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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백만원 짜리 ‘황제노조’의 가난한 열사[기고]왜 삼성과 싸워야 하는가?②
홍명교 /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교육선전위원 | 승인 2014.03.27 17:16

어두울수록 '희망'을 말해야겠지만, 가끔은 냉정하게 말할 필요도 있을 게다. 오늘날 우리는 매우 참혹한 반노동의 시대를 살고 있다. 자본가들은 끊임없이 이윤을 확대하고 있고, 보다 더 많은 이윤을 착취하기 위해 제도들을 바꾸고 대중이데올로기를 선동하고 있다.

그에 반해 노동자들은 점점 더 가난해지고 있다. '시간제 정규직'이라는 엉뚱한 이름이 노동을 더 불안정하고 궁핍하게 만들고 있고, 사람들은 점점 더 서로를 불신하고, 조직된 노동자,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노동자로서의 자신의 처지를 자각한 노동자들은 미디어 혹은 제도에 의해서 포위되고 있다. 천정부지로 솟은 자살율을 떨어질 줄 모르고, 일하다가 다치거나 죽는 노동자들의 숫자도 부지기수. 어떻게 해야 이 난국을 떨칠 수 있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그런데 흔히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삶이 고단해질수록, 빼앗긴 자들이 늘어날수록, 저항과 투쟁이 불길처럼 일지 않겠느냐고. 그래서 어디선가 메시아처럼 파도가 일고 동남풍이 불지 않겠느냐고. 그것을 우리는 객관적인 정세 조건이라고 말한다.

   
▲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 고(故) 최종범 씨의 둘째 형 최종호 씨가 6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가족을 대표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정세의 조건이 급변하고 경제가 위기에 직면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곧바로 '저항'에 돌입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학자인 윤소영 교수에 따르면 위기의 시대에는 두세 가지의 대안들이 한꺼번에 출현하기 마련이다. 파시즘의 유혹, 노동자운동, 그리고 ‘뉴딜’. 그러나 우리는 어떤 것도 우세에 서지 못한 채로 위기의 시대를 보내고 있다.

노동조합만이 삼성 바꾸는 희망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주체'이다. 주체 없이는 저항도 없고 대안도 있을 수 없다. 아무리 운명적이고 자생적이며 기적적으로 일어난 운동이라 하여도 사람들을 뭉치게 하고 아스팔트에 서서 나아갈 때조차 갈팡질팡하지 않게 하는 데에는 묵직한 깃발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 저항주체가 태어나고 그 주체들이 객관적인 조건과 '해후'할 때 '사건'은 일어난다. 나는 오늘날 사람들이 ‘주체’로 거듭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제도적 틀이 바로 ‘노동조합’이다. 그간 삼성 자본에 맞서서 많은 다윗들이 싸워왔지만 어느 누구 거대한 골리앗에 맞서 승리를 거두진 못했다. 정국을 폭풍우로 이끌었던 내부고발자도 있었고, 저명하고 인기있는 정치인도 있었지만 국회의원을 박탈당할 정도로 삼성은 무소불위의 권력이었다. 중요한 것은 삼성을 실제로 움직이고 있는 ‘노동자’들이 인간의 권리를 위해 뭉치고 싸워나가는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 AS노동자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전국금속노동조합이라는 제조업 산별노조에 가입한 전국단위 사업장 노동조합이다. 프랑스혁명 기념일인 지난 해 7월 14일 전국 40여 개 센터에서 집단적으로 노동조합에 가입하면서 출범했다. 처음 약 380명으로 출범한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여름 내내 기하급수적으로 조직을 확대해 1500명을 돌파했었다. 삼성에서 처음으로 규모있는 노동조합을 만들어낸 순간이었다. 어떻게 해서 그것이 가능했던 걸까? 여기에는 삼성 자본 스스로 낳은 속 깊은 사정이 있다.

우선 삼성전자서비스 AS노동자들은 대부분 정규직이 아닌 협력사 소속의 노동자들이다. 삼성 마크가 달린 유니폼을 입고 삼성전자 제품이 있는 곳이라면 강원도 산간부터 남해의 작은 섬까지 어디든 달려가지만 서비스센터 자체는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전국에 180여 개의 서비스센터가 있는데 이중 7개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108개의 협력사가 법적인 사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6700여 명의 협력사 AS노동자들이 96퍼센트를 맡고 있는 것이다.

   
▲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 열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본관 앞에서 농성을 벌이다 삼성 본관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맞서고 있는 모습. 최종범 열사 대책위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 1년 동안 내란음모, 전교조, 공무원, 밀양, 삼성 최종범 열사, 철도민영화 대책위들. 이미 강정, 민주주의시국회의, 용산, 쌍용차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대책위의 춘추 전국시대가 열렸다. ⓒ연합뉴스
주식회사 삼성전자서비스는 국내 최대기업 삼성전자의 ‘자회사’이다. 과거에는 삼성전자 서비스부문이 내부에 있다가 분사되었다. 지분의 99.3%를 삼성전자가 갖고 있고, 전체적인 방향을 조율하고 결정하는 것 역시 ‘전자’의 몫이다. 요컨대 삼성전자서비스 엔지니어들은 ‘이중도급’의 처지에 놓인 것이다. 삼성전자 마크가 달린 옷을 입고 삼성전자 제품을 고치지만 삼성은 AS기사들에게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삼성의 딜레마가 놓여있다. 자신의 ‘가훈’인 ‘무노조’를 위해 직접적으로 노동자를 탄압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개입의 정황이 드러나는 순간 삼성은 위장도급이라는 혐의의 증거를 추가해줄 뿐이다. 이미 명백한 증거들이 도출되어 있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노동자들을 좀 더 착취하고, ‘유연’하게 고용할 수 있을지 잔머리를 굴린 끝에 나온 결과들이 오늘의 단결과 저항을 낳은 것이다.

전국 주요 도시 한복판에 있는 젊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두 번째 특성은 전국적으로 170여 곳에 흩어진, 108개의 협력업체로 나누어진, 그야말로 전국 단위의 사업장이라는 것이다. 그 전에는 ‘아저씨’로 관계맺고 센터들 간 경쟁으로 몰렸던 노동자들은 이제 서로 관계를 맺고 술친구가 되고, 노동조합을 함께 끌고 나가는 ‘동지’가 되었다.

도심 한복판에 존재하는 금속노조 사업장이라는 점, 더불어 2~30대의 젊은 노동자들이 많다는 것도 독특한 점이다. 보통 금속노조 사업장은 도심 변두리 공단에 위치한 공장에나 존재하는 것이었지만 삼성전자서비스는 도시의 한 가운데, 시민들과 가장 밀접해있는 위치에서 매일 ‘소비자’로서의 시민을 만나는 서비스 노동자이며, 20대 노동자들도 상당히 많다. 그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왜 평균 연령이 50살에 육박하는 금속노조에 가입했냐”고 묻기도 한다. 그러나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전체 노동조합 운동에 던져주는 ‘자극’이 있다.

월급 백만원 짜리 ‘황제노조’(?)의 가난한 열사

2014년 3월 말 현재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지금 2013년 임단협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은 경총을 내세워 전국적으로 48개 업체와 교섭을 이어나가고 있고, 그간 지속적으로 교섭과 대화를 해태해 왔다. 근로기준법마저 위반하는 임금에 대해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았었다. 노동자들은 말도 안 되는 급여 조건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단결하고 싸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다. 또 이 투쟁이 로또와 같은 복을 안겨주진 않겠지만 우리들의 삶만큼은 우리 자신이 결정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바로 ‘민주노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 열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본관 앞에서 농성을 벌이다 삼성 본관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맞서고 있는 모습. 최종범 열사 대책위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 1년 동안 내란음모, 전교조, 공무원, 밀양, 삼성 최종범 열사, 철도민영화 대책위들. 이미 강정, 민주주의시국회의, 용산, 쌍용차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대책위의 춘추 전국시대가 열렸다. ⓒ연합뉴스
지난 1월 13일 부산경남 지역 11개 센터의 첫 파업 투쟁 이후 전국적으로 게릴라 파업이 이어졌다. 그리고 오는 3월 28일과 29일에는 전국 40개 분회 1050명의 조합원들이 파업을 선언하고 서울로 모인다. 더 이상 노조를 깨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삼성은 어떻게든 조직력을 약화시키고 요구의 수준을 낮추기 위해 여론을 선동하고 있다.

조직력이 강한 해운대센터 등을 위장폐업해 노동조합을 흔들기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노동조합의 가입은 되려 늘고 있다. 첫 파업 이후 한달 간 100여 명이 늘어났고, 또 해운대센터 폐업 이후 불과 열흘 사이에 5개 센터가 새로 노동조합에 집단 가입했다. 거센 탄압이 오히려 노동자들의 공분을 끌어내 노동조합 조직력 확장만 도와준 꼴이다.

지난 겨울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전태일 열사를 언급한 유서를 남기고 ‘민주노조를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떠난 동료 최종범의 꿈을 가슴에 안았다. 서른두살의 젊은 노동자였던 최종범 열사는 삼성 자본이 가한 조합원에 대한 표적감사, 무자비한 감정 착취에 맞서 싸웠던 열성적인 조합원이었다. 그는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후의 삶에 대해 누구보다 뿌듯해 하고 벅차했었다. 민주노조만이 우리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난 후 이 노조가 깨지는 것에 대해서는 도무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가 떠나던 당시는 노동조합에게는 상당한 위기의 국면이었다. 계속된 탄압으로 조합원이 줄고 있었고 내부의 흔들림도 있었다. 그런 위태로운 동료들에게 그가 보내려 했던 메시지가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꼭 단결하고 민주노조를 지켜야 한다’로 읽었다. 이제는 모두의 꿈이 된 최종범의 꿈을 지켜나가야 한다.

다르게 싸우고 한걸음씩 나아간다

최근 삼성전자서비스 조합원들은 ‘한 X만 깐다’는 정신으로 우리가 알만한 누군가를 끊임 없이 호명하고 있다. 에버랜드에 200명이 입장해서 “재용씨, 노조 몰라요?”라는 질문이 적힌 플래카드도 들고 다니고, 또 삼성미술관 리움이 운영하는 ‘플라토’에 들어가 “HEY, 재용씨! YOU DON’T KNOW ‘NOJO’ REALLY?”라고 우스꽝스레 묻기도 한다. 예측불허의 움직임에 항상 당황해 하고, 정보과 형사들은 끊임 없이 다음에는 대체 어디로 갈 건지 묻기도 한다.

이 재용씨가 누구를 표지하는지 알 수 없지만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삼성그룹의 고객담당최고임원(CCO)인 이재용 부회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영삼성’ 등 IT사업에서 처절한 실패를 맛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씨는 이병철-이건희로 이어지는 삼성 재벌의 3대 세습을 잇는 다음 주자다. 좋던 싫던 현실적으로 삼성 왕국이 된 우리 사회의 ‘세자’인 셈이다. 이 비뚤어진 공화국을 바꾸기 위해서는 사실상 이 나라의 모든 영역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삼성이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삼성을 바꾸고 우리 삶도 바꿔보자!”라는 구호를 자주 외친다. 삼성 자본이 스스로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단결하고 싸워서 삼성도 변화시키고, 우리 자신의 억눌린 삶도 해방시켜 나가리란 다짐에서다.

국내에 삼성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까지 합쳐 100만 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아시아 전역에 흩어진 삼성 공장까지 나아가면 훨씬 더 많은 노동자들이 있을 것이다. 올해 벽두부터 우릴 깨운 뉴스는 인도와 베트남 등에서 삼성 노동자들이 ‘봉기’를 일으켰다는 것이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투쟁과는 무관한 뉴스였지만 많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조합원들은 자극을 받았다. 이미 ‘아시아 노동자’의 눈으로 자본을 바라보고 있는 방증이었다.

“아무리 지랄해도 노조는 건재하다”

조합원들이 직접 발명한 구호처럼 노동조합을 지키고 당당하게 싸워나가는 과정 속에서 ‘희망’은 있다. 이곳에 새로운 주체가 있다. 평균연령 50대 현대차 조합원들과는 다른 20대의 청년 노동자들이 있고, 네트워크적 관계망이 있으며, 도심 한복판에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며 서 있고, 감정노동과 육체노동을 모두 해야 하는 독특한 노동자들. 그러나 무엇보다 ‘인간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주체들이 태어나는 곳. 여기가 바로 어두운 우리 시대의 로두스가 아닐까? 이제 우리가 삼바 운동의 전선에 함께 할 때다.

※ 해당 글은 문화연대가 격주간 발행하는 뉴스레터 '문화빵' 35호에 실린 <[특집]왜 삼성과 싸워야 하는가?>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홍명교 /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교육선전위원  samsungsvc.uni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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