”이라며 “생활자본으로서 삼성은 최고, 최대의 고용주이며, 소비자는 거의 다 삼성제품의 소비자”라고 설명했다. 국가 재정도 고용도 정보도 오락도 스포츠도 삼성 없이 돌아가지 않는다.

삼성자본주의의 마지막 퍼즐, 정보 장악

이 중심에는 정보가 있다. 삼성은 1964년부터 2년여에 걸쳐 동양방송과 중앙일보를 세웠다. 김승수 교수는 “지금도 이런 정도의 거대한 미디어그룹을 세우기 어려울 터인데 삼성그룹은 반세기 전부터 정보제국을 소유했다는 사실”은 “막대한 삼성의 재산 및 정부의 특혜, 사주의 치밀한 투자 및 경영 전략이 삼성정보제국의 주춧돌이 아니었는지 생각해 본다”고 추정했다.

김 교수는 삼성그룹의 정보생산 수단이 일간지에서 스포츠까지 다방면에 뻗어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중앙일보 계열의 일간지, 주간지, 월간지뿐 아니라 한국경제신문, 머니투데이와도 얽혀 있다. 김 교수는 삼성정보권력의 중심으로 중앙일보를 지목했다. 중앙일보가 영리병원 설립 등 삼성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사를 써왔고, 반대로 삼성 비판보도를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

김승수 교수는 “삼성자본주의는 부의 독점, 국가의 삼성화, 사회여론의 지배, 삼성의 생활자본화를 기반으로 운영된다”며 “정보생산수단의 지배, 광고비제공, 보도관리, 인적네트워크를 통해 한국사회의 정보를 지배한다. 이로써 삼성정보자본주의가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조에서 “삼성의 이익이 점점 더 공익에 배치되는 현상이 생겼고, 이를 합리화 하는 미디어의 행태가 문제를 증폭시킨다”는 것.

김승수 교수는 삼성이 미디어를 통제하고, 광고비 집행으로 언론을 사실상 지배하는 상황을 ‘일종의 사적 검열’이라며 이 같은 검열 시스템은 삼성, 시민, 국가 누구에게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삼성의 독점, 횡포 등에 대해서 심각히 느끼지만 특별한 대안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현실이 이렇게 때문에 삼성개혁은 신중한 걸음걸이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성대 교수) 김상조가 지적했듯이 삼성이 주창하는 사이비 민족주의를 경계하고, 삼성을 둘러싼 경제적, 경영적 상황이 복잡함으로 탐구적 자세로 자료를 수집하고 해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정보민주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는 삼성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주장했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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