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인터뷰 대상으로도 자주 나오는, 얼굴이 알려진 활동가들을 이렇게 대하는 걸 보니 일반 시민들이 왔으면 어떻게 했을지 상상도 안 간다. 이 정도면 수신료 올릴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수신료의 가치 운운하면서 비이성적인 폭력을 아무렇게나 행사하는 건, 공영방송으로서의 자질이 없다는 의미다. KBS가 항상 수신료가 몇 배 차이난다면서 모델 삼아 말하는 BBC에서 이런 사태가 일어났다면 과연 사회적으로 용납될까?”

수신료 인상 반대 기자회견을 하다 KBS 청경들의 과격한 진압으로 부상을 입은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의 말이다. 그를 비롯한 언론시민단체와 시청자단체들은 KBS 여당이사들이 수신료 4000원 안을 단독 의결한 것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가, ‘내부 공간에서 공문 없이 기자회견을 한다’는 이유로 청경들과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추혜선 사무총장은 펼침막을 뺏기는 과정에서 팔과 허리 등을 다쳐 현재 서울 종로구 적십자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추혜선 사무총장은 “시청자광장은 시청자들에게는 자유롭게 열려 있고, KBS 내부에서 시청자주권과 공론장을 뜻하는 상징적 공간이기 때문에, 지금의 수신료 인상 과정이 KBS 정체성을 흔들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연 것”이라며 “대부분의 활동가들이 무리하게 끌어내졌고, 비정상적인 행태도 모두 목격했으니 사태의 책임을 묻기 위해 법적 대응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17일 오전 이루어진 추혜선 사무총장과의 인터뷰 전문.

1. 어제 KBS 본관 시청자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다가 청경들의 강경 진압으로 부상을 입었다. 몸 상태는 어떤가.

어제부터 허리 통증이 계속 안 가신다. 밤에는 병실이 약간 추워서 아침부터는 두통까지 도졌다. 손가락 반깁스는 풀었지만 어제보다 오히려 더 부었고, 팔다리에도 멍이 들었다. 하루가 지나니 온몸이 더 욱신거린다. 병원에서는 지금 상태로는 일상생활하기가 힘드니,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가는 등 최소한으로만 움직이고 계속 누워있으라고 했다. 아마 이번주는 내내 병원에 있어야 할 것 같다.

▲ 언론·시청자단체 여성 네트워크(언론개혁시민연대·민주언론시민연합·매체비평우리스스로·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언론인권센터·언론소비자주권모임)는 16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시청자광장에서 수신료 인상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KBS 청경들이 이를 저지해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 (미디어스)

2. 기자회견이 이렇게 과격한 양상으로 흐를지 예상했나.

전혀 예상 못했다. 시청자광장은 시청자들에게 자유롭게 열려 있고, KBS에서 시청자주권과 공론장에 대한 상징적인 공간이며, 내부 제작 스튜디오하고도 철저하게 분리, 차단돼 있기 때문에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오랫동안 시청자단체나 언론시민단체에서 활동했던, 대부분 KBS 인터뷰에도 익숙하게 나오는 활동가들이 수신료 인상 과정에서 KBS의 정체성을 흔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을 두고, 시청자주권 수호와 언론 NGO로서의 사회적 책임감 차원에서 메시지를 던지려고 했다.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시끄럽게 난동을 피운 것도 아니고 굉장히 진중한 컨셉으로 기자회견을 한 것이라, KBS가 제지를 하더라도 와서 설득을 하거나 대화를 할 줄 알았지 이렇게 막무가내로 폭력적으로 대응할지는 몰랐다. 말 그대로 ‘진압’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모두 여성 활동가만 있었는데 무리한 신체접촉과 욕설 비슷한 언행 등 함부로 했던 행위에는 엄중 대응할 것이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도 그 상황을 다 목격했고, 일부에서는 ‘집회 때 경찰들의 진압보다도 더 무리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법적 책임을 물 계획이다.

3. KBS는 ‘시청자광장도 엄밀히 말하면 KBS의 내부 공간’이라며 어느 곳에서도 외부단체의 기습적인 기자회견을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으나 불법행동에 대해서는 엄중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KBS 입장을 보면 국가기간시설을 마치 무슨 8명의 공개된 시민활동가들이 전복한 것처럼 표현했다. 심히 유감이다. 실제로 그런 것도 아니었는데 그렇게 폭력적으로 진압해도 되는 건지 되묻고 싶다. 이 정도라면 KBS 내부 조직은 비정상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제 수신료 인상안을 처리했으니 마음대로 하겠다고 선전포고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활동가들이 다쳤는데도 KBS에서는 전혀 연락오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 어제 현장에 홍보팀 관계자도 내려온 것 같은데, 공영방송의 공영성을 위해 오랫동안 고민해 온 중견 활동가들이 청경들과 부딪쳐 처참하게 있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게 이해가 안 된다.

KBS의 인터뷰 대상으로도 자주 나오는, 얼굴이 알려진 활동가들을 이렇게 대하는 걸 보니 일반 시민들이 왔으면 어떻게 했을지 상상도 안 간다. 이 정도면 수신료 올릴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수신료의 가치 운운하면서 비이성적인 폭력을 아무렇게나 행사하는 건, 공영방송으로서의 자질이 없다는 의미다. KBS가 항상 수신료가 몇 배 차이난다면서 모델 삼아 말하는 BBC에서 이런 사태가 일어났다면 과연 사회적으로 용납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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