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이사회의 월 4000원 수신료 인상안 의결을 규탄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가 KBS 측의 과잉 진압으로 부상당했던 시청자단체 여성 활동가들이 1년 반 만에 KBS로부터 사과를 받았다.

언론·시청자단체 여성 네트워크(언론개혁시민연대·민주언론시민연합·매체비평우리스스로·한국여성민우회·언론인권센터·언론소비자주권모임, 이하 여성 네트워크)는 지난 2013년 12월 16일, 일반 방문객에게도 열려 있는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시청자광장에서 KBS의 수신료 인상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KBS 청경들은 “내부에서 이러시면 안 된다”, “미리 얘기를 해 주셔야 한다”, “공문도 없지 않았느냐”며 기자회견을 진행하려는 활동가들을 방해했다. 결국 이들은 청경들 사이에 둘러싸여 기자회견문을 읽어야 했고, 수신료 인상 처리 강행을 비판하는 손팻말을 들고 시청자광장 바닥에 앉으려다가 청경들로부터 진압을 당하는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등을 비롯한 일부 활동가들이 다치고 밀쳐졌다.

▲ 지난 2013년 12월 16일, KBS 청경이 언론·시청자단체 여성 네트워크의 수신료 인상 규탄 기자회견 진행을 제지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이듬해 1월, 여성 네트워크는 국가인권위원회에 KBS의 인권침해 사례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인권위는 올해 초부터 여성 네트워크와 KBS 양쪽을 만나 의견을 들었고, 오늘에야 합의의 자리가 만들어졌다.

10일 오후 2시, 여성 네트워크와 KBS 측은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만남을 가졌다. 여성 네트워크에서는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 추혜선 언론연대 정책위원장,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소장, 노영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 유민지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등 5명, KBS에서는 금동수 부사장과 임병걸 수신료현실화추진단장이 나왔다.

금동수 부사장은 “KBS 측에서 물리력을 동원해 (활동가들을) 저지하면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한다”는 뜻을 밝혔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여성 네트워크는 “시청자광장에서 시청자들이 어떤 형식으로든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아래 허용 가능한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밖에 KBS 전체 사원 혹은 기자, PD들만이라도 인권 교육을 실시할 것, 어떤 형태로든 시청자단체와 KBS가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 것 등을 요구했다. 이에 금동수 부사장은 구체적인 방식과 시기를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답했다.

윤여진 사무처장은 10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해결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사람이 다친 일에 이제 와 유감 표명을 들은 것은 좀 안타깝지만 KBS를 대표하는 사람이 와서 성의 있게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우리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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