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집단 자위권 행사를 위한 평화헌법 9조 해석을 변경하겠다는 방침을 공식 표명함에 따라 국내 일간지들은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부분의 일간지들이 동북아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일본의 행보에 대한 비판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동아일보>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지나친 우려를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 동아일보 16일자 1면 기사.

16일자 조간 중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입장을 사설로 밝힌 언론사는 <한겨레>, <한국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다. <한겨레>는 아베 신조 총리의 이번 입장 표명으로 우리 정부가 심각한 외교안보적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며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한국일보>는 과거 전쟁을 일으킨 경력이 있는 일본의 군사 팽창이 동북아 힘의 균형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한겨레 17일자 사설.

▲ 한국일보 17일자 사설.

<중앙일보>는 앞서의 일간지들과 미묘하게 다른 톤의 입장을 내놓고 있다. <중앙일보>는 ‘일본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조건’이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주변국의 우려를 해소하면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하며, 한반도와 관련된 사안은 한국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고, 전수 방위의 원칙 하에서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며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실사구시의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이를 인정할 수 있다는 요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주장이다.

▲ 중앙일보 17일자 사설.

<동아일보>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동아일보>는 ‘일 집단자위권 한반도 문제는 한국 동의 필수다’ 제하의 사설을 통해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에 우려할만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미일동맹 강화가 북한의 도발에 대한 억지력 강화 성격을 가지며 한국의 핵심 동맹국인 미국을 비롯 유럽연합, 호주, 러시아가 일본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점을 들어 “우리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자체를 반대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아일보>는 사설의 말미에 “일본의 군사적 위협을 실제 이상으로 과장하거나 ‘군국주의 부활’식으로 몰아붙여 오히려 역효과를 내지 않도록 균형감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동아일보 16일자 사설.

하지만 오히려 <동아일보>와 같은 시각이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아베 신조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밀어 붙이는 이유는 아베 신조 스스로가 내세우는 명분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아베 신조 총리는 헌법 9조에 대한 해석을 각의를 통해 변경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남중국해에서 힘을 배경으로 한 일방적 행위에 의해 국가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며 중국을 겨냥한 발언을 꺼냈고 “북한 미사일은 일본의 대부분을 사정권으로 하고 있으며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며 직접적으로 북한위협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즉, 아베 신조 총리의 이러한 발언으로 미루어보면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은 익히 알려졌다시피 미일 동맹의 강화를 위한 것이며 그 구체적 목표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중국과의 패권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해야겠다는 것이 명백하다.

문제는 이렇게 될 경우 최근 다소의 냉각기를 가지고 있는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미일동맹 강화를 계기로 다시 하나로 묶이는 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우리 정부 역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을 강요받게 된다는 것이다. 선택지는 단 하나인데, 그것은 한미일 3국의 동맹 강화를 다시 한 번 외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그간 중국과 미국, 러시아 사이에서 나름 균형잡힌 외교를 해왔으며 이를 통해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외교안보전략을 추진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조건부 찬성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이상의 전략에서 이탈하는 것을 뜻하며 동북아 지역에서 중국과 미국의 대리인들이 힘을 겨루는 긴장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것을 뜻할 수 있다.

어차피 일본 스스로가 자신들의 헌법 해석을 변경하겠다고 하는 것을 주변국들이 막을 권한은 없다. 미국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는 일본은 따로 국내정치적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헌법 해석 변경을 강행할 것이다. <동아일보>가 상정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로 인한 ‘효과’들은 우리가 무슨 입장을 취하든 상당 부분 거둬질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일본의 손을 들어주는 ‘선심’을 써야 할 이유가 있는가? 일본 고사에 나오는 완승보다 신승이 낫다는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는 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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