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비교하는 발언으로 유가족들에게 지탄받고, 직을 사퇴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길환영 사장이 방송 공정성, 공익성 실현과는 반대의 지시와 명령을 했다고 추가 폭로했다.

▲ 왼쪽부터 길환영 KBS 사장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사진=KBS, 미디어스)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12일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제가 말하는 보도에 대한 관여, 독립성 침해라는 용어에는 69조의 정당한 권한 행사가 아니라 불공정성, 비공공성, 불균형성, 비사실성 등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고, 44조의 공적 책임을 저버리고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실현과는 반대의 지시와 명령을 했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KBS 길환영 사장의 ‘보도 독립성 침해’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설명으로, KBS공영노동조합(이하 공영노조)가 같은 날 올린 질의서에 대한 ‘답변’이었다. 공영노조는 방송법 69조 ‘방송사업자는 방송프로그램을 편성함에 있어 공정성‧공공성‧다양성‧균형성‧사실성 등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44조(공사의 공적책임)에는 ‘방송의 목적과 공적 책임,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하여야 한다’ 등의 규정을 들어 사장에게는 보도에 적극 관여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공영노조는 성명을 통해 김시곤 전 국장의 파면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시곤 전 국장은 “보도의 독립성 침해가 계속돼서는 안 되겠다고 믿기에, 그리고 제가 지켜내지 못한 책임이 있기에 기자회견에서 밝히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규정과 사규를 명백히 위반했다고 하면 과연 누가 무엇을 위반했는지 하나하나 따져서 그리 처리하면 될 일”이라고 자신했다.

김시곤 전 국장은 “우리 회사에서 보도국장을 하면 전도가 보장된다고들 한다. 그러나 제가 기자회견을 한 것은 사실은 지난해 초부터 구상하고 있었다. 주변에서 계속 참으라고 말리고 말려서 사실은 여기까지 왔다”며 “기자회견 바로 직전 사장으로부터 강력한 회유와 유혹도 있었으나 재게는 보직과 자리보다는 명예가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김시곤 전 국장은 “비록 엄청난 파장은 있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KBS 보도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이를 지켜낼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KBS뉴스 신뢰도를 더 높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김시곤 전 국장은 지난 8일 KBS 보도국 간부들이 안산 합동분향소에 방문했을 당시 왜 가지 않았느냐는 공영노조의 질문에 “유가족이 아닌 안산 시민대표들이 찾아왔을 때 보도본부장이 중심이 돼서 결정한 보도본부의 방침은 보도국장이 직접 나설 경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며 보도국장은 일단 2선으로 빠져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며 “후배들이 유가족에게 잡혀 있을 때도 제가 안산으로 가겠다고 했으나 보도본부장이 절대 가서는 안 된다며 자신이 가겠다고 해서 회사에 머물렀다”고 답했다.

이어, “유가족들이 회사로 왔을 때도 보도본부장실에서 국장단이 참석한 부사장 주재 대책회의가 열렸고 내린 결론은 유가족 대표 5명이 구성되면 충분히 설명을 한 뒤에 보도국장이었던 제가 최종적으로 만나는 것으로 플랜이 짜여져 있었다. 하지만 유가족대표는 10명이 됐고 민주당 의원 네다섯명등이 함께 있어 회사와 유가족 대표와의 자리가 마련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새벽 3시가 될 무렵 갑자기 유가족들이 철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 김시곤 보도국장의 발언과 KBS의 세월호 보도에 분노한 유가족들은 8일 밤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으로 항의방문을 왔다. 이날 유가족들은 길환영 사장, 김시곤 보도국장과의 만남을 요구했으나 이뤄지지 않았고, 길환영 사장의 사과 및 사과 내용 보도, 김시곤 보도국장의 파면 두 가지를 최종 요구사항으로 내놨다. 사진은 세월호 유가족대책위원회 유경근 대변인이 KBS 측과의 면담 결과를 보고하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새 노조, “김시곤 폭탄발언에 KBS이사회와 감사는 뭘 하고 있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이하 새 노조)는 15일 성명을 내어 김시곤 전 국장의 발언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KBS이사회와 KBS감사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새 노조는 “KBS감사는 사장으로부터 독립된 조직이다. 감사청구권은 감사를 제외하면 이사장과 사장이 가지고 있다”며 김시곤 국장 폭로사건은 길환영 사장과 김시곤 국장을 모두 조사하는 특감과 김시곤 국장만 조사하는 특감을 실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새 노조는 “길환영 사장을 함께 조사하는 첫 번째 특감의 경우 KBS이사회가 유일하게 감사권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이사회는 시간을 허비하고 이고 감사는 있는지 없는지 역할을 찾을 수가 없다. 이는 KBS이사회의 집단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 감사는 KBS이사회와 길환영 사장 모두 감사청구권이 있다. 길환영 사장은 김시곤 국장의 폭탄발언이 거짓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당장 김시곤 국장 특감을 요청해야 한다. 안 할 경우, 김시곤 국장의 발언이 모두 사실임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새 노조가 감사실에 확인해 본 결과 아직까지 계획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새 노조는 “길환영 사장은 떳떳하다면 당장 김시곤 국장 특별감사를 요청하라”며 “KBS이사회와 김승종 감사가 길환영 사장 호위부대가 아니라면 당장 KBS 역사상 최대 폭로사건에 대한 감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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